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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Oct 30. 2021

아무 일도 없던 날

또 울고 말았다


큰 고성이 오가거나

언성이 높아져서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나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면

요리를 하거나 냉장고 정리를 하고

책상을 천천히 치운다.


그렇다고 뭐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아침에는 김밥을 말기 위해

고루고루 미리 준비해놨었던 재료들을 꺼냈다.

엄마가 모처럼 밥을 해줬고, 지단도 곱게 부쳐냈다.


너무 맛있다고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둘둘둘 가볍게 말아내고 설거지를 한다음

엄마가 가깝게 사는 언니네 집에 가져다 준다고 나간 후

현관문이 닫히고 나서 갑자기 눈물이 울컥 터졌다.




왜인지 이유를 몰랐지만, 금새 알았다.


몰아쳤던 우울감을 애써 숨기고 웃었기에

해제되어 버린거다.

 

그냥 울었고, 세수를 했고, 울었고, 휴지로 닦아내고

누워있다가 울었고, 물을 마시고 울었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울었고,




결국 무한루트를 반복한 눈은 부푼 공처럼 되어서

밖에 나와 햇살을 맞으니 아플 수 밖엔 없었다.

안구건조를 이겨내기엔 더없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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