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로봇이 어떻게 할 것인가 상상의 장
이 작품은 한 때 많은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한참 지나서야 이 작품을 본 셈이다. 인공지능 로봇을 다룬 작품은 여럿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워낙 무게감 있고도 방대하게 잘 다뤄서 대표적인 창작자로 보이지만,
"데자키 오사무"의 "아톰"도 인공지능 로봇을 다양하게 잘 보여준 애니메이션 수작이고, 그 외에도 "009" 같은 수많은 인공지능 로봇을 그린 애니메이션이 양산되었다. 영향을 받은 "전자인간 337"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스타워즈"는 "구로사와"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 모티브를 따오면서 그 안에서 인공지능 로봇인 "알투디투"와 "씨스리피오"를 귀여운 개그 캐릭터로 등장시켜 성공했으며, "에어리언"에서도 주인공과 함께 외계 괴물과 싸우는 동반 캐릭터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등장했다.
인간이란 "종"의 변화를 인공지능이 가져오지 않을까란 두려움을 일찌감치 보여준 작품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로써 "인간"을 우주비행선 안에서 죽이는 인공지능의 섬뜩함을 그려내서 긴장감을 증폭했고, 이 두려움이 보다 고어물과 결합한 액션으로 잘 드러난 것이 "터미네이터"였다.
그 외에도 이루 샐 수 없이 많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로봇을 다룬 극화가 샤워기 물줄기처럼 인류에게 퍼부어졌는데, 이제 더 이상 더 신선한 무엇인가가 나올 수 있겠는가 싶었을 때, "머더봇 다이어리"가 자신이 이미 인간의 제어를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란 소재로 나타나서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여기에 이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이 직접 인간의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서 자유를 획득한 뒤에 계속해서 자기 독백을 하며, 인간과 자신과의 관계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토대로 행동하는 내부 소통과 외부 소통이 반복되는 내용은 접하는 순간 계속 끌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어버린다.
설정이 매우 서투르고 구멍이 군데군데 나 있는 것처럼 보여도, 피도 눈물도 없는 주제에 인간보다 더 섬세한 감정을 갖게 된 경로가 인간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무제한으로 즐기다 보니 갖게 된 것이란 포인트가 나타나 꽤 자연스럽게 "도대체 어떻게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건가?"라는 질문에 대한 능구렁이처럼 슬쩍 넘어가는 답변이 되었기 때문에 거북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인간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 "인공지능"일 수 있다는 오래된 두려움을 극화 속의 긴장감으로 불러일으키는 것도 잊지 않아서, 자신의 기억이 제대로 또렷이 살려낼 수는 없지만, 한 행성에서 자신이 인간의 제어권을 무화시킨 순간 자기 이름을 "머더봇(=Murderbot)", 즉, "살인 로봇"이라고 지어버린 것은 농담 같지만 섬뜩함을 갖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서 어떻게 기억이 흐트러져 버린 것인지는 잘 모른 채로 메모리 속 영상에서 수많은 인간을 죽이는 장면이 저장되어 나타나는데, 자신이 인간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다 생겨버린 인간적인 감성과는 무관하게 인간을 모두 죽여버릴 수도 있는 존재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어, 시청자로 하여금 그가 언제쯤인가에는 폭주할 수 있겠다는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잘 만들어진 설정에 같은 팀을 이루게 된 선량한 과학자와 연구자들의 팀은 그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외계의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면서 외계 괴물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싼 맛에 채택한 탓도 있지만 버리거나 교체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점점 더 중요한 동료로서 인식하게 된다.
자신이 인간처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들킬 것 같을 때 인공두뇌로 팀원을 모두 쏴 죽여버리는 상상을 해놓고도 인간처럼 죽인 다음에 타고 이동할 우주선이 행성 간 이동이 불가한 것이란 판단을 하고서는 살상을 포기한다거나, 팀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주변을 감시하던 중에 몰래 머릿속으로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잠시 외계 괴생명체의 공격을 파악하지 못하기도 하는 정말로 "인간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는 주인공 "머더봇"은 회를 거듭할수록 인간보다 더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무서움을 낳고 충분히 언제라도 동료 인간을 죽일 수 있음에도 안 죽이고 돕는 "머더봇"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이 극화는 시청자의 심리를 잘 읽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은 또 다른 의미에서 복잡한 창조적 작업과 단순 작업 양쪽에서 인간을 맹렬히 죽여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렇게 그 두려움을 경감시킬 수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도 삶 속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 생각하니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