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경고합니다.)
앨런을 위대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
제작: 요약 영국, 미국 | 드라마, 스릴러 |
2015.02.17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 114분
감독: 모튼 틸덤
줄거리: 24시간 마다 바뀌는 해독 불가 암호를
풀고 1,400 만 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누적
관객수 1,743,963 명 (2015.10.07,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역대 박스오피스 매거진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모든 사람들이
뻔히 결말을 알고 있는 영화를 보면서도
손에 땀이 쥐고, 계속 스토리를 쫓아가고
있다면, 잘 만들어진 영화가 맞을 것이다.
컴버배치의 증명된 연기력을
뒤로 빼더라도, 지금의 시대와도
동떨어진 1940년대의 시대 상황이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면서 이끌고 있었다.
컴버배치는 천재 역할을
주로 맡는 전문배우라도 된양
셜록홈즈와는 또다른 천재의
연기를 잘 해 주었다.
그러나 앨런이란 실존 인물의
가치는 연기로 그려진 것보다
더 높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궁금했다기보다는 국가의
완고한 편견이 그 국가의 영웅을
죽음으로 어떻게 몰고 가는가가 더
궁금했었던 것 같다.
이전에 로지코믹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남긴 서평에 나와 있듯이, 앨런 튜링은
서구의 수리논리학 논쟁 역사의
어찌 보면 말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무의미해 보일 수 있었던 논쟁의 결과물이
무척이나 실질적으로 생산적인 컴퓨터라는
결과로 나타난 "반전"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아마도 그가 없었다면 이렇게 편리하게
글을 쓰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띄울 수 있게 만들어준 우리 눈 앞의
컴퓨터는 좀 더 늦게, 아니면,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를 기리기 위해 튜링 상이 컴퓨터
발전에 관련된 분야에서 주어지고
있고, 일종의 노벨상과도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으니, 앨런을
위대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동성연애자라면 그 무슨
위대한 업적을 남겼든 욕을
먹어야 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야기겠지만.
영국 정부는 이 영웅을 동성연애자라며
처벌했고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가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호르몬을 주사 맞는 형을
받고 지내다가
"가장 여자다운방법"이라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청산가리를 넣은
독사과를 신데렐라처럼 베어 먹고
생을 마감한다. (물론, 그가 직접
먹었는지 누가 그렇게 한 것인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중요한 일을 비밀리에
했던 사람이었고, 그 일을 통해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보다 빨리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고
제 2차 세계 대전을 종결시킴으로써
구해냈다.
하나 더 그는 정부에 이 해독기계의
존재를 독일이 알지 못하게끔,
통계적으로 무작위 설정된 정보에
입각해서 전술을 수행하는 것 외에는
해독된 정보를 토대로 독일군의
행동을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전략을 제시했다.
덕분에 노르망디 상륙 작전 등의
굵직한 전쟁에서의 승리를 연합군이
거둘 수 있는 카드가 계속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영웅적인 일을 해냈다면
그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의당 국가의 보상이어야겠지만
영국 정부는 이 동성연애자를 처벌했고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가 정식의 사면을 받은 것은
1954년 사후에 59년이 지난 2013년.
편견의 감옥에서 영국 정부가 벗어난
년도는 이제 3년 전도되지 않은 것이다.
일단, 그러한 연민을 기반으로 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앨런의 죽음 장면과 동성애자에
대한 가혹한 영국 정부의 처벌
내용은 중점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보다 더 중요했던 스토리는
그가 왜 그렇게 독일 군의
암호를 생성하는 "애니그마"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기계인
"크리스토퍼"를 제작하는데
목을 매었는지와
괴팍한 나르시스트의 성격을
갖고 있었음에도 동료들로
하여금 그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고 끝까지 함께 하도록
이끈 리더십과 진정 천재적인
인류 최초의 본격적인 컴퓨터를
개발한 능력과 굽히지 않는
의지이다.
실제의 전기와는 차이가 많이
있었다고 하지만, 영화는
비밀리에 2차 대전의 종결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끈질기게
암호를 해독하고자 했던
앨런을 포함한 전쟁 이후에
평범한 존재로 사라져 간
팀 동료들을 잘 그려내었다.
실상 국가와 이른바 정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영웅적인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경우는
권력자의 프로파간다에 제대로 들어맞는
인물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것이
인류 역사의 어두운 부분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서라도
일부 알게 되었으니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 머리 속에
그려 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이 세상은 당신이 평범하지 않았기에
더 나은 곳이 되었거든요
기억나는 대사들은 아래와 같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처음에 이 비밀 암호 해독 팀에 시험을
통해서 들어온 유일한 여성 멤버인
조안이 팀에 합류하지 않으려고 하자
앨런이 그녀의 집에 찾아가서 설득하고
돌아오면서 하는 말이다.
그 이후에 삶을 포기할 정도의
절망에 빠져 있는 앨런을 찾아가
그를 위로하려고 했던 조안의 대사다
"오늘 아침 기차를 타고 가로질러
왔던 도시가 당신 덕에 있다는 거
알아요? 오늘 제가 표를 샀던 사람도
당신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거예요.
직장에서 책도 읽었는데, 당신이
아니었으면 없었을 과학분야의
책이었어요.
이제 와서 그때 내가 평범했더라면....
이라 생각한다면 그러지 마요.
이 세상은 당신이 평범하지 않았기에
더 나은 곳이 되었거든요"
주변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우리를 구하고,
평범하지 않아서 불편했던
사람이 우리의 삶을 낫게 할 수 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어쩌면
지구상 절대 과제인양 "서로 닮아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퇴행하는 현대 사회에
울리는 경종의 성격을 가진
영화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