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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4. 2023

브리즈번에서 매일 파티를!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날은 새벽이다. 여행자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수십 번의 항공사사이트를 접속한다. 가장 저렴한 가격대가 나오면 배팅하듯 예매를 서두른다.

비행기의 출발시간이 7시. 오전 4시에 기상을 해야 하는 것을 깜박하다니, 항공료가 착한 것에 반해 몸이 피곤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착해서 탈이다. 세상살이도 착해서 손해 볼 때도 있었다. 그때는 기분은 좋았다.

착한 어른들은 일찍 일어나기 위해 밤새 뒤척이다 보니 밤잠을 설쳤다.

여행은 잘 자고 잘 먹자인데 기본원칙이 무너진 체력은 번아웃 직전. 돈을 아낄 것인가 체력을 아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경제적, 신체적 조건을 다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날이다.  

시드니 국내선 공항은 이른 시간이라 한산할 거라는 추측과 달리 긴 줄을 서서 수속 중이다. 이 새벽에 모두들 어디를 가는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는 모두 유로다. 좌석 앞의 책자에는 토종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을 메뉴가 없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침을 꿀꺽 삼키고, 코를 잡고 기침을 해도 소용이 없다. 몽롱한 상태인데도 설친 잠이 쏟아진다. 단잠은 꿀맛이라더니 달게 잤다. 여전히 귓속은 이물질이 들어 있는 것처럼 멍멍하고 찌릿하다. 신체조직들이 노화되어 제 기능을 못하나. 슬퍼진다. 침을 꾸울꺽 다시 삼키기를 반복하니 뻥 뚫린다.

도착지 브리즈번 공항에 내리니 수속이 빠르게 진행되며 오케이다. 덤으로 Have a nice  trip까지 얹어준다. 피곤도 잠시 다시 여행모드가 무드로 바뀐다.

브리즈번의 5일간 여정은 이동거리가 멀다. 차가 필수라서 대중교통 이용보다 가성비가 좋은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도착지 브리즈번 공항에서 렌터카 사무실로 가는 길은 이방인에게는 낯설다. 유명 렌터카는 공항의 좋은 위치에 있지만 우리가 예약한 렌터카 회사는 버스를 이용하여 사무실로 가야 한다. 낯선 곳에서 약속장소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길을 물어도 영국식 발음에 아는 단어라도 찾으려고 귀를 쫑긋하는 순간에  대화는 끝나고 배시시 미소만 짓고 있다.  그나마 남편은 알아듣고 전진한다. 렌터카는 바다색을 닮은 파란색  소형차를 배정해 준다.  반납 시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니 외관을 동영상으로 꼼꼼하게 촬영까지 마쳤다.

브리즈번의 4박 5일간 머무를 숙소는 고생 끝에 낙이라고 호숫가 바로 옆에 있다. 더구나 미니부엌까지 있어서 매일 파티를 열 수도 있겠다. 예약 때 절대 확인할 수 없었던 숙소의 깔끔함이 맘에 든다. 숙소는 리조트라서 최소한의 조리기구도 갖춰져 있다. 거기다가 세탁기에 건조기까지 있다. 살림을 차려도 될 만큼  맘에 든다. 리조트가 여름시즌이 끝나니 가격을 내린  덕분이다.

 한국스타일 파티를 위해 한인마트를 검색하니 하나로마트가 있다. 한글이 반갑다. 햇반, 쌈장, 김, 상추, 부추김치를 샀다. 수입산이 아닌 현지산 쇠고기는 현지인 마트를 이용하는 지혜까지 터득했다. 호주는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다. 이곳은 와인이나 맥주 등등의 주류는 별도의 샵에서 성인인증을 받고 살 수 있다. 한국은  마트마다, 편의점까지 알코올이 쫘악 진열되어 있는데, 먹고 즐기기에는 한국만큼 한 나라가 없다.

 여행기간 고기 굽기에 익숙해진 남편은 빈약한 조리기구를 탓하지 않고 육즙이 벤 고기로  상을 차렸다. 칭찬대신에 "위하여"다.

리조트 벽에 걸린 글에서 우리의 여행을 점검한다.

비치에서 수영하고, 잘 먹고, 선탠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그렇게 보내고 싶다.

우리 나이의 합이 130세.

퇴직 후 세계일주 소원이 무너지면 안 된다.

체력이 여행의 힘인데. 비용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든 일정으로 지치면 안 되는 것을 배우고 익히는 날이었다. 배움은 끝없이 펼쳐진다.

쉬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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