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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Nov 16. 2024

디스클레이머, 돌려 보기

자신의 과거 속 내밀한 삶의 기억을 지울 수 없는 시대의 무서움

(포스터 출처: Apple)


이 극화를 볼까 말까 계속 망설여졌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그가 수준급의 감독이란 것도 알고 "기네스 펠트로"의 출세작인 "위대한 유산"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로마"라는 영화로 줄줄이 좋은 평가를 받은 할리우드 입성한 재능 있는 감독인 것도 안다.


(출처: X)


그런데 하나 남아 있는 인상은 그가 다른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감독과는 다르게 삶의 아주 어둡고 인간의 욕망의 비참하기 이를 데 없이 뒤틀려 있는 곳까지 관객을 잘 끌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심리의 심연 속의 지옥 속으로 종종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가주는 안내자라는 것이었다.


그 인상은 내내 거북하게 그가 만든 이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혹시 내려가다 멈춰 버리면 어쩌지?", "그 바닥 아래에서 못 볼걸 보게 되면 어떡해?", "탈선이라도 하면 크게 다칠지도 모르는데". 이런저런 두려움이 이 드라마를 보려는 의지를 때마다 꺾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해리포터 어트랙션"에 들어가 그 모험을 가상현실이자 증강현실 개념으로 구현해 낸 "롤러코스터"를 훨씬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하는 놀이기구를 타게 되면 "해리 포터"란 영화 속에서 아이뿐만이 아닌 어른의 무의식 속 심연에서 올라온 유령이나 악마, 거미 등등의 혐오스럽고도 무서운 존재가 어둠 속에서 살아서 다가오고 있는 장면을 실감 나게 선사해 준다.



(출처 : Entertainment Weekly)


아이와 세 번이나 같이 타고도 몇 번 더 타더라도 질리지 않을 것이란 감각이 아직도 세세하게 느껴진다. 그런 종류의 실감 나는 무서움이나 공포는 몇 분 정도의 기구 사용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우릴 일상으로 돌려줄 거란 확실한 끝이 예정되어 있고, 그 정도 시간은 스릴감이 즐거운 지점에서 멈출 것이란 안심감이 있다.



하지만 마치 깨이지 않는 긴 시간 동안 흐르는 악몽이 되거나 자발적으로 다시 꾸겠다는 의지 없이도 자꾸 나타나는 악몽이 되어 매번 나타날 기억 속 저편의 근원적인 공포나 두려움과 마주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에는 인상이기는 해도 묻어 있다.


더구나 드라마라면 그것이 더 오랜 시간 지속되는 인상으로 각인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자꾸 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을만한 집중력을 망가지도록 했다. 그래서 첫 편을 봤을 때도 집중이 되지 않아 띄엄띄엄 보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봤다.


작품의 내용은 어쩌면 너무 통속적이고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토리가 통속적인데도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면 그 극화의 중간중간에 인간의 심리를 파고 들어가 흥분감과 두려움 등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플롯이나 장면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했다.


극화는 시작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함이겠지만 기차의 침실칸에서 유쾌하고도 흐드러지게 성교를 하고 있는 두 젊은 남녀의 뜨거운 사랑의 장면부터 시작된다. 마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에로 영화나 포르노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의 시작이다.


그 장면과 교차가 되는 것은 "케이트 블랑쉐"가 "캐서린"이란 유명저널리스트로서 사회적으로 각광받으며 성공하고 있는 현실이고 그의 사업가인 남편과 그녀의 엇나간 육아에 의해서 자신감이 없고 주눅 들어 성장하고 있는 아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다.


(출처 : Esquire)


그 두 남녀는 베니스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도 들리고 바닷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자가 가족의 긴급한 호출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남자만이 여행지에 남게 되고, 그 바닷가에서 마찬가지로 남편이 긴급한 일 때문에 휴가지를 떠나고 어린 아들과 혼자 남아 있는 젊은 부인과 마주치게 된다.


(출처 : Spectator)


바닷가 해변에서 한없이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이고 있는 젊은 부인에게 매료된 젊은 남자는 그의 사진을 여러 장 찍다가 걸리게 되고, 그 이후 주고받는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어렵지 않게 남녀 상열 지사로 연결되었으리는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출처: Screen Rant)


또 다른 현실에서는 아내가 죽은 뒤에 교직을 은퇴한 나이들은 남자 노인의 모습이 나오는데, 대략적으로 그 젊은 남자의 아버지였을 거란 추정을 하게 만든다. 이제 일상 속의 중요한 일거리가 사라진 그 남자는 불현듯 아들이 남긴 사진과 더불어 자신이 알고 있는 스토리를 소설로 출판하여 작가 불명으로 "캐서린"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을 공표하면서 출판한다. "케빈 클라인"이 연기한 "스티븐 브리스토그"다.



