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이었던 전작과의 연결성을 강화, 타락한 국가의 기강을 되돌리잔 구호
(출처: Youtube Official Trailer)
역사물을 만들고자 하게 된다면 스태프와 배우 포함 영화에 관계된 수많은 관련자는 다루고자 하는 역사물에 관련된 수많은 사료와 정보, 그 시대의 고증에 관련된 담당자나 부서라면 더 많고도 세세한 지식과 씨름을 하게 될 거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작업일 것이다. 특히, 블록버스터라면 더더욱.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1편"에 있어서 정밀한 고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내용은 잘 찾아보면 그다지 없다. 역사는 각색되었고,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막시무스" 장군의 대화는 "고대 로마" 시대의 황제와 장군의 격에 맞지 않는 대화였다는 비난도 받았었다.
그렇다면 "글래디에이터 2편"은 또한 극적인 필요에 의해서 얼마나 더 역사를 각색하고, 고증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배경을 결합해서 스토리를 만들었을까? "고대 로마"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경험이 없다면, 그 역사적으로 발견된 사실과 극화의 경계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고증의 정확성을 떠나서 "작가주의 감독" 중에 높은 흥행성과 작품성이란 토끼 두 마리를 비교적 같이 잘 잡아온 "리들리 스콧"이라면 이 시대에 이르러 이 작품을 다시 써서 무언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더 중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메시지가 다름 아닌 "미국"이 현시대의 강대국으로서의 위대한 역사를 오랫동안 "로마 제국"만큼이나 써오고 있기 때문에 "고대 로마 제국"을 다룬 스토리를 만들었을 때 그 스토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지금 시대의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것임을 적지 않은 관객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 전의 대하 사극과도 같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그린 영화도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한 때 강성한 지중해 일대의 유럽을 모두 가진 것과도 같았던 "프랑스"의 전쟁 이야기를 그린 것도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관련된 전쟁을 돌아보도록 만들고 "반전" 이야기를 꺼낸 듯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점령, 약탈을 통해서 나라 경제를 보다 윤택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당연했던 그 과거 "고대 로마 시대"에 벌어진 정복 전쟁에 대해서, 그 초반에 "야만인"의 국가로 부르던 "누미디아"를 침공하러 쳐들어오는 "로마 군 선단"의 모습은 압도적인 속도와 더불어 화려하다.
그 직전에 이후에 영웅적인 서사를 보여줄 주인공 "하노"를 맡은 "폴 메스칼"의 순수하고도 로맨틱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아내이자 궁수인 "아이샷"과의 빨래를 걸고 말리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키스신은 이후에도 "아이샷"에 대한 존재감을 남기기 위해서 중요한 장면이긴 하지만 후반부엔 증발한다.
그 후반부의 스토리가 시작에 비해서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면서 동시에 "하노"의 출생의 비밀과 엮여서 더 이상 주인공의 스토리가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에 복수하고자 했던 초중반부의 직선적인 "하노"의 에너지를 유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후속작이었기 때문에 전작보다 더 예상치 못한 복잡한 플롯의 스토리가 나와야만 찾아온 관객이나 이후 시청자가 될 사람이 좋은 입소문을 내줄 것이라 기대해서 취한 전략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이보다 훨씬 단선적이었지만 황제인 "콤모두스"와의 일전을 펼치는 "막시무스"만으로도 강렬한 에너지를 흩뿌렸던 전작보다 중첩되면서도 축적된 스토리는 안타깝게도 극 속으로 몰입하는데 장애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작에 없었던 장대한 해전이 벌어지면서 기병으로 유명한 "누미디아"군이 바다를 향해 벽처럼 세워 놓은 성 안에서 배를 향해 불붙은 돌이나 금속을 투석기로 배를 향해 발사하고 마찬가지로 배에서 투석기로 성을 공격하다가 뱃머리에 부착된 공성용 높은 탑으로 성 내부를 향해 돌격하는 씬은 박진감이 넘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이 떠오를 정도의 박력과 그래픽이 보인다.
