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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7. 2023

캥거루와 코알라를 만나다

캥거루와 마주쳤다. 한 마리가 보이더니 여기저기에서 깡충깡충 뛰어 다. 호주에서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다. 처음 본 녀석들의 출몰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레이크사이드 cc의 필드에는 캥거루 공원인 듯한 착각이 들게 수십 마리가 살고 있었다.

초원의 나라 호주에는 골프장이 많다. 한국에 비해 대여 장비 포함해서 가격이 절반 이하이다.

"호주에서 골프 좋지." 가격도 착한데 남편의 제안이 나쁠 리 없다.

하루 전 예약도 가능하다. 거기에다 캥거루까지 보게 될 줄이야. 골프장에는 캥거루들이 워낙 많아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무관심이다. 우리만 이들을 보느라 골프는 후순위로 밀렸다. 녀석들은 공에 맞을지도 모르는데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쳐다본다. 덩치는 큰데도 귀엽다. 골프를 치는 홀마다 녀석들이 갤러리가 되어 준다. 이들이 풀을 뜯어먹으니 잔디를 깎을 필요도 없고 농약도 하지  친환경 골프장인 셈이다. 캥거루의 동글동글한 분비물을 밟은 일 빼고는 신기하고 재미난 체험이다.

"어머나" 어미 배에 담긴 아기 캥거루가 살짝 고개를 내민다. 뱃속에서 젖을 빤다.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있다. 캥거루가 배에 있는 주머니에 자식을 넣고 기르기부모에게 너무 의존하는 자식을 말하는데 막상 배주머니에 있는 새끼는 굉장히 치열한 과정을 거치면서 어머니 배에 들어간다고 다. 태어난 직후 앞발만 써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정시간 내에 배주머니 안으로 기어올라가 젖을 먹고 자라야 하며, 아무리 오래 있어도 1년이면 반드시 독립하게 한다. 배주머니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터라 새끼 캥거루 중 일부는 배주머니를 찾지 못하고 끝내 죽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는 귀여운 모습과 달리 캥거루는 전신 근육이 발달하고 발톱도 날카로워서 덤비면 위험하다 녀석을 만나기 전 1M 전이다.

캥거루의 머릿수가 호주 국민보다 1.5배 더 많다니 호주는 캥거루 나라다.

캥거루가 호주의 상징이 되어 호주국장에도 들어가 있고 축구국가팀 별명도 사커루다.

브리즈번을 떠나기 전 반나절의 시간이 남았다. 코알라를 만나지 못해 시내에서 20분 거리의 론파인으로 갔다. 론 파인은 코알라 보호구역이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코알라가 이곳에 산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잎 사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았다.

유칼립투스 잎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 때문에 다소 취한 듯 하루 20시간을 잔다는 설이 있다,  유칼립투스 잎을 먹은 어미의 분뇨를 새끼에게 먹이면 아기 체내에서 살균작용이 된다니 인간의 초유처럼 면역력을 키워주는 점에 신비스럽다.

코알라가 워낙 잠에 취해 있으니 눈을 뜬 코알라를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온 말인지 눈을 뜬 코알라를 만나야 행운이 있다고 전해진다. 소풍온 아이들과 어른들이 행운을 기다린다. 꼬마들이 지치기 직전에 억지로 눈을 떴다 감았다. 다시 졸린 지 감는 눈이 귀엽다. 코알라의 눈뜬 장면을 보는 게 심봉사의 눈뜬 장면만큼 기분이 좋다. 이게 행운이지. 녀석은 행운 따윈 관심도 없고 가지에 엉덩이를 붙이고 펑퍼짐하게 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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