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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3. 2023

오페라하우스 입장은 행운

시드니의 명작인 오페라하우스를 온전하게 만나는 날이다.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에 오페라하우스 가까이 매일 가게 었다. 주변에 볼거리가 많고 하얗게 빛나는 지붕이 이정표가 되어주기에 매일 걷기 코스로 잡았다.

공원과 거리 풍경에 눈을 쫓아가다 보면, 하루 1만 보 달성보다 더 많은 2만 보 이상은 거뜬하게 걷게 된다. 부실한 다리를 잘 훈련시킨 걷기 덕분에 시드니에서 튼튼하게 잘 걸어준다.

서큘러 키(Circular Quay)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보기 위해 다이닝 승선하였다. 축구장만큼 큰 크루즈를 기대했건만 50명 정도 인원이 타는 배다. 배는 바다로 나가 2시간 반을 선상에서 뷔페식사를 곁들여 항구의 명소들을 구경시켜 준다. 크루즈가 오페라 하우스 바로 앞까지 도착하였을 갈매기는 무용수가 되어 우리 주변을 춤추듯 날아들고 철석거리는 파도소리와 어울린다. 바다와 하늘은 같은 색깔이 되어 오페라하우스의 하얀 지붕을 진주를 머금은 조가비처럼 빛나고 다. 배가 오페라하우스의 외관을 잘 보이도록 이쪽저쪽 운행하여 육지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까지 보여준다. 하얀 조가비속 공연장은 어떤 모습일까 더 궁금해졌다.  하버브리지 사이를 통과하여 시드니의 우뚝 솟은 랜드마크 건물 가까이 배가 접근한다. 70대 고령의 할아버지 해설가이드는 장장 2시간 30분을 쉬지도 않고 유창한 영어와 유머로 설명을 이어간다.  오페라하우스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니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다고 하며 자신이 잘하는 일을 50년은 더 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꿈이 멋지다. 그의 건강을 기원한다.

런치뷔페가 포함된 상품이 5만 원 정도이니 가성비도 괜찮다.

드디어 때가 왔다. 내 생애 경축이라고 쓰고 싶은 날이다.

오페라하우스 음악회에 입장하는 버킷리스트가 이루어지는 날. 내 남은 생애 시드니에서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을까?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사이먼 래틀경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인데... 버킷이라서 우리는 큰 맘먹고 저질렀다. 번지점프와 경비행기 투어도 패스하고 왔기에 용기 내는 데는 하루가 걸렸다. 온종일 연주회 가는 생각밖에 없다. 여행용 옷들이 전부인데 오늘만큼은 음악회 코디로 가장 클래식한 복장으로 차려입고 공연장에 한 시간 전 입장하였다. 관객들 중에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다. 음악을 즐기는 것은 나이불문이구나 하는 생각과 음악에 대한 애정에 놀랍다. 부르크너 교향곡 7번, 슈만과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백발의 지휘자 손끝을 따라 수십 명의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악기가 내는 소리는 모두 다를진대 연주자들이 내는 소리는 하나의 하모니로 창조되고 있다. 서곡, 협주곡, 교향곡을 완전 이해는 못하지만 아침부터  몇 번 들어서인지 자장가는 되지 않았다. 연주는 목가적이고 유려한 선율로  웅장하고 격정적인 사운드로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졌다.

 연주곡이 모두 끝나자 관객들이 터트리는 테이프가 꽃이 되어 무대로 던져졌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을 찾아가서 소개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한다. 아름다운 시드니!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개관 50주년 기념을 이곳에서 축하하다니 기쁘다.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퇴장한 무대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소리의 여운이 잔잔하게 심장을 두드린다. 평소와 달리 늦장을 부리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도 다시 앉아준다. 성큼 용기 내어 온 게 너무나 잘한 일이었다.

내 몸을 화려한 명품옷으로 치장한다고 해도 내 영혼을 만족시켜 줄 수는 없을 거다. 예술은 다르다. 비싼 자장가가 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었기에 이런 희열이 온 거다. 밥을 안 먹어도 배 부르다는 말이 이럴 때 나온 것임을 알 것 같다. 밤 깊은 시드니 거리를 한 시간을 걸어오며 대화의 주제는 음악이라니. 우리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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