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Nov 15. 2015

<아모레스 페로스>-세 가지 사랑

배신과 절망, 진실...(스포일러로 가득함)

사랑의 소중함을 역으로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영화의 의외로 따뜻한
어법이 드러난다.


2001년도에 이 잘 만들어진 영화가

도매금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넘어오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칸느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고,

서울 입성을 한 것까지는 너무너무 좋았다.

그러나 혜화동 대학로의 극장에서

소수 예술 영화의 하나로서 소규모

상영된 것이 이 영화가 맞은 운명이었다.  


2015년 현재, 아직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조금 아려오기까지 한 관객이

여기 이렇게 한 명 있을 정도인데......

그 당시 이 영화에 대한 푸대접은 너무

심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옴니버스 세 가지가 하나의 교통사고를

중심으로 교차한다. 사이좋은 친구들처럼,

그 세 가지는 같은 화제인 "사랑"을

각각의 변주로써 얘기했다.


그리고 교차로를 향해 맹렬히 달려와

일제히 같이 충돌한다.


영화는 이 충돌 장면부터 시작했다.

액션 영화가 분명히 아니지만, 영화의 처음은 엄청난 충돌음과 함께 자동차들이 엉겨붙는 씬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랑은 배신이다.

형수와 사랑에 빠진 동생은 깨진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분열된 상태를 깨닿는다.


사랑은 배신이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사랑을 통한 배신을 기획하고 있거나,

당한 사람, 그리고, 사랑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 각종 유형의 사랑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생활과 사유 속에서

쉽게 느끼거나 만성적으로 경험해온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비극의 쳇바퀴 안을

달리고 있지 않는 이상, 공감하기

어려운 정의다.


그 정의를, 이 멕시코시티라는

잔인한 도시유형, 욕망과 빈곤,

그리고 뒷골목의 갖가지 기회가

도사리고 있는 공간에서는

명확하게 도드라져 나온 양각화처럼

영상화 해낸 것이 처음의 이야기이다.


동생은 형수를 탐하고, 형의 개를 이용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형수와 함께

멀리 도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형은 다른 여자를 탐하며,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끊임없이 강도짓을 한다.


형수는 남편과 자신의 아이, 뱃속의 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남편 동생의

데쉬에 결국은 무너지고 마는데,

끝에는 형을 택하고, 동생이 벌어온 돈을 가지고,

형과 함께 도피한다.  


배신의 장면은 계속 반복되고,

답답한 현실의 모습은 계속

우중충하게 그려진다.


투견의 장면들은 생략되곤 하지만,

이미 영화 속의 상황은 투견의

살벌한 분위기를 절절히

느낄 수 있도록 진행된다.

실제로 야성의 싸움이 그 둘 사이에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강렬한 성욕과 욕망은 개와, 동생의

눈빛 속에서 절절히 묘사된다.

에로틱한 정사 장면의 끈적끈적한 영상도

뚜렷하고, 점프컷, 그리고 절묘한 형식과

더불은 대사의 수준, 인물들의 행동의

필연성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세 인물이 다 배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멕시코 시티는 그들을 "꽝!"하는

점멸의 상황을 향해 잔인하게 몰아간다.

도망간 형과 형수는 형이 은행강도 짓을

하는 중에  사살당하여 형수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결론을 낳지만, 형의 장례식 때,

같이 도망가자는 말을 하고 버스터미널에

나간 동생에게, 형수는 오지 않는다.



* 사랑은 절망이다.

사랑 때문에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절망은 회복될 수 없는 것으로

변화하여 굳어져 버린다.


삶의 종지부를 앞당겨버릴 정도의

절망의 구렁텅이를 목격하거나

경험해버린 사람에게 사랑은

절망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명 토크쇼에서 가공되고 화려한 삶을

연기하고, 자신의 가정을 버리고,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얻게 된 잘 나가는 모델.

