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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pr 20. 2023

우리 나이가 어때서

부부나이를 합하니 130세. 

100살까지 사는 고령화사회다 보니 우리 나이는 아직 팔팔한 십 대. 

가장 좋은 나이 60대란다.

"퇴직하고 뭐 하실 거예요?"

지인들은 셀 수도 없이 질문하였다.

내 꿈이 궁금한 게 아니고 40년 동안 한길만 걸어왔으니 남은 에 대한 염려의 말이다.

내 꿈은 공부, 취업, 결혼, 부자. 등등이 될 때도 있었다. 꿈은 사는 것이었고  열심히 살다 보니 생애 주기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노년기라는 단어를 절대 거부하고 고상한 시니어 세대라는  용어로 쓰지만 그 말의 뜻을 누가 모를까!

"해외여행이 꿈이에요"

일초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해외여행이 꿈의 1순위에 들어 있다. 나도 그랬다.

'그래! 가자.'

큰소리는 쳤는데 공항까지 가기에는 멀다. 경제적, 시간적, 신체적 조건이 뒤따르는 일이라 용기보다 앞서 결정할 게 많다. 하루에도 머릿속은 가느냐 마느냐 맴맴거리는 생각뿐. 매일 먹고 자고 일상을 보내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우리는 시공을 옮겨 가는 먹고사는 비용은 같을 거라고 주판을 두들겼다

 못할 것 없지. 결단은  빛의 속도다.

남편은 첫 퇴직 이후 재취업을 한 직장에서 지난 9월에 은퇴를 하였다. 2년 전 은퇴한 아내와 의기투합한다. 두 다리가 멀쩡하니 못 떠날 이유가 없다. 어디 어디에 소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일상이 찾아왔는데 이 때다.

운전도 힘들어질 나이가 가까워지는데 서두르자. 마음이 청춘이니 용기를 낸다.

봄이 찾아왔건만 날씨는 뿌옇다. 미세먼지가 위험 수준이다.  비염을 달고 사는데. 몸은 소중하니까, 공기가 맑은 곳으로! 가즈야! 이번 여행도 자유여행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천국 다음으로 좋다는 뉴질랜드와 40대 때 다녀온 호주까지를 묶었다. 여행작가이고 싶은 60대 부부가 설계한 패키지여행이다.

인생의 남은 날이 여생(餘生)이라지만 우리는 여행(旅生)이라 해석하며 살려고 한다.

자유여행은 여정 자체가 모두 스스로 계획하여야 하니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말이 자유지, 실제는 모든 게 우리가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일정이 정되니 가고 싶은 장소, 교통편, 숙소, 식당 등등을 출발하기 전에 확정되어야 여행짐을 꾸릴 수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큰 결정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을 위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하였다. 우리의 교통편은 항공과 렌터카, 버스를 이용하고 가급적 매일 만보 걷기를 필수 여정으로 계획하였다.

부부가 의기투합한다고 해도 자유여행이라는 무게가 크기에 떠나기 전부터 의견 대립과 조율이 제일 어려운 점이었다.

여행준비는 각자 역할에 따라 남편은 교통편 과 숙소를 예약하고, 아내는 여행지 경로를 짜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정하였다

여행지의 교통편은 우리의 발이 되기에 최소의 경비로 중간정도의 만족을 목표로 교통수단을 결정하고 예약하는 것도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고 예약시점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항공편이나 여행사이트의 숙박업소를 많이 접속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기현상도 발생한다는 속설도 실감했다.

여행지의 날씨 또한 예보가 확실치 않아 사계절에 맞추어 준비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비약도 고루고루 만병을 다 치료할 약들을 구입하였다. 우리는 준비과정에서 시작은 즐겁게 의논하다가도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부지기수였다. 여행에 대한 낭만과 기대감이 준비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아 떠나기 전부터 심신이 지치는 것을 조심해야 다.

가급적이면 참자. 좋다. 좋다로 나가려고 애썼다. 남편은 수시로 업그레이드 의견에 말없는 침묵을 보냈지만, 긍정일 것이라 해석하며 사계절을 다 겪게 될 트렁크  2개 무게의  짐이 가득 채워졌다.

에이그 그!  

시작이 절반이라더니 삭신이 쑤신다.  

내 나이가 어때가 어째 수상하다.

"못 말리는 60대 청춘이어라."

큰소리치고 보자.

저지르기 쉬운 여자와 말없이 참는 남자의 여행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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