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마블 드라마와 애니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을 찾다. 그러나…
(표지 출처: IMDB)중
20여 년 가까이 개봉 영화 극장가를 점령했었던 마블의 MCU 시리즈는 페이즈를 거듭하고 세계관을 확장하고, 여러 히어로를 더 추가하는 동시에 드라마도 만들어 내면서 외연을 급속 확장했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마블의 드라마들의 흥행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 신호는 코로나로 인해 극장가가 폐업되다시피 하고, 영화 제작도 방역 수칙 등에 의해서 제대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다작의 개봉에 장애로 작용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재미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서 흥행에 성공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글로벌 관객의 뇌리 속에는 "어벤저스 더 앤드 게임"정도까지의 복잡함 수준이 뇌 용량이나 주의력의 제한을 고려했을 때, 한계였던 것 같다. 물론,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와 마블의 지분을 뺐어간 것도 있다.
전반적으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지는 영화가 예전처럼 극장가를 정복하고, 매진 사태를 불러일으키며, 안 본 사람은 왠지 수상쩍은 사회 부적응자로 오해할 만큼 영화 보기가 전반적인 사람들의 취미였던 시대에서 사람들은 개봉 영화를 안 보고, 아카데미 등의 영화상 등에도 관심 없는 시대에 와 있다.
국내의 청룡영화제의 시청율은 3%대에서 매년 떨어지고 있고, 대종상은 거의 존폐 위기다. 제작사끼리 나눠주기와 밀어주기 놀음이나 하는 구조라는 인상이 사라지기 어려운데다 배우들의 참여도 점점 저조해지는 바도 있다.
AI를 잘만 사용하면 자기만의 영화나 동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에, 조금만 기다리면 흥행작이 OTT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볼 수 있도록 방영되는데, 이제 극장가를 배회하는 사람은 연애 중인 남녀와 광팬, 영화산업 종사자, 큰 스크린 선호자 정도로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극장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그 앞 뒤로 쏟아야 하는 시간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을 더 볼만큼의 시간이 작품을 예매하고, 극장으로 이동하고, 중간중간 간식 등을 먹는데 들어간다.
그런 시간 낭비 빼놓고 볼만한 작품이라면 OTT가 항상 준비해놓고 있다. 정말 재미있지 않으면 이 OTT안에서도 볼만한 작품으로 선택받지 못한다. 그런데 마블 드라마 작품이 언젠가부터 선택받지 못한 작품이 되어가고 있다.
나름 마블 시리즈의 광팬이었음에도 보지 않은 드라마 시리즈는 점점 쌓여 가고 있는데, 너무 많은 시즌이 나와버린 "쉴드 시리즈"는 이미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디펜더스"라는 시리즈로도 통칭되어 묶이는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각각의 시리즈엔 아예 관심이 가질 않는다. "호크아이"는 봐야만 할 필연성이 안 떠오르며, "영 어벤저스"로 묶일 "미즈 마블"과 "케이트 비숍"은 제작 소식도 없다. "마담 웹"은 망작이었다.
방영 후 보고 나서 괜찮은 반응을 가져온 시리즈는 "문나이트"와 "완다 비전" "로키"였고, "미즈 마블"은 그럭저럭 중박이었다. "에코"는 취지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본 것을 후회하는 작품이 되었다. "쉬헐크"는 용두사미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제작사와 배우, 시청자 모두에게 민폐였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가성비 면에서 칭찬할만하지만 중박 수준이었으며, "아이언 하트"는 그럭저럭 봤지만 마지막에 우격다짐으로 넣은 애매모호한 결말 이후에 아무 기대가 없고, 후속 소식도 없다.
그런 와중에 애니메이션화 된 "왓 이프...?"는 나올 때마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하고, 너무 복잡하고 개개의 캐릭터별로 방대화되어 버린 내용이란 장벽을 넘어서서 짧게 짧게 캐릭터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부담 없는 작업을 성공시키며 시즌 1부터 3까지 괜찮은 반응을 유지해 왔고 종결되었다.
