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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네버 고 백

이 작품을 본지가 오래되었지만 감상문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by Roman

(표지 출처: Prime Video)


"톰 크루즈"가 오스카에서 공로상을 받은 기사가 나온 지 어언 2주일이 흘렀다. 그 기사를 보고도 밥을 먹던 차를 마시든 간에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지금의 모바일 문명 시대다. 이미 각종 모바일 기기로 일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하고, 다량의 각기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정보를 끊임없이 살피고 있는 있는 중이기 때문에, 특정의 기사나 주제 하나가 여러 사람의 관심을 한 번에 오랜 시간 받기 어렵다.


(출처: 123RF)


나라가 엄청난 속도로 퇴행하고 국제적으로 추락할뻔했던 '24년 12월에 벌어진 "비상계엄 내란"에 대한 법적인 재판이 공개 방송되면서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서 일부러 자극하여 전시 상황을 만들어 비상계엄을 합리화하기 위한 전쟁 같은 "외환"을 유도하려 했던 정황 증거가 나타나고 있고,


영부인으로서의 권한을 벗어난 국가통수권자로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뇌물과 인사청탁, 주가조작, 땅투기 등의 권력자로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탈법/불법적인 행위를 있는 대로 꽉 채워서 다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어도 공분하거나 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서로가 공감하거나 공분하거나 같은 주제에 대해서 유사한 관점이나 감정을 갖는 것이 힘들어졌고, 워낙 많은 편향된 정보가 판을 치고, 속임수와 세뇌 등이 또한 잘 이뤄지는 세상이다 보니, 국가적으로 중요한 내용이나 전 세계적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대사안에 대한 관심도 몇 초 이상 뇌리에 남아있기가 힘든 것이다.


인류가 같이 대항했던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도 피하고 나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일 아니면 큰 인상을 못 끼치는 수준이 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그렇게나 유명한 배우이고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존재가 데뷔한 이래 단 한 번도 오스카 상을 못 받다가 45년 배우 인생에서 처음 받게 되었는데, 그게 뭔 대수냐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게 놀라운 것도 아니고 그저 뉴노멀인 거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이런 시대에는 영웅이던 악당이던 그저 그냥 사람의 뇌리에서 쉽게 쉽게 사라질 뿐이다.



"톰 크루즈"는 그와 유사한 시대에 같이 경합해 온 배우와 비교해서 "아카데미"로부터 차가운 냉대를 끝없이 받아온 배우였다. 물론, 여기에는 이단 종교인 "사이언스톨로지"교의 마치 부교주 같은 수준의 사이비 종교 선전위원, "사톨교의 괴벨스”, 같은 이미지를 가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흥행을 우선시하고 상업성과 대중성에 천착하는 영화에 주로 출연하고 있는 배우에게 인색한 것이 상의 공신력과 수준을 유지하고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아주 오랫동안 "아카데미"의 회원과 심사위원의 대대로 내려오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보다 더 상업성에 목을 맨 배우나 감독 등이 "아카데미"로부터 인정받는 일이 그간 적지 않게 있었음을 상기하면, 톰 크루즈를 향한 지난날의 배제는 유독 가혹하고 기이한 것이었다.


하나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랴. 스마트폰 화면을 1초만 넘겨도 세상이 뒤집히는 이 '뉴노멀'의 시대에, 트로피의 광택 따위는 찰나의 가십으로 소모되고 휘발될 뿐이다. 대중의 관심이 파편화되고 역사의 무게마저 깃털처럼 가벼워진 지금, 유일하게 실재(實在)하는 것은 오직 스크린 속에서 땀 흘리고, 달리고, 직접 비행기에 매달리는 그의 정직한 육체뿐인지도 모른다.


그는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소비하든, 혹은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길을 달렸다. 모두가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재단하며 멈춰 있는 동안, 온몸을 던져 중력을 거스르고 불가능에 도전한 그의 '행동'은 그 자체로 거대한 역설이자 위로다.


결국 남는 것은 상패도, 명예도, 타인의 시선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낸 자의 거친 숨소리만이 이 가벼운 시대에 유일한 무게감으로 남을 것이다. 톰 크루즈는 배우이기 이전에, 멈추지 않고 달리는 한 인간으로서 이미 오스카 그 이상의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AI를 잘 사용해서 상사가 원하는 것을 앱으로 녹취한 뒤에 이를 AI로 분석해서 뜻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맞장구를 쳐서 인정받은 뒤에 자신이 똑똑해서 정확히 뜻을 파악했다고 주장하는 시대다.


AI라는 도구를 잘 쓰는 인간은 짧은 영화도 거의 0의 비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몸으로 뛰면서 움직이지 않는 액션배우가 살아갈 길은 초상권을 대여하는 것뿐일 수 있다. 그러나 "톰 크루즈"같은 운동을 정확히 카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공지능 기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같은 배우는 살아남을 수 있다.


(Gemini 3 PRO로 그림)


영화 종사자가 아직 인간이어야 한다는 이미지를 어찌 보면 초대형 거대 자본의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듯한 이 황혼기에도 그 존재의미를 살려내면서 보존하고 있는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이기 때문에, 그에게 준 이 상은 이제야 인간임을 영상 속에서 확실하게 보여주는 액션을 하고 있는 이도 이제 저물어 가는 인간이 예술을 아직 만들어 내고 있는 시대의 예술가임을 인정한 것이다.


