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May 13. 2023

시드니 구립미술관은 무료

8걸어서 시드니 속으로 4일째! 우리는 여전히 대중교통대신에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있다.

여행도 중반을 넘어서니 도시의 안정적인 장소에서 힐링을 하고 싶었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주립미술관은 유유자적하기 위해 안성맞춤이었다. 겉에서 보아도 르네상스풍의 압도적인 건물이 웅장하다. 미술관은 일 년 내내 무료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탁 트인 시야의 높은 천장이 답답하지 않아 온몸이 느긋해진다. 건물벽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압도한다. 형형색색의 칼라는 작가들의 메시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슬슬 걸으며 시선이 머물면 멈추고 그 작품 앞에서 자세히 바라보며 짧은 느낌을 공유했다.

잉글랜드 위버호킨스의 '모닝 언더그라운드' 작품은 출근시간 기차 안에서 신문을 펼쳐든 사람들다양하게 묘사하여 인상적이다. 현대에 와서도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을 바라보고 핸드폰에서 친구를 사귀고 정보를 얻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체만 달라졌을 뿐 사람들의 일상이 똑같아서 놀랍다. 작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시대를 아우르는 사회 비판적인 생각을 그림에 담았다는데 공감을 느낀 작품이다.

 "난, 이 작품이 마음에 드네. 나이가 먹을수록 이상하게 오래된 거 좋아져."  

남편은 미술관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을 가리키며 말한다. 짧은 감상평이지만 오래 여운이 남는다. 모든 게 오래될수록 세월을 이겨냈다는 의미로 들린. 부부의 삶도 젊은 날 티격태격하던 일들이 지금은 아무것 아닌 것처럼 감정의 칼들이 무디어졌다.

구립미술관은 아시아권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지하층의 규모가 넓은 공간에는 주로 일본, 중국, 인도, 태국작품이 여럿인데도 대한민국은 비디오 아트 백남준 작품 (Buddha game ) 한 점뿐이다. 작품은 구석진 곳에서도 빛이 다. 그의 작품은 음악과 미술이 예술로 승화되어 시각적 상상력을 끌어 낸다. 브라운관 안의 두 부처가 티비를 보고 있는 장면은 스님들의 명상에 비유한것 같다.

 미술관은 현대와 과거의 다양한 장르 작품들이 수백 점이나 전시 중이다. 이곳에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대작들이고 흥미를 이끌어 낸다. 쉴만한 소파가 있어서 숨 고르기를 위해 고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한 팀이 들어온다.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낯선 이 까지도 반갑다. 잠시 가이드는 미술관이 1층만 무료이니 다른 곳은 가지 말라며 관광객들을 안으로 들여보낸다. 내 입이 근질거리지만 참았다. 다수의 인원을 통제할 방법일지도 모르니까.

미술관을 나와 시내 중심가로 접어들었다. 시내라지만 숲과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니 눈물이 다. 공원과 거리에는 가난한 음악가의 노래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알 수 없는 가사인데 구슬프다. 그의 악기박스에 남아있는 동전 몇 개를 넣어준다. 우리 어머니는 예술하는 이는 배가 고프다고 끼 있는 오빠들의 재능을 만류하셨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도 추억의 힐링타임이다.

보도 위에 코가 금색으로 반짝이는 돼지 동상이 보인다. 돼지코가 반질반질하다. 행운을 비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금빛으로 변했단다. 나도 만지고 말았다. 누구나 금빛코를 만졌지만 금빛 행운은 언제 찾아올지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전 14화 오페라하우스 입장은 행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