내가 "케빈 파이기"같은 전체 MCU를 총괄하는 위치의 인물이라면, 지금쯤은 이런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이전의 시리즈물에 질려서 떠나버리고 있는 팬들이 아닌 더 연령대가 낮으면서도 짧고, 덜 부담스러운 정보가 전달되는 시리즈로 티저 형식으로 캐릭터의 존재감을 살려 보여줄 관객에게 집중했을 거다.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이미 세 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와 있다.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과 "아이즈 오브 와칸다", "마블 좀비스"다. 이 중에 하나만 골라서 오늘 봤다. 봐야 할 필연성은 "왓 이프...?"에서 그려진 히어로마저 좀비화된 지구에서 벌어지는 아포칼립스를 확장해서다.
총 4화의 이 작품은 "단편"을 확장해서 만들어 낸 것 치고는 꽤 괜찮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마지막 주인공으로 "미즈 마블"만을 남겨두고, "아이언 하트"에서 했던 것과 같은 애매모호하게 후속 편을 만들기 위해서 싹둑 잘라버리는 꽤 불쾌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과연 "미즈 마블"을 이같이 비중 높은 주연 격의 히어로로 계속 미는 것이 어떤 치밀한 연결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영 어벤저스"라는 기획에 들어 있는 "호크아이"가 될 "케이트 비숍"과 "아이언 하트", "미즈 마블"이 이미 좀비로 가득한 지구의 도시에서 배회하고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면서, 이미 좀비가 되어 사라진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의 AI 중에 하나인 "프라이데이"가 움직이는 "아이언맨"슈트가 공중에 떠서 이 세명과 같이 나온다. 그들을 쫓는 것은 좀비가 된 "호크아이"다.
이 장면은 짧게 나온 "왓 이프...?"에서 벌어진 스토리를 잘 연결하고 있어서, 치밀함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에 나타나는 수많은 좀비와의 싸움 전에 이들이 발견한 것은 우주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핌 기술"로 축소되어 있는 첨단기술의 우주 발신기다.
추락한 우주선을 발견해서 그 우주선을 조종했던, 이미 좀비화된 조종사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삼켰을 이 발신기를 꺼낸 것이다. 이 조종사(에릭 실비 박사)는 좀비가 되어 버리며, 곧 이 우주선을 둘러싸고 몰려드는 좀비 무리에 같이 끼어들게 된다.
이 세명과 "프라이데이"는 이 발신기를 우주로 내보내야만 "노바 군단"에게 도움을 청해서 좀비 행성이 된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이 신호기가 가도록 만드는 곳을 향해 갔다가 5년이나 "이터널스"의 "이카리스"가 좀비가 되어버린 "캡틴 마블"과 싸우는 지역에 들어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데이"는 소멸되다시피 하고 "호크아이"인 "케이트"가 "좀비 캡틴 마블"에게 죽고, "아이언 하트"인 "리리"는 좀비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이 3인 중에 살아남아서 후에 수많은 좀비가 된 "마블 히어로"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마블 히어로"를 만나서 숨쉴틈 없는 싸움과 동료애를 교환하면서 하나 남김없이 죽어가는 "히어로" 중 최후까지 가는 자가 "미즈 마블"인 "카말라"다.
"영 어벤저스"의 3인 멤버 중에 드라마로서의 인기를 그나마 제대로 보여준 시리즈는 "미즈 마블"밖엔 없었고, "호크아이"나 "아이언 하트"나 후속 편으로 드라마를 이어가야 할 동력을 잃어버린 시리즈물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제작진이 기대할만한 것은 "카말라"를 최후까지 살려서 "마블 좀비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시즌 2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하고, 성장하도록 만들 유인이 더 많다.
"마블 좀비스"가 시즌 연장이 가능하다면,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 "미즈 마블" 시즌 2도 만들어 낼 연속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살아남을만한 히어로에게만 작품의 연속성을 부여하겠다는 "전략"을 가동 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젠 미리 그린 옴니채널 공식대로 만들지 않겠단 것이다.
그렇게 우직하게 미리 세워진 계획대로 만들다가 생긴 복잡성이 미로로 작용해서 들어간 관객이나 시청자가 빠져나와야겠단 생각을 하고 신규 유입 시청자는 입구에서 헤매다가 사라져 버렸으므로.
