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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6. 2023

브리즈번에서 살고파라


사촌언니의 손주가 브리즈번에서 고교 축구팀 대표선수  뛰고 있다. 큰 손주가  한국에서 태어나 유치원에 들어갔더니 다들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한국 사교육의 현실을 깨닫고 호주로 이민을 온 2세대다. 오늘은 손주가 뛰는 경기가 있어 골드코스트 경기장에 왔다. 이곳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해서 학업성적이 우수해야 선수로 선발된다. 운동을 그만두어도 학업에 지장이 없으니 부모입장에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선수활동을 장려한다. 경기장에는 학교급별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운동 중이다. 어느 선수들처럼 가족들의 응원열기가 대단하다.

김민승! Fighting! 수줍어하는 녀석을 응원하기 위해 대가족이 모였다. 이곳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한 템포 느려서 순주 녀석이 애타서 어쩔 줄 모른다. 우리도 속이 탄다. 손주는 그 누구 보다 타고난 한국인 특유의 근성에 발이 빠르고 몸이 펄펄 난다. 경기는 6대 1의 우수한 성적으로 이겼다. 손주는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이곳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지만, 태권도 한방으로 인기를 독차지한 저력이 있다. 크게 될 인물이다.

우리가 브리즈번까지 오게 된 배경은 조카가 엄청나게 잘 나가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찾아보고 싶었다. 조카부부는 은행을 다니다가 카페에 관심이 있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아예 사표를 내고 사업으로 확장하여 성공하였다.

조카는 'cafe cherrybeans' 사장이다. 한국인 특유의 진심과 성실을 갖추고 한분 한분에게 정성을 다하니 다시 찾아오고 싶게 만든다. 조카는 손님이 마신 차의 종류를 외우고, 몸을 낮추어 접대하니 매너에  반하고, 커피와 차의 재료 경비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니  손님들이 그 진심을 알게 된 것이다. 현지인들이 엄지 척하는 이유이다.  외국에서 정착하여 성공한다는 것은 현지인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했다고 말한다. 모처럼 여행길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만 봐도 뭉클한데 조카의 카페에서 런치메뉴로 식사까지  하게 되니 맛난 리뷰를 여기저기 올리고 싶다.

"고생 많았다 "

84세 형부랑 75세 언니는 아들의 초대로 브리즈번에 오신 김에 말 통하는 우리끼리 크루즈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크루즈는 식사를 겸하여 두 시간 동안 호수를 둘러보게 된다. 연세가 있으시니 액티비티 한 관광이 어려워 선택하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감성적인 형부의 카메라는 호숫가 바로 옆 백억이 넘은다는 주택들을 열심히 찍으시며 이곳이 부자동네라고 하신다. 고가의 주택들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값이 아닌가!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호수와 바다, 하늘을 백억보다 더 비싼 보배로운 눈으로 보고 기억에 저장한다. 영국에서 온 마리 씨는 우리에게 다가와 사진도 찍어주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걸어왔다. 통성명과 어디에서 왔는지 등,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와 사진도 찍어주며, 런던에서 인천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크루즈 투어는 예약제이고 가격도 있는 편인데도 날마다 완판이다. 투어는 선장복장의 신사가 영국식 발음의 영어로 설명한다. 긴 설명 중에 알아들었던 말은 2032년 하계올림픽이 브리즈번에서 열리게 되어  많은 호텔들이 건설 중이란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시니어들인데 9년 후에 다시 오길 바란다. 다시 만나면 본인이 와인을 쏘겠단다. 

9년 뒤인데도 기약이 없게 들린다. 언니는 손주가 국가대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때 축구경기가 블루코스트에서 열릴 거란다. 두 분이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그래서 꼭 손주의 경기를 응원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브리즈번은 공기가 맑다.

브리즈번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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