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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Jul 11. 2023

꽃바구니와 삼계탕

초복, 비가 많이 내리는 삼복 중의 첫 복.

지난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꽃꽂이 수업을 한다.




오전 수업에는 나까지 세 명의 수강생이 있는데,

이전에 원데이 클래스를 몇 번 들었던 적이 있어서

선생님과는 구면이어서 말은 많이 하지 않지만,

편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쭉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꽃바구니 수업이었다.

별 생각없다가 파랑과 보라가 어우러진

은은한 색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마침 오늘이 초복이어서

뭔가 예감이 엄마가 전화를 해서 

"삼계탕 해놨으니 한그릇 먹고 가던가" 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비가 엄청 많이 오는게 아니면 집에 들러서 꽃바구니를 전해주고

삼계탕을 한 입 먹고올까 생각을 해보던 찰나....



빗소리에 두 눈을 따라가보니

창 밖의 빗줄기는 훨씬 더 거세지고 있었고,

빗방울들은 줄줄이 모여 창문을 아주 뿌옇게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한 치 앞이 안보인다 라는 말이 딱 이 때 쓰면 맞을 것 같다.




아쉽지만 오늘 꽃 만든것은 사진으로 대신 전할까하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던 와중에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작은 닭 사놨는데 이따 삼계탕 할거니까 시간 봐서 6시쯤 오던지"



나는 평소 비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비오는 날씨는 영 취향이 아닌지라

비 많이 안오면 봐서 갈게 하고 전화를 짧게 끊었다.




분명히 마음은 그렇지 않고, 말을 상냥하게 해야겠다 다짐을 하지만 쉽지 않다.



비가 여러모로 오긴 해야 할텐데,

비가 내리는 날엔 유독 누가 나를 땅으로 이끄는 것처럼 축 쳐진다.


그렇다고 아주 맑은 날에 용이 승천하듯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아니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차분게 생각들을 정리해야겠다.


저녁에는 날씨도 꾸물꾸물하니

김치전을 부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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