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은성 회관에서 BTS 재결합 공연 전에 회식
이 후원자 합창단이 연결되어 있는 자선단체의 브랜드, 로고, 대외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전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문제 제기가 반복되자, 이제는 그 단체명을 내가 남기는 어떤 기록에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관련 표현과 정보들을 지우고 나니 편하다.
나는 오랜 기간 마케팅 실무를 하며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언론 대응에 관한 기본 원칙을 익히고 실제 업무에 적용해 왔다. 그래서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기준이 사후적으로 개별 전달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공지 이후에는, 문제 소지가 없도록 확인하려는 취지에서 AI로 생성한 가상 이미지 사용 가능 여부까지 별도로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뒤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또 다른 기준이 전달되었고, 상담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통합된 브랜드 가이드는 현재 없고, 커뮤니티 관련 소통 창구는 하나로 운영하며, 전달된 내용은 지적이 아니라 안내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그동안 활동에 대한 개인적 동기 부여와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이 자선 단체의 명칭을 포함한 글을 써왔다.
수익이나 홍보 목적은 아니라 해당 글에는 응원이나 유료 기능도 설정하지 않았는데도 모니터링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받게 되니 이 단체에 대해 부여했던 의미가 퇴색하는 느낌이다. 로고나 명칭 등의 관리가 엄격하다면 사용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를 공지/광고/홍보 형태로라도 미리 해주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글에 이 단체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모니터링에 따른 소통 부담과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단체명은 글이나 기록에서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언급해서 좋은 반응을 들었던 적도 없었다.
그러한 일이 벌어졌지만,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같이 합창곡의 베이스 파트를 연습했던 파트원들 중에 연락이 되는 주로 7기인 단원과 작년까지 베이스 파트장님이었던 현재의 서기님을 포함해서 총 6명이 모여서 어제 여의도의 은성회관에서 점심 회식을 가졌다.
작년에는 두 자릿수의 인원까지 있었던 베이스 파트가 이전 기수 파트원이 휴면을 하거나 원거리로 가거나 주말 연습이 불가능해지기도 했고, 같이 회식을 하지만 러시아로 파견을 나가는 나와 동갑내기인 단원도 있었다.
진심으로 개강인 3월 28일 (토) 일에 OT와 오디션에 참여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개강 하루 전인 금요일에 러시아로 떠나는 바람에 참여할 수 없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최소한 4년은 가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이후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다시 합창단 활동을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가진 동기의 깊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다시 오면 오디션 또 봐서라도 들어올 거란 이야기를 했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그때까지도 이 합창단이 존속하고 있을지, 나도 이 합창단 소속일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나아가서 이 단체의 후원자로 남아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엉겁결에 베이스 파트의 파트장이 되어버렸고, 28일에 개강을 맞아 참석할 파트원의 출석을 확인하고, 이런저런 합창단 일을 하게 되었고, 21일에 진행한 베이스 점심 회식도 그 같은 파트장으로서의 활동의 일환이었다.
직전에 한분이 목감기가 걸려서 오지 못했고, 총 6명이 모여서 5분은 이곳의 대표 식사인 갈비탕을 전직 베이스 파트장님이자 현직 서기님인 분은 우여곡절 끝에 냉면을 시켜서 먹으며, 이래저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아저씨들 모임답게 세계정세와 주식, 전쟁, 방산 산업 등의 주제가 난무했다.
자리를 옮겨서 커피숍에서 합창단 활동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묻고 정보를 공유했고,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러시아로 갈분과도 인사를 마치고 나머지는 저마다의 갈 곳으로 가며, 다음 주를 기약했다.
합창을 같이 하기 위해 모인 이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소중해지고, 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금전 등의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 어찌 보면 기적적이다. 인원이 이전보다 더 줄어든 상황에서 그래도 아직 있는 이 분들을 위해 나도 있는 것이다.
사족:
- 만나기 전엔 BTS가 하는 행사를 맞아 한국에 대거 입국한 외국인이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까지 오는 중에 광화문으로 지하철을 갈아타는 교차점 중에 하나인 공덕에 많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치 외국에 온 마냥 지하철 한 칸에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 그날의 풍경이었다.
- 그 지하철에서 몽골인 여자분이 지하철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고 영어로 설명하면서 혹 내 핫스폿을 열어줄 수 없는지 물어와, 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이번에는 다들 자신들이라고 해도 핫스폿을 열어주지는 않았을 거라 이야기해서, 이것이 특별히 난관을 맞은 외국인을 못 본 척 불친절하게 대한 것은 아니었단 합리화가 가능했다. 해킹이면 어쩔 건가?
- 우중충한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인도계인 듯한 남녀 두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니 자기들은 남매란 이야기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찍어줬다고 하니.
자기들이 남매라 같이 찍어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내가 찍어줬음을 나머지 분들이 설명해 줬다. 외동을 키우는 외동이라 50대에도 그런 게 감지가 잘 안 된다.
- 요란한 행사였고, 찬반 여론도 높았고, 기대가 높아졌던 행사였다. 집에서 8시에 넷플릭스에서 시작할 때부터 9시에 마칠 때까지 열심히 보고 들었는데, 그 몇 년 전 BTS를 너무 좋아했던 아들도 심드렁하게 보고 들었고, 아내도 춤을 열심히 안 춘다고 지적을 하더니, 1시간 밖에 안 되는 공연 시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중요한 공연 실황을 지난 수십 년간 간헐적으로 본 기억이 있는데, 그런 급의 BTS의 완전체 복귀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의 전적인 지지로 광화문이란 핫스폿에서 공연이 열렸다는 것 외에는 나 역시 안타깝게도 그 수년 전, 그리고 멤버 각각이 솔로로 낸 곡으로 보여줬던 섬광을 이 공연에서는 유감스럽게 느끼질 못했다. 그 수년간 세상이 엄청나게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
- 그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이른바 국위선양을 하고 있을 때, 군면제를 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해주면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시피 해서 그들은 복무를 마치고 순차적으로 사회에 복귀를 했고, 수년간 그들은 자신이 한때 누렸던 글로벌 팝스 1위 그룹의 면모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때 그들의 인기를 그대로 오래 유지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일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그런 공감대를 기대하기에는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봐야 돈 버는 건 기획사인 "하이브"인 거고 실제로 일반 국민이 보이그룹의 성공으로 뭐가 달라지는가란 설득력 있는 의구심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을 이처럼 정부나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그저 "하이브"의 이익과 가수들의 자기 위상을 올리는 것으로만 끝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BTS 같은 그룹이 글로벌 팝차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바뀌고 생긴 한국인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라는 것이 생성된 것에 대해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두 마디 해외에서 나가서 공감대를 끌어올 수 있는 같은 국가의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입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수십 년간 한국이 노력해 온 엔터산업에 대한 투자가 끌어낸 실질적인 결실이다.
그게 거의 없던 시절의 우리가 해외에서 그저 경제동물로 불리던지 일본 짝퉁 국가로 취급당했던 기억이 없는 이라면 말해줘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