브런치든 어디든 어느 구석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상도 받지 못하며 엄청난 조회수를 끌지도 못하는 글 쓰는 이가 수없이 많이 있다. 그들이 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필터링에 걸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글 한편에 들어가는 글자수, 읽는 시간, 조회수, 작가 프로필의 충실성, 출판 여부 등등.


아무리 다작을 하고, 상을 받는 이보다 더 오랜 세월 쓰고, 더 많은 생각과 의미와 가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내 글은 프로그래밍에 따라 걸러진 상 줄 이를 찾는 이 시스템에선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고, 상업성과 예술적 성취 수준, 취향, 감성, 매끄러운 글솜씨 등을 보고자 하는 이에겐 함량 미달일 것이다.


그러나 "톰"은 내게 알려준다. '상을 받지 못했다고 상을 받은 존재보다 떨어진다는 증거는 없어, 상을 받지 못한 것은 상을 주는 이들과 상을 인정하는 이들이 네 가치를 못 알아보고 있을 뿐이란 이야기일 뿐이야'. 물론, "톰"은 상업성이 충만한 흥행 영화에 목매달기로 살아온 배우다.


그 와중에도 흥행보다는 오스카를 노리고 참여했을법한 영화에는 "매그놀리아"와 "7월 4일생", "레인맨", "어퓨 굿맨", "콜레트럴" 등이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이 엄청나고 다재다능한 영화인에게 아카데미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주홍글씨"라도 낙인 찍힌 인물이 된 것처럼.


상업적으로 히트한다는 이유로 아카데미에서 경원시했기에 상을 받을만한 작품을 간간히 만들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태양의 제국"과 "컬러 피플"로 유색인종의 스토리를 병합하면서 인종적 융합의 스토리로도 수상 받고자 접근해봤었지만, 결국 상을 타게 되었던 것은 미국 영화계의 큰손인 유대인을 움직일만한 작품 "쉰들러 리스트"부터였다.


(출처: Screen Rant)


그렇지만, "톰"과 "스티브"의 가치는 상으로 더 빛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뛰어넘는다. 그들의 빛 때문에 "아카데미"가 빛난다는 느낌이 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그럴듯한 여러분과 나는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난 스스로 빛나며 살 거야, 상을 빛나게 만들어줄 생각 따위 없어". 신 포도는 언제나 달콤하다.



그런데, "잭 리처"는 보고 나서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이 작품이 어느 정도의 히트를 했고, 그의 유명세와 액션 작품 이해력, 원작의 충실한 스토리 라인 등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작품임이 분명했지만, 여실히 그런 효과를 얻기 위한 적절한 배치 수준에서 "톰"이 끼워 넣어진 정밀한 조각 퍼즐 작품 정도의 느낌만 주었기 때문이다.


(출처: VOX)


극의 주인공인 "잭"은 떠돌이로 미국 전국을 히치하이킹을 하며 돌아다니는 이란 설정인데, "탑 건"과 "미션 임파서블"에서 반항적이고 출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골수적인 인상이 어쩌면 이 배역에 적합한 배우라는 이미지를 주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서 나오고 있는 압도적인 수준의 완력은, 원작 소설에서 그보다 훨씬 더 큰 거구로 묘사되는 주인공이었을 때, 더 싱크로율이 높아지는 것임이 너무도 명확해서 불균형이 있다.


(출처: SlashFilm)


부녀 관계로 오해되는 그와 어린 여배우의 매칭도 일종의 뭉클함을 자극하고, 이뤄지진 않지만 극 중 모함을 당했던 여자 장교와의 오가는 썸도 그럭저럭 드라이하게 마무리되면서도 애틋함을 느끼게 하지만, 액션만큼은 잘못 입은 옷을 입고 있는 듯했고, 그런 작품이 그가 출연했던 많은 작품이었다면, 그 작품들을 통해서 고정되는 이미지나 판단 기준은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어떤 공신력 있는 영화제에서도 상 주기 어려웠을 거다.


그러나 그가 적극적으로 제작과 감독, 주연까지 모두 참여한 "탑건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큼은 "잭 리처" 수준과 비교할바 없을 정도의 예술적인 경지의 액션이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며, 그곳에서 극대화된 영상 속에서 구현된 "톰"의 이미지는 자기 자신에게만 맞춰서 만들어진 옷을 입은 배우를 보여준다.


(출처: IndieWire)


그래서 나는 "에지 오브 투마로우"나 "우주 전쟁",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리고 "잭 리처"에 나온 "톰"이 아카데미 수상을 한 것이라고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를 상을 받게 만든 것은 그가 만들어 그가 입은 옷 같은 프랜차이즈 시리즈다. 그 두 개의 시리즈에는 그의 인생과 철학, 예술, 운동능력, 기획력, 경제적 판단, 대중 심리에 대한 이해, 영상물 역사에 대한 이해 등등 광범위한 데이터 베이스가 결합되어 있다.


그 축적된 고유의 데이터 베이스의 우수성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DNA에 잘 이식되며, 영화 산업 전반에 혼연일치의 만능 엔터테인먼트와도 같은 재능과 거대 자본이 결합되어 이뤄낸 효과는 분명히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여러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이것이 그에게 주어지는 "아카데미"의 첫 번째 상이 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는 더 기여를 인정받는 상을 받을 것이고, 그에게 상을 주지 않아 왔던 더이상 이 세계에 유효하지 않은 교양 기준을 가진 고집쟁이들이 하나둘씩 눈을 감을 때에야 후회하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Gemini 3 PRO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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