(출처 : NPR)


여기까지의 스토리는 굉장히 통속적이고 그럭저럭 여기저기의 극화에서 보았을만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그 스토리만으로 어떤 감정이 느껴지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앵글의 이동과 장면의 전환과 더불은 인물 간의 심리 변화가 연기를 통해서 제대로 표현되면서 그 긴장감이 더해지게 된다.


자신에게 배달된 아내와 아이가 찍혀 있는 사진과 더불어 있는 젊은 시절의 "캐서린"의 자신에게는 보였던 적이 없었던 성적인 욕망이 가득히 담겨 있는 누드 사진을 보게 된 "사샤 바론 코헨(카자흐스탄인 보랏을 연기한 배우다)"이 연기한 남편 "로버트"가 자신이 휴가지를 떠난 뒤에 벌어진 일을 알아보고자 성인이 된 아들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화면은 핸드 헬드 카메라로 불안하게 기우뚱거리면서 움직여 "로버트"가 빠진 분노와 불안과 여러 감정 속으로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서 홀로 있던 남편은 기척을 느끼고 다가온 아내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분노하며 비난한다. 이를 변명하려고 애쓰는 "캐서린"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만 들으면서, 이미 그의 이야기는 출판된 소설에 나와 있으니 이를 보겠다고 이야기하며 아내를 떠나는 "로버트"는 결혼하기 전에 성적인 경험이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많았던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기도 한다.


"캐서린"은 앞서서 이와 같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몇 개의 포인트에서 그만 그것을 지나치고 마는 실수를 범한다. 그 젊은 남자는 메디치 가문을 다룬 작품인 "메디치"와 그 외 "에놀라 홈즈 2"와 "아가일" 등의 작품에서 나온 미소년 캐릭터로 유명한 "루이 파트리지"가 연기한 "조나단 브리스토그"인데, 이미 과거 시점에 죽은 것으로 나온다. 연결된 고리인 그의 어머니를 관리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출처 : Youtube)


그의 어머니인 "낸시"는 아들 "조나단"의 죽음에는 "캐서린"과 그의 아들 "니콜라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캐서린"은 그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이 같은 일이 벌어질 때까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만났을 때 "낸시"가 자신은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중인데, (자신의 아들 대신에) 살아 있는 "캐서린"의 아들을 보고 싶다고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만난 뒤의 자리에서 "캐서린"은 몸서리치며 그저 도망쳤었다. 그것이 거부하기 어려운 파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케이트 블랑쉐"는 고전적인 미인으로 "반지의 제왕"의 요정 "갈라드리엘"역으로 유명하지만 여러 유명 남자 배우와의 공연을 통해서 여자 주인공 역을 종종 맡아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온 배우로 "토르_라그나로크"에서는 끝 간 데 없이 강력한 악역을 소화하고 "돈 룩 업"에서는 팜므파탈급의 여성상도 소화해 냈다.


(출처: Rolling Stone)


그 같은 필모그래피와 연결되면서 중년에 이른 나이에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는 과거에 벌어졌던 불륜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공박당하고 버림받는 연기를 하게 된 사회적으로 명망을 갖고 있지만 추락의 위기에 빠진 이를 그 모든 필모그래피에서 얻은 이미지를 활용하여 제대로 연기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고작 2편을 보았을 뿐이고, 아직 끝나지 않은 시즌1의 에피소드가 보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런데 3편을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이 심장을 괴롭게 만드는 작품을 굳이 재미있는 작품을 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내서 봐야만 하는 것인지 갈등이 생겨서다.


그러나 그 괴로움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는 이 작품이 못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너무나 잘 만들어져 서 생기는 것이다. 실감 나게 우리의 현실을 파고들어 오며 중년에 이른 적지 않은 이가 실제로 경험하진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상 속에 묻고 유폐했던 것들을 파서 올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이런 파국과는 다행히 멀어진 일상을 잘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삶이 아주 완전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런 파국이 형상화된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 속보다는 나은 거구나 믿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막장 드라마가 잘 팔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막장 드라마보다 더 깊숙이 들어와서 더 진하게 괴로움을 자극하고 있는 듯하다. 유쾌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모든 이에겐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겠다. 하지만, 더 나은 수준의 영상 작품을 보고자 하는 이에겐 도전을 권한다. 심장의 무리를 억누르면서 잘 볼 수 있으리라.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 배우"가 이 작품에 "지수"란 이름을 달고 "케서린"의 동료이자 부하직원 같은 배역을 맡아 출연한다. 비중이 높은 연기를 할 것 같은 조짐이 없고, 본인만의 개성이 드러날만한 장면은 최소 2편 중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키워드로 시청률을 올려보기 위한 캐스팅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출처 : Vague Vis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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