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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8. 2023

인생 2막의 서곡은 여행이었다.

시드니 공항 34번 게이트에 한국말이 들린다. 25일간 무사 안녕은 순전히 여행자보험 덕분이다. 출발 전 혹시나 해서 가입했던 보험은 우리를 지켜준 셈이다. 자유여행을 꿈꾼다면 여행자보험은 필수다. 아무리 보험금이 높다 하더라도 욕심내는 순간 사고는 일어난다. 우리는 마음을 비워 사고보상액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늦은 밤 운전은 절대 피했다.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도 좋게 좋게 지냈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착한 인상에 친절하다. 잘 들리지 않는 영국식 발음과 비싼 물가만 빼면 완벽한 여정이었다.

베스트기사님은 수염이 많이 자랐다. 귀국하는 날에 수염 덕분에 항공기승무원 게이트에서 경로 우대를 받아 빠르게 수속을 마쳤다. 노인대접에 기분이 좋다니.

호주와 시드니를 묶은 이번 여행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에 하나로 꼽는다.

핵전쟁 또는 소행성 출동 등으로 인류 문명의 종말 위기가 닥쳐도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단연 1위와 2위다. 왜일까? 전쟁의 위협과 분쟁이 없이 평화롭다. 자연과 넓은 국토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사람을 살리는 것들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물가 빼고 너무나 맘에 들었기에 눌러앉아 살고 싶을 정도다. 초원과 하늘의 푸른색과 하늘색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곱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걸렸던 감기가 뚝 멈추고 멍멍하여 답답하던 귀와 컬컬하게 소리 나는 목도 많이 좋아졌다. 이곳에 산다면 백세까지는 확실하겠다.

여행은 발로 읽는 독서다. 여행기간 동안 만보 이상은 저절로 걸어졌다. 걷는 동안에 사유하고 성찰하니 길 위에서 답이 찾아졌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은 신만 주는 게 아니었다. 길을 걸으니 건강해지고 자연을 만나니 생각이  착해졌다.

마음을 현실로 데려와서 그리운 나의 집으로 간다. 즐거운 곳에서 더 오래 있으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다.

아내가 묻는다.

"우리 또 어디 갈까?"

어느새 우리는 역마살이 근육으로 단단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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