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 하버드 + 교수님 = ?
<최재천의 공부>
'서울대, 하버드, 대학교수' 세 낱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공부'입니다. 동네에서 공부깨나 했다는 사람들도 저 낱말 앞에서는 어깨에 힘 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 카드를 모두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동물 및 생태학으로 유명한 최재천교수님입니다. 예전부터 이분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저 이분의 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공부'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습니다.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 제목에 낚였습니다. <최재천의 인생 조언>이 차라리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국영수 성적 올리는 방법, 서울대나 하버드 합격하는 법, 대학교수 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제목을 이렇게 뽑았을까요?
국어사전에서 공부라는 낱말을 찾아봤습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랍니다. '서울대 합격하기 위해 잠 안 자고 문제 푸는 행위'가 아니었죠. 다시 책 제목을 봤습니다. 녀석이 씩 웃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어때, 제목 잘 지었지?'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는 최재천 교수님이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제목과 내용이 완전 일치했었죠.
다시 제목을 봤습니다. <최재천의 공부>에서 끝나지 않네요. 괄호 안에 뭔가 더 적혀 있습니다.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도 있었네요. 처음 봤을 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책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이 길다는 사실을 알아챘어요. 꼭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이렇습니다. 제목도 제대로 안 읽고 문제부터 풀려고 합니다. 아참, 책의 핵심이 뭐냐고요?
1. 독서는 빡세게 해라
2. 토론 중요하다(생각정리+표현)
3. 시간관리(30분씩 잘라서/미리미리)
저에게 와닿은 건 크게 이 3가지였습니다. 뭔가 익숙합니다.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보던 문구들입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교수님이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활짝 열립니다. 좀 더 자세히 정리해 볼까요?
먼저, 독서는 전투적으로 해야 한답니다. 인간의 눈은 입체적인 것을 보기 좋도록 진화했답니다. 자연계의 모든 물체는 3차원이니까요. 하지만 책은 2차원입니다. 평평한 종이 위에 검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눈에 엄청 안 좋은 행동이랍니다. 느긋하게 휴식할 요량으로 책 읽을 거면 딱히 추천하지 않는답니다. 그거 말고도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요. 대신 이왕 눈을 혹사(?)시킬 거면 빡시게 하랍니다. 지식 습득을 위해 전투적으로요.
두 번째로 토론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저도 밥벌이를 이쪽으로 하다 보니 더 관심 있게 봤습니다. 미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토론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교육을 못 받아서 아쉽답니다.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 정리가 필요하답니다. 기본은 당연히 독서고요.
마지막으로 시간 관리 방법도 알려주십니다. 중요한 일은 일주일 전에 마무리하래요. 하루에 시간은 30분씩 잘라서 쓰고요. 하버드 학생들이 다 그렇게 한답니다. 걔네들은 동아리활동하면서 다 노는 것 같아도 아니래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답니다. 그렇게 해야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대요. 교수님께서는 그걸 배워 오셔서 대학 제자들에게 써먹으셨답니다. 학부생들에게 과제를 무지막지하게 줬대요.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학점이 안 나오게 설계했답니다. 제가 대학생 때 교수님 수업 들을 수 있었으면 중간고사도 못 치고 낙제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와닿습니다. 차이는 무엇일까요? 직접 해 본 사람이 말해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독서, 토론, 시간관리 중요성은 전 국민이 다 압니다. 문제는 꾸준함이죠. 하루 이틀 하는 건 저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저렇게 사는 건 차원이 다릅니다. 교수님은 그걸 해냈고, 지금도 하고 계십니다.(1954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70세)
얼마 전,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은 겸손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매일 자율학습을 했대요. 이거 보고 기겁했습니다. 저 말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친 날도 자습했다는 소리입니다.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공부를 한 겁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당연히 저러지 못했습니다. 시험 친 날이면 친구들과 함께 놀러 나갔습니다.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이었죠. 하지만 공부에 도가 튼 사람은 달랐습니다. 제가 노래연습장에서 코팅된 책을 넘기는 동안 그 친구는 오늘 친 모의고사를 넘겼겠습니다.
요즘 유행에 따라 저도 자기계발을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려고 노력합니다. 근데 잘 안 됩니다. '10분만 더 잘까?', '오늘만 좀 쉴까?'제 안의 악당이 속삭입니다. 그걸 이기고 꾸역꾸역 일어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들과 실랑이한다고 에너지를 다 써버렸습니다. 자기계발에 써야 할 기력을 미리요.
문득 고등학교 시절 공부 잘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에게 이렇게 물어봤었습니다. "넌 어떻게 아침에 그렇게 잘 일어나? 더 자고 싶을 때 어떻게 이겨내?" 친구가 대답해 줬습니다. "그냥 일어나는 거지, 뭘 고민해?" 우문현답 현실판이었네요.
'Just do it'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문구입니다. 그냥 하랍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거, 뇌를 비우고 그냥 해야겠습니다.
최재천, <최재천의 공부(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를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