초반엔 그저 자신의 검투사 싸움 내기와 부를 쌓는 정도의 욕심밖에는 없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노예로 팔려온 "하노"의 특별한 가치를 알아보고는 "노예"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는 방법과 최초의 복수 상대로 정했던 "누미디아"를 멸망시키고 자신의 아내를 죽인 "아카시우스 장군"을 '원한다면 눈앞에 무릎 꿇게 해 주겠다'는 공언이 무색하지 않게 상황을 그같이 만들어간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마크리누스"는 최종적인 빌런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성격과 스토리를 지닌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작품에서 진정 누가 "글래디에이터"인가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면, "마크리누스"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전작의 정신분열적 충동을 느끼는 가학적인 "콤모두스"를 대치해서 "로마인"의 타락과 종말로 부추기는 폭정과 압제를 하며 외부 국가에 대한 끊임없는 전쟁과 약탈에 목마른 쌍둥이 황제인 "카라칼라"와 "겟타"의 모습은 공식적인 빌런이 둘로 늘어났음에도 감정을 자극하는 정도가 더 떨어지고 "러셀 크로우"의 "막시무스"를 대치한 "폴 메스칼"의 "(하노이자) 루시우스 ~막시무스"와 "페드로 파스칼"이 둔중하게 연기한 "아카시우스 장군"의 존재감도 전작을 넘어서진 못하는 게 보인다.
"덴젤 워싱턴"이 씬 스틸러로서 주요 배역의 존재감을 모두 집어삼키고 홀로 살아남은 것 같은 양상이지만 동시에 이 스토리를 그같이 후반부에서 비틀어 만들어가도록 했던 "리들리 감독"의 스토리 텔링 역량이 그 예전 시대만큼의 강력함과 비교했을 때, 영화 속 구호에선 "강함과 명예"로를 심심찮게 "루시우스"와 그의 편이 외치지만, 예전 같지 않게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보다 볼거리 수가 더 늘어난 것은 확실했다. 정체불명의 호전적인 원숭이와의 최초의 대결에서 "하노"가 물러서지 않고 원숭이를 마주 물어뜯는 장면이라든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커다란 코뿔소를 타고 일대다, 각 귀족의 연회 중에 내기 삼아 벌어지는 일대일, 물을 경기장에 가득히 담고 상어를 물 밑에 풀어놓아 빠지면 바로 잡아 먹히도록 만드는 다대다. 여러 싸움 장면은 다채롭다.
전작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딸이자 "막시무스 장군" 등의 여러 애인이 있었고, "막시무스"의 아들이자 "콤모도스"의 조카인 "루시우스"를 왕권싸움의 희생양이 되기 전에 대피시킨 공주 "루실라"는 이야기의 방향을 급격하게 "막시무스-아카시우스-루키우스"로 연결시키며 극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25년 전과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미모를 살린 "코니 닐슨"의 모습은 존경스럽다.
대략 10여 년 전에 이 정도의 각본과 볼거리를 동반해서 나왔다면 극찬을 받고 전편보다 훨씬 많은 관객을 개봉관으로 불러들였을 작품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25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작품이 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작의 스토리 라인에 기대는 요소가 너무 컸고, "러셀 크로우"의 카리스마를 이 시대에 맞게 다시 되살릴만한 마땅히 "영웅"을 바라는 시대 분위기도 아니다.
개인 하나하나가 각각의 이기심과 욕망만을 부추기며 서로 경원시하고 적으로 느끼며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이 시대가 "타락"한 시대라는 경구를 날리면서, 과거의 인류의 잘못된 선택이랄 수 있는 "전쟁"과 더불어 이기심만을 자극하며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얼마나 더 가난해지고 더 빈곤한 삶을 살아가든 말든 상관없는 지도자가 지배하는 것이 만연해진 시대를 경계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실버 스크린 너머로 잘 들려오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극화를 잘못 보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더 이기적이고도 호전적인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미국"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을 이 작품이 "흑인 지도자"를 내쫓고 다시 정통성 있는 "백인"이 정치적 우위를 되찾게 되는 극화로 오해할만한 요소가 보인다.
"루실라"가 폭정을 펼치는 쌍둥이 황제의 살해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카시우스"와 결혼하고서 원로원 중심 체제의 로마로 다시 정권을 되돌리기 위해서 취하는 노력은 너무 허술하기 그지없고, "루실라"와 "아카시우스"의 시종들이 언제라도 정보를 빼돌리고 "마크리누스"가 이를 쉽게 알 수 있게끔 되어 있는데 반해서 너무 허술한 보안을 유지하다가 반역이 걸린 내용은 그저 허탈해 보였다.
그래서 25년 전의 그 영광을 되찾으며 그 시대에서 이뤘던 것만큼의 반향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긴 하지만 상술한 대로 그 전작보다는 양적으로 볼거리가 많아진 작품이기 때문에 가볍고도 화려한 볼거리에 끌리는 관객이라면 부담 없이 가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좌중을 지배하는 캐릭터는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마크리누스"다. 그가 보여주는 반전과 복잡한 내면 변화와 야심을 드러내기까지의 흐름까지, 작품 속의 그 어떤 캐릭터도 그의 카리스마를 주저앉힐 수가 없다. 그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었다면 더 흥미진진한 결말이라고 관객이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부터 가려진 그의 인생사가 나왔다면 좋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