영화 속 Enchant광고의 모델이기도 한

그녀는 교차로를 지나가던 순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충돌사고를 당한다.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신체는 절망적으로 손상당하며,

강아지는 아파트 바닥의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한다.


사랑하는 애인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보려 하지만, 자기에 대한 반영이

심각하게 손상된 그는,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자꾸 뺐어야만 하는

여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다리를 절단한 뒤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간신히 되찾은 그녀는 행복한 보금자리에

연인과 함께 있지만, 이미, 사랑, 행복,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

완벽한 절망의 공간...





* 사랑은 진실이다.



거리의 부랑자로 위장한 킬러인

덥수룩한 수염의 늙은 남자는,

거리에서 쓰레기와 강아지를 모으며,

고독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지만,

삶의 방향이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에선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차라리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낫다.

멀리서 그냥 맴돌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잔혹한 살인 의뢰를 받고,

의뢰자가 말한 배신자에게 따라붙는다.

대상자의 숨통을 끊으려 하는 순간,

차량 충돌이 바로 그의 옆에서 일어난다.


그 사고에서, "배신" 스토리의 "동생"의

지갑에서 돈을 빼앗고, 총에 맞아

죽어 가고 있는 개를 데려와

다시 살리는 데 성공한다.

다시 일에 몰입하려는 순간,

자신이 기르던 나머지의 개들을

이 투견이 몽땅 물어 죽인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성이 나서 투견을 죽이려 하지만,

개와 자신의 동일함, 일치점,

그리고 마지막 남은 자신의 개가

바로 그 개이기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상처입고 살아나서, 자신의 연고와는

무관한 곳에 와서 사는 홀로 된 존재,

그리고, 자신의 동족을 물어뜯어

죽이는 것에 처절하게 익숙해진

자신... 과 그 개...

그는 죽여야 할 대상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와서, 그가 결국에는

의뢰자의 이복동생이며,

재산 싸움의 희생자임을 알게 된다.


의뢰자를 집으로 불러와 대금을 받고서는,

의뢰자와 그의 이복형제 앞에 총을 놓고,

줄을 풀어주는 그... (알아서 결판 내도록...)

면도하고, 옷을 깔끔히 갈아입은 그는,

자신의 딸의 방에 들어가, 번 모든 돈을

침대 밑에 놓아두고, 전화 응답기에,

자신의 진실을,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 쏟아붓는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재산인

차를 판 돈을 갖고서, 정처 없이

황량한 들판을 향해서

개와 함께 걸어가버린다.



* 황량한, 황량하기 그지 없는 영화

그곳에는 조금의 낭만 같은 것도 없었다.
꿈도 없고, 달콤한 유희도 없다.

고단위로 집적된 멕시코의 도시에서,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있어야 하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답답한 2시간 20여분의 긴 스토리 속에서,
관객들은 무거운 분위기를 어떻게 소화해내야 할지 딱히 출구를 생각해 낼 수 없다.

더구나 3분의 1 분량의 한국어 자막 대사는
하얀 배경 속에 묻혀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잤고, 누군가는 짜증 나 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부분 부분의 장면이
영화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을 뿐이다.

이건 도시의 바닥에서 보이는 드라마이다.
도시 속에 감춰둔, 열정적이고도, 강렬한
욕망과 생존, 사랑의 의지, 그리고,
사랑이나 사람이 어떻게 부서져 가는가를
처절히 확인해볼 수 있는 스토리이다.

그렇게 어둡기만 한 이 영화에서도
한 가지 희망이 남는 것은,
우리의 진실은 사랑을 항상 인정하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사랑마저 사라진 도시는

더 이상 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지 않냐는 물음.

사랑의 소중함을  

역으로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영화의 의외로 따뜻한 어법이 드러난다.


마음속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풍경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충돌을 최대한

줄인 상태로 살아가는 일상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런 영화와 비슷한 영화는

또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게 이 영화는

또한 고유의 존재로 남을 수 있는

한편의 작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멜리에>-자기 자신이 없는 오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