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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Nov 08. 2015

<300:제국의 부활>-자기복제

왜 이 영화는 개봉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흘러갔을까?

불완전한 자기복제로는 오리지널 만큼의
성공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


이른바 고유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남이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쉽게 흉내 낼 수 있다면, 이미 그것은

고유성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잭 스나이더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히 그는 고유의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2014년도에

개봉한 후속편도 잭 스나이더가 만들었을

것으로 기대했었고 보지 못하고 놓쳤음을

내내  아쉬워했었다.


그러다 어제 심야에 이르러 결국 봤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에 일어났지만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억지스럽게 2편을 만들려다 보니

시간이 너무 지났음을 간과하고

지나친 물량과 스토리의 과잉으로

생각만큼은 잘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정도가 최초의 감상이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감상문을 남기려

잠깐 검색을 하려다 보니, 이 영화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아닌 노암 머로

감독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타일리스트로서는 최고지만

각본에 대해선 다소 불안한 잭이

이 영화의 각본에는  참여했다.


이 영화가 잭의 또 다른 감독 실패작이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좋지만

한 가지 뼈아플 내용은 확인되었다.


불완전한 자기복제로는 오리지널 만큼의

성공은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


300 : 제국의 부활 (2014)

유명 그래픽 노블 원작이 없는 영화 300의 스핀오프이다. 미발간 원작인 크세르크세스가 나중에 나왔지만

300: Rise of an Empire

감독: 노암 머로

출연: 에바 그린, 설리반 스태플턴,

로드리고 산토로, 레나 헤디, 한스 매디슨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02 분 | 2014-03-06


300 (2007)

이 카리스마를 능가하는 배우는 나오기 어렵다

300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도미닉 웨스트, 데이빗 웬헴, 빈센트 레간

정보: 액션, 전쟁 | 미국 | 116 분 | 2007-03-14


감독과 배우의 구성이 다르다는 것,

물론 속사정이 있겠지만, 스타일링이

사실 스토리보다 훨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 영화에 있어서는 큰 약점이

되었을 것이다.


잭 스나이더를 각본에만 참여시키고,
감독에 경력이 약한 신예를 붙인 것이었다


잭 스나이더에게도 실패작들이 있다.

특히, 2011년에 개봉한 "써커 펀치"는

어쩌면 그에게 치명상을 일으킨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

롤리타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 분명해 보였던 이 영화는 잭 스나이더로 하여금 시련을 겪게 만들었다.

그에게 없어 보인 것은 원작 없는 영화를

독창적인 각본이나 스토리를 통해서

제대로 만들어 내는 작가적 측면이다.

이 영화는 흥행 실패와는 별개로

독특한 스타일과 새로운 영상의 경지를

보여주었고, 여기에는 하자가 없었다.


이 이전의 2010년의 실패는, 튼튼한

원작이 있었지만, 어둡기 그지 없었던

"와치맨"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극화의

완성도와 미장센, 스타일리시 한 영상미의

측면에서 공격당할 빌미는 제공하지 않았다.


2007년도에 개봉한 "300"의 어마어마한

성공은 사실 프랭크 밀러의, 대중성 충만한

그래픽 노블인 "300"의 강렬함을 잭이

영화에서 한 차원 높게 구현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모두 매료당했었다.

(물론, 중근동 국가들과 아시아 국가의

일부는 백인우월주의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픽 노블의 유명 장면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듯한 장면이 나온다
속도감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롱테이크로 기술적인 싸움의 모습을 잔인함을 담아 보여주었다


이렇게 되면 잭 스나이더 감독의 SWOT는

이렇게 그려진다. 아마도, 이런 자료는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평범한 내용일 것이다.


잭 스나이더의 SWOT 분석

Strength(강점): 독창적인 스타일리시함

Weakeness(약점): 독창적 각본 능력 부족

Opportunity(기회): 뛰어난 원작의 영화화

Threaten(위협): 원작 없이 영화 제작


SO전략: 우수 원작 스타일리시하게 감독

ST전략: 영상 연출만 관여, 각본 배제

WO전략: 뛰어난 원작만 영화화

WT전략: 원작 없는 제작은 배제


그런데, 제작사가 선택한 전략은

"맨 오브 스틸"의 제작에 올인한 탓에

300 속편의 감독으로 임할 수 없었던

잭 스나이더를 각본에만 참여시키고,

감독에 경력이 약한 신예를 붙인 것이었다.


이러고도 흥행을 바랄 수 있었다면

정말로 열정적이고 낙관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그러나 손익분기도

넘기고, 비용 대비 괜찮은 수익이 났다.

이른바 썩어도 준치 효과가 났던 거다.

훨씬 많은 인원과 사지 절단 장면을 포함한 잔인한 장면들, 해상전 등의 다채로운 물량이 확실히 보강되었다.
감동과는 살짜기 거리가 있었지만, 결국에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대표되는 그리스는 페르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한다

두 영화를 다 본 바, 남게 된 것은

2007년도의 어느 날인가 봤던 "300"이

어제 자정 녁에 본 "300:제국의 부활"보다

더 선명히 머리 속에서 살아나는 느낌이다.


때로 어떤 시리즈물들은 속편이

최초 편의 기억을 잠식해가지만

이 영화 시리즈 만큼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스파르타의 절대 소수의 해상전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페르시아와 마주쳐

싸우는 영웅적인 비장함을

그리고 있는 것이 2편이지만


근육의 선명도라고나 할지,

프랭크 밀러의 미발간 작품인 원작의

극화적인 힘이 이전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인지, 다소 김이 빠지기도 한다.


이곳에는 미덕이랄 수 있는 사랑도

나오지 않고, 우정과 의리에 대한

내용도 잠시 스쳐갈 뿐이다.


심지어 전쟁의 와중에 벌어지는

해상 협상에서 다소 뜬금없는

육탄전이 벌어지고, 이 기억이

영화 뒤에 남은 중요한 기억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럼에도 "명량"에서 느꼈던

절대 중과부적인 아군 함대가

대량의 적 함대와 싸워

결국에 이기는 그 장대함과

호쾌함에 이 영화의 장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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