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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6. 2023

젊어지고 싶거든 골드코스트로 가자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중간지점에 위치한 숙소는 호숫가 주변이지만 낮과 밤이 달랐다. 저녁 7시쯤에 호숫가 길이 궁금해서 산책을 나갔다. 저녁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없다. 인적이 끊긴 길은 어둠만이 호수에 잠겨 있다. 겁을 먹고 들어왔다. 호수가 바로 앞인 멋진 뷰의 근처는 주택가만 있고 음식점이나 가게가 없다. 상가는 주로 주택가 안쪽이나 큰 도로 주변에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귀가 시간이 오후 세시부터 이뤄지고 저녁은 가족끼리 한다. 호숫가 산책을 아침으로 미루고 우리도 저녁 있는 식탁을 차렸다. 현지산 상추쌈에 와인을 곁들여 단백질을 과도하게 먹으니 졸린다.


 강렬한 아침햇살이 커튼을 뚫고 쏟아져 들어온다. 호수는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게으름도 잠시 접고, 길 위의 인생이니 신발끈을 맨다. 바다만큼이나 넓은 호수의 크기에  놀랍다. 호숫가와 하늘은  하나 되어 에메랄드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에메랄드로인데 바로 이런 빛깔이라니 가져갈 수 없으니 눈에 가득 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달리고, 수영하고, 카누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 일상인 듯 어색하지 않고 여유롭다. 사람들이 호수를 거닐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하고 있다.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좋은 일이 나 보다. 알아들을 수 없으니 미소만 보낸다.

커피가게 앞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여자 한 분이 다가온. 그녀는 내 신발이 편해 보인다고 어디서 샀냐고 묻는다. 남대문에서 샀다니, 그곳이 어느 쪽에 있는 문이냐? 오호! 대한민국 남대문시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림으로 그려줄 수도 없어서 난감해졌다. 그녀의 눈에 밟힌 4만 원에 산 운동화를 벗어줄 수 없어 뒷걸음질 치며 그곳을 벗어났다.  호숫가 마을을 산책하고 있는 동양인은 우리뿐이니 이들에게는 신기했을 것이다. 신기해서 쳐다보니 신발이 눈에 들어왔고  신발이 맘에 들었나 보다. 남대문시장에 가면 바다와 호수 빼고 다 있는데 이들이 그것을 모르니 안타깝다.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장장 70km 정도로 끝이 안 보인다.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의 스케일이 시각을 압도한다. 어느 쪽에서 접근해도 금빛 모래가 기다리고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이름 그대로 서퍼들의 천국, 정말 서퍼들이 많았고, 비록 이 몸은 그 대열에 끼지는 못해도 선남선녀 서퍼들의 실력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파도가 높아  마치 워터파크에서 즐기듯 신나게 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바닷물에 이라도 담그고 가야지. 자신감은 실행이다. 오래된 수영복에서 삐져나온 군살을 주섬주섬 집어넣으니 대강 실루엣이 나온다. 파도가 밀려오는 곳을 향해 달렸다. 파도는 낯선 이를 격하게 환영하는지 물을 배부르게 먹여준다." 엄마야"! 소리가 파도에 묻힌다. 놀라움도 잠시 파도 속에 갇히니 몸이 편해진다. 저 바다에 누워 쉬고 싶다. 아차! 파도는 그리하면 안 된다고 해변으로 밀어낸다.

골드코스트의 모래는 어쩜 이리도 고울까! 밀가루처럼 곱다. 靜이 動으로 표현되는 곳. 해변의 귀여운 십 대로 보이는 소녀들이 춤을 춘다. "깔깔깔 " 무엇이 그리 신난 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학원이 아닌 해변에서 우정을 쌓고 추억을 쌓는다. 아름답다. 금빛모래를 담요 삼아 모래 속에 푹 빠져있는 이들, 햇살을 이불 삼아 선탠 중인 이들 모두가 골드처럼 빛난다.

해변금빛 모래들이 발가락 사이에서 꿈틀꿈틀 장난을 친다. 간지럽다. 해변은 우울할 틈이 없다. 하하하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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