한때 머릿속에 그려진 원그림을 실제로도 잘 그려내서 성공했던 "어벤저스 시리즈"가 최절정을 구가했던 시대를 뒤로 하고, 그린 그림대로 실행했다가 계속적으로 예상과는 다른 흥행 결과와 마주한 디즈니의 총괄은, OTT의 점유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더 중요하단 판단을 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흥행이 되는 히어로만 살려두겠다란 강박이 "마블 좀비스"에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좀비화가 되었든 이 좀비들과 맞서 싸우는 히어로가 되었든 이전까지의 개봉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히어로들을 이전의 이미지를 비슷하게 차용해서 관객이었던 시청자의 기억에서 다시 불러들이는 여러 장면은 이 시리즈에 계속 빨려 들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아무리 마블의 강력한 팬덤을 구성하는 관객 및 시청자 중에 하나라도, 최근 너무 불친절하게 던져지는 "클리프 헹어"타입의 남발되는 엔딩은 호기심을 자극한다기보다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공식화된 처신을 하는 모양새가 너무 노골적이라, MCU 작품에 대한 충성도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거부감을 더 키우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이런 목소리가 있다면 이젠 디즈니는 꼭 들어야 할 것이다.
왜냐면 바로 '25년 12월 5일 100조 원을 들여서 "넷플릭스"가 "디씨를 포함한 워너의 알짜 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Perplexity의 Comet으로 검색하여 정리한 정보, Gemini 3 PRO도 제대로 못 찾았으나 찾아냄)
1. 팩트 체크: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 합의 (2025년 12월 5일 발표)
거래 성사: 넷플릭스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영화/TV 스튜디오와 HBO 및 스트리밍 사업부(HBO Max)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
인수 금액: 총 기업 가치 약 827억 달러 (한화 약 115조~120조 원).
인수 대상 (알짜배기):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DC 유니버스(배트맨, 슈퍼맨 등), 《프렌즈》, 《빅뱅 이론》 등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방대한 IP. HBO & HBO Max: 《왕좌의 게임》, 《석세션》 등 프리미엄 드라마와 스트리밍 플랫폼.
제외 대상 (분할): CNN, TNT Sports, 디스커버리 채널 등 전통적인 케이블 TV 채널들은 넷플릭스가 가져가지 않고 별도 회사로 쪼개짐 (넷플릭스는 '채널' 사업엔 관심 없음).
2. 시청자(사용자) 입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이 "미디어 역사상 최대의 빅딜"이 성사됨에 따라(규제 승인 후 2026년 3분기 완료 목표), 시청자들에게 닥칠 변화는 다음과 같음.
① '넷플릭스 천하통일'과 요금 인상
통합: 이제 넷플릭스 앱 하나에서 오징어 게임과 해리 포터, 배트맨, 왕좌의 게임을 모두 볼 수 있게 됨. 파편화된 OTT를 여러 개 구독하던 불편함은 사라짐
요금 인상: 하지만 독점력이 막강해진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더 공격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음. 큰 경쟁자가 하나 사라졌기 때문임.
② 극장 개봉 영화의 운명
넷플릭스는 그동안 "극장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인수 조건으로 "워너 영화의 극장 개봉을 유지하겠다"라고 약속함.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 기간(홀드백)을 대폭 줄이고, 대작 영화들을 더 빨리 넷플릭스 앱으로 끌어올 가능성이 큼.
③ 'DC 유니버스'의 부활?
그동안 자금난으로 휘청거렸던 DC(슈퍼맨, 배트맨) 영화들이 넷플릭스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마블처럼 공격적인 제작에 나설 수 있게 되었음.
애플 티브이가 되든 넷플릭스가 되든 타 OTT에도 판매해서 즉각적인 수익을 내려는 전략을 간헐적으로 시도하기도 했던 디즈니는 이제 강력한 구매처 하나를 잃게 되어버린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디즈니 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이 "넷플릭스" 대비해서 둘 다 합쳐도 경쟁력 없을 상황에, 강력한 플랫폼과 더불어 제작비와 아이피를 자유자재로 다뤄온 "넷플릭스"가 껴안은, 디스커버리에 놔뒀으면 별 경쟁력 없었을 "워너"와 제대로 붙게 되었다.
그전부터 인기의 하강을 겪다가 다시 절치부심해서 지난날의 왕좌를 다시 차지해보려 한 "MCU 영화"의 부활이 생각만큼 제대로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셈이나 다름없다.
관객이자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다시 괄목상대로 돌변한 "워너"의 재등장을 히어로물이라는 부문에서 좀 더 의미 있는 경쟁을 통해 상향된 품질의 작품이 나올 기회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