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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Feb 09. 2023

평생걷기

건기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

아가야! 꽃신신고 ~" 엄마의 노래에 맞춰 아장 아장 내게로 걸어온다. 입술에 침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른 체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내 품에 쏙 들어왔다. 딸이 태어나서 첫 걸음마를 떼던 순간을 어찌 말로 표현하리오! 임신 5개월 무렵 엄마의 뱃속에서 발로 툭툭 치기 시작할때가 첫 걸음마일지도. 딸의 첫 걸음마는 시작이 반이더니 엄마를 향해 오던 걸음이 세상속으로 나아갔다. 딸의 걸음마는 세상으로 나가는 시작이었다. 애미는 세상속으로 나간 딸이 걷다 넘어지다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딸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이곳 저곳 안전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두드렸다. 아뿔사! 2년째 취업의 고배를 끝으로 진로를 전환하겠단다. 그러더니 교직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을 향해 6개월 동안 이력서를 들고 동분서주하며 뛰어 다녔다. 그게 10년전 일이었다. 어느새 애미 품을 떠나 새 둥지를 만들어 세상속에서 삶의 근육을 키우고 있다.

"딸! 이제는 우리 각자 걸어볼까?"​


딸은 글로벌한 벌판에서 꿈의 길을 걷고, 딸바라기였던 엄마도 이제 두번째 인생길을 걷고 싶어졌다.


나에게 걷기는 무엇일까!​

어느새 60을 넘기고 나이가 무거워지니 몸도 무거워졌다. 몸의 구석구석에서 신호가 온다. 몸의 신호는 바람빠진 공처럼 탄력도 없어지고 기운도 빠져나갔다. 건강은 곧 운동이라는 등식에 공감을 하면서 가장 쉬운 운동은 없을까! 찾아보니 '걷기'가 아주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걷기의 시작이었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 중 하나로서 특별한 장비나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릎을 쳤다. 평소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터라 신발끈을 메고 밖으로 나가니 걸어졌다. 때로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거리보다 안방에서 신발장까지 가는 거리가 더 멀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게으름이 생겨서 빼먹고 늘어질 때도 있다보니 혼자 걷기보다 연대가 필요하였다


걷기 모임을 만들자!

문득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만나는 동갑모임에 이런 뜻을 비쳐 보았다. 뜻밖의 동참 친구들이 '좋아요' 하며 함께 걷자고 한다. 오랜 시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고 한달만이라도 걸어보기로 하였다. '만보걷기'를 위해 단톡방을 만들었다.​


첫날걷기!

시작이 좋았다. 동갑친구 8명이 동참하였다. 평소에 꾸준히 걷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만보 걷기의 규칙을 정하여 공유하기로 하였다. 걷는 장소는 어느 곳이나 상관없이 걸으면 되고 만보기나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여 합산된 걸음수를 단톡방에 올리는 방식이다. 우리의 시작은 대단한 결과보다 매일 꾸준히 할 수 있을까?에 목표가 정해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예상밖으로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매일 걸어 주었다. 얼마나 적극적인가는 만보의 걸음수 누적에 대한 성취감으로 하루를 사는 듯 활력의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만보효과는 한걸음이라도 더 보태려고 더 많이 움직이면서 체중감량으로 이어져 다이어트 효과의 희소식도 들려왔다. 주변 친구들에게 만보찬양 전도사가 되어 주는 이도 있어 동참자가 늘어났다.

모임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동참자들끼리 지치지 않고 습관을 만들어가도록 다독이고 칭찬하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었다. 매일 하루의 시작이 걷기의 첫 날인것처럼 첫마음 먹기도 제안하였다.

걷기는 시간,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여 단톡방의 역할은 인증이라는 의미에 서로의 건재를 확인하게 되어 흥미로운 기다림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서로 경쟁하듯 걷기보다 걷기를 빼 먹은 친구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나 염려도 해주며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더욱 친밀한 모임으로 발전하였다.

걷기는 사유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길을 걸으면서 발견한 자연 한컷을 걸음수와 같이 인증하며 의미를 공유하기도 하고 자연이 주는 느낌과 함께 각자의 생각 정리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가나보다. 만보걷기를 위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길을 따라 걸으면 여러 생각들이 스친다. 하루 중에 있었던 일 중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아무것 아닌것처럼 편안해질 때가 있다. 이런 날은 몸의 피곤함과 마음의 편안함으로 숙면을 하니 일석이조다.

평생 걷기!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걷기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창대한 계획으로 발전하여 오랜 습관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무슨 습관이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한달이 두달이 되고 평생의 목표를 향해 걷기로 하였다. 우리는 단톡방에 올라오는 걸음수를 확인하면서 서로의 안부에 안도한다. 걷기가 좋아서 가족들이 동참하고 공유의 취미가 되어 간다는 소식도 들린다. 코로나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것 중 걷기가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자인한다. 아주 쉬운 출발이 오래 걷기를 위해 쉽지 않았지만 지속가능한 도전을 하고 있다. 걷기 친구들이 '내 삶에서 다른 모든 것보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이런 말들이 고맙다. 그렇구나, 함께 걷고 서로를 격려하고 그런 일들이 모두에게 귀함을 알게 하였다. ​


이제 무엇이든지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함께 마음먹었던 것 역시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우리의 평생걷기는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지길 바랄뿐이다. 어떤 좋은 일도 영원하지는 않다. 그저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에 마음을 다하고, 그 시절을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2023년의 목표 역시, 평생걷기다. 걷기친구들과 죽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걸을수 있기를 우린 소망한다.


우리는 걸으며 생각하며 나누는 걷기의 진리가 심신의 건강으로 보답해줄 것을 안다. 우리는 그려본다. 오직 발로 써내려 갈 한해의 괘적에 감탄할 것이다.


남은 생을 살아갈 때 누워서 지내지 않는 선한 노욕에 기분이 좋다.

오늘도 걷기 호스트가 되어 토닥토닥!

'새해 첫 시작

걸음 폭이 대단하십니다.

생애 겨울을

64회째 경험하지만

올해는

바라는 바

행보가 광폭의 기적을 위해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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