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양동이 속 개구리는 몇 마리였을까.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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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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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에서 한 달에 한번으로.


오늘도 산부인과 대기실은 만원이다.

대기하는 동안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 해본다.

하얀 점이었던 아기는 이제 머리와 팔, 다리, 손과 발이 생긴 상태이고 초음파를 보면

얼굴까지 볼 수 있는 시기이다. 너무 떨리고 긴장이 된다.

병원에 오기 전부터 젠더리빌이라 해서 태아의 성별을 가족 지인들에게 이벤트처럼 공개하는

영상을 몇 편 보게 되었다. 정말 다양한 반응이었다. 물론 나는 이벤트를 할 생각이 없다.


사실 지난번 초음파 사진을 볼 때 살짝 “성별을 알 수 있나요?” 라고 물어봤었다.

본래는 담당의가 알려주는데 초음파실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물어 본 것이었다.

(그날은 알려주지 않으셨다.)


초음파 선생님: 먼저 아기의 머리 둘레와 팔, 손가락 등 이상이 없는지 확인부터 해볼게요.

아내,나: 네.

초음파 선생님: 아기 머리 둘레 정상이구요. 손가락, 발가락 각각 열개가 확인되네요.

아내, 나: 네..

초음파 선생님: 심장박동도 건강하게 뛰고 있어요. 여기 이곳에 붉은색과 파란색 파장보이시죠?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얼굴도 확인해 볼까요?

아내, 나: 네네.


한참을 아내 배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얼굴을 보려 했지만 이 녀석이 보여주지를 않는다.

자세를 바꿔 누워봐도 얼굴은 탯줄에 가려지거나 손으로 가려 누굴 닮았는지 확인조차 어려웠다.

겨우 눈두덩이와 코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3D초음파로는 한계가 있어 대략적인 형태를 기준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기를 낳기 직전까지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초음파 사진은

한 장 남짓했고 그마저도 마음에 드는 사진은 아니었다.)


: 혹시 성별은 알 수 있나요?

초음파 선생님: 네?.. 음. 담당선생님이 알려주시긴 할 텐데. 아기가 얼굴도 잘 안 보여주니

그래도 살짝 확인해 볼까요?


조심스러운 뉘앙스로 말씀하시긴 했지만 아기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해 죽상이 된 예비 아빠의 얼굴에

안쓰러움을 느꼈는지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 마디 해주셨다.


초음파 선생님: 여기서 확인을 해도 100% 확실한 건 아니에요.

아내, 나: 네.. 네


아내와 난 긴장한 상태라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초음파선생님: 음…딸인 것 같아요..

: 네? 정말요?


그 당시 난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 상황을 다시 회상해보면 속으로는 몹시 기뻐하고 있었다.

순간 내가 딸을 원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쁜 나머지 눈물이 살짝 고이기까지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지만 그때 내 감정에 충실했던 이유로 아내의 반응은 살피지도 못했고 어떤 리액션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아내가 낸 외마디 감탄사에서는 기쁨이 느껴졌다.


기쁜 마음으로 초음파실을 나와 아내와 난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아내: 딸이래.!!

: 어 맞아 그래! 딸이야. 이야… 나도 딸 가진 아빠가 되는 거야? …

아내: 너무 좋다. 잘됐다.!!


아이를 갖게 된 새로운 세상에 딸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옆에서 손을 잡고 가는 딸아이와 그 손을 잡고 가는 아내를 상상한다.


그 앞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딸아이를 떠올린다.


아내와 딸아이가 손 잡고 내 앞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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