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최근에는 레몬수를 만들어서 마시는 중이라
2L가 두 묶음, 페트병으로 12개 정도를 사러 갔어야 했다.
카트를 끌고 오전 11시쯤에 도착해서
미리 적어둔 "물, 욕실청소용락스, 멸치와 육포는 세일하면 사오기"
메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다소 근엄하게 장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1시간 가까이 구경하고 장을 보다 보니
염두해둔 물과 락스와 더불어 예정에 없던 친구들이 한가득 카트에 담겨져 있었다.
이런, 국내산 삼겹살, 착즙 오렌지주스, 슬라이스햄, 버터구이오징어까지 함께.
여기에 알록달록한 그릇 10접시가 담긴 박스까지, 하하
웃음이 마구마구 새어 나왔다.
그릇은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계산 전에 제외시켰고,
나머지 친구들은 카트에 오와 열을 잘 맞춰 어떻게든 넣자고 결심한 그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마트에 있다고 하니 뭐하러 더운데 무거운 물을 잔뜩 사러 갔냐고,
차로 데릴러 온다고 말했다.
또 잔소리를 꽤나 듣겠구나 싶었지만,
마침 엄마도 집에 놓아둘 물을 사려고 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같이 담아서 계산하고, 마트 1층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물만 24kg에 나머지 장본 것 까지 대략 30kg 쯤 됐던 것 같다.
가는 길에 집 앞에 나를 내려주고, 엄마는 홀연히 다시 갔다.
3병이 나란히 붙어있던 오렌지 착즙 주스에서 1병을 뚝 떼서
차 뒷자리에 놓고, 기운없으니 한 잔씩 챙겨먹으라고 했다.
엄마는 홈쇼핑에서 흑염소 방송을 보다가 주문했는데
언니네와 우리부부에게 나눠주려고 조금 더 많은 구성으로
시켰다고 말했다.
사실 양파즙을 비롯해 다른 건강즙이 썩 내키지는 않고,
흑염소진액을 먹어본 적도 없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하고 비왔다가 더웠다가 변덕스럽고 예측이 불가한 무더운 여름.
이런저런 생각도 많아지고, 기력도 야금야금 가루로 부서지는 느낌이다.
크지 않지만 작은 힘을 내봐야겠다.
어느 덧 한 주의 중간 수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