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이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두 번 연달아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저는 원래 블로그를 했습니다. 꽤 열심히요. 주제는 잡탕이었습니다. 육아, 서평, 정보성 글을 올렸죠. 그중에서도 나름 인기가 있던 건 바로 학교 이야기였습니다.
유튜버처럼 공개수업했던 날, 학생들과 안전신문고로 동네 바꿔본 이야기, 물려받은 교실 청소한 썰 같은 걸 올렸습니다. 간이 작은 편이라, 학생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
독자는 누구였냐고요? 보통 현직 교사였습니다. 블로그 자체가 선생님들을 타깃으로 한 거였거든요. 평소엔 학급 경영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 소식, 정책 해석 등을 올렸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질 만하면 학급 에세이 한 편씩 끼워 넣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에피소드 하나를 올렸습니다. 그 글도 알고 보면 정보성 글이었어요. 교사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 정리한 글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거였죠.
1. 상황: 교실에 외계인이 나타났다.
2. 대처방안: 학생들을 대피시킨다. 안전을 파악한다. 상황을 보고한다. 재발방지 대책을 세운다. 그런데, 외계인 못 막았다고 처벌받을까? 법률자문도 구해본다.
대충 이런 거였습니다. 내용도 알차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에 계신 다른 선생님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았죠. 본문은 얼추 뽑았어요. 그런데 이거 제목을 어떻게 뽑아야 할까요? 머릿속에 보기 두 개가 떠올랐습니다.
보기1: 외계인을 만났을 때 교사의 대처방안
보기2: 수업하다가 외계인 만난 교사가 바로 접니다.
본문에 더 부합하는 건 전자입니다. 하지만 왠지 후자를 고르고 싶었습니다. 홀린 듯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글 하나당 조회수는 보통 500에서 1,000 사이었습니다. 어느 글이든 대충 그 사이에서 수렴했어요. 그런데 그 글은 무려 16,000명 넘게 읽어주셨습니다. 무단 캡쳐본도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각종 커뮤니티에서 제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댓글도 장난 아닙니다. 기억나는 것만 몇 개 추려 보자면
-외계인도 하나 못 막은 교사, 수업할 자격이 있나?
-얼마나 XX 같으면 외계인이 널 찾아왔겠냐
-저런 무능력한 교사에게 내 세금으로 연금 줘야 한다니. 공무원연금 개혁하라
묵직한 악플에 뒤통수가 얼얼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블로그 하다 보면 이런 건 다반사입니다. 공개된 곳에 글을 쓰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적을 순 없지만, 꽤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니 다 지나가더라고요. 이제 정신을 차리고 블로그를 재정비할 차례였습니다.
블로그는 새로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정보성 글만 건조하게 올리기로 했죠. 그런데 사람이 축 늘어지는 겁니다. 껍데기만 올리는 느낌이었거든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든 간에 제 생각이 녹아든 글을 계속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 덴 블로그에 쓰긴 무섭고, 다른 플랫폼을 알아봤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브런치입니다. 저도 스치듯 많이 봤던 플랫폼입니다. 우선 제가 영역표시를 해도 될 곳인지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와, 여기는 완전히 글빨로만 승부하는 세계였습니다. 사진이나 움짤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 딱 두 개로 결판나는 곳이었습니다. 나름 4년 차 글쟁이었지만, 선뜻 참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다른 작가분들의 수준도 장난 아니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후덜덜한 것들이 많았어요. 클릭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잠깐 분위기 염탐하려고 했는데, 눈 떠 보니 3시간 삭제당했습니다. 제목이 어떻냐고요?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실제 있는 글은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각색한 제목입니다.)
-두 발에 수갑을 차고 달리는 중입니다.
-외계인과 결혼한 뒤 이혼했습니다.
-북한이 보이는 섬마을의 이장입니다.
아니, 두 발을 묶었는데 어떻게 달려요? 소리 없는 아우성 그거예요? 그리고, 외계인하고 결혼한 것만 해도 신기한데, 이혼까지 한다고요? 뭐라고요? 그냥 섬마을 이장이 아니고, 북한이 보인다고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특출 난 것이 없습니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교사고, 길 가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아저씨입니다. 자극적인 걸로 승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습니다. 책 읽고 글 쓰기. 그걸 하기로 했죠. 누가 읽는가 몇 명이 봐주는가는 따질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서평을 발행했습니다. 당연히 조회수는 0입니다. 상관없습니다. 독자 한 명은 무조건 있거든요. 바로 제 자신입니다. 혼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아주 신났습니다.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은 아내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아내는 열심히 읽어줍니다. 물론 넌지시 퀴즈를 내면 못 맞힙니다. 스크롤을 쓱쓱 내린 뒤 라이킷만 눌러준 게 분명합니다.
아내조차 읽어주지 않는 글. 글쟁이 입장에선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이런 건 블로그 운영 초창기 때 다 겪었던 겁니다. 조회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꾸준함이 핵심입니다. 묵묵히 쓰고 발행합니다.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 꼴을 견디셔야 합니다(오박사님 톤)"
3개월이 지났습니다. 글은 25개 정도 발행했습니다. 그 사이에 10편짜리 브런치북도 발행해 봤죠. 물론 반응은..(잠깐 눈물 좀 닦고 올게요)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와 인스타에 홍보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거의 유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블로그와 인스타 그리고 브런치는 각각 색깔이 다른 플랫폼이었습니다. 체감상 이용자의 성향도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러다 또 독서를 끝냈습니다. 이제 다시 서평을 쓸 차례입니다. 박종기 작가의 '지중해 부자'라는 책을 바탕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목은 '달걀은 비싼 거 먹을래요'로 뽑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조회수가 한 자릿수를 넘기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속도입니다. 십의자리, 백의자리를 뚫더니 천의자리까지 도달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네이버, 다음, 브런치에 검색을 해 봤습니다.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어딘가 내 글이 노출되었다'입니다.
다음 포털에 접속했습니다. 직장IN 탭으로 가봤죠. 스크롤을 한참 내렸습니다. 제 글의 제목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글이 메인에 걸리다니! 감격 또 감격입니다. 한 2~3년은 해야 조회수 10을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조회수가 잘 나올 때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블로그 포스팅은 정량적인 점수로 글이 평가됩니다. 이름 모를 AI에게 평가받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달랐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사람이 평가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딘가에 계신 편집자께서 글을 읽어 주시는 것 같았죠.
그 글은 조회수가 9천을 넘겼습니다. 그 뒤로는 더 오르진 않았죠. 다른 작가님이 쓰신 글에게 자리를 내준 것 같았습니다. 다시 조회수 한 자릿수에 익숙해질 시간이었습니다.
27번째 글을 발행해야 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평소처럼 책 읽고 서평을 쓸 것인가? 아니면 다른 시도를 해볼 것인가? 이것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도전을 선택하기로 했죠.
그때 큰 시련을 겪은 뒤로, 학교 관련 에세이는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구설수에 휘말리는 게 싫더라고요.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했습니다. 결정적일 때가 되니 가장 자신 있는 걸 꺼내게 됩니다. 마침 좋은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총각 때 1학년 담임을 했던 것과, 유부남이 되어 어린이집 ot에 참여했던 경험을 버무렸습니다. 시기도 딱인 것 같았죠. 3월 중순이었으니까요. 첫 주와 둘째 주에는 1학년 선생님과 보호자 모두 정신이 없습니다. 셋째 주 정도 되면 마음이 얼추 정리될 것 같았죠. 제 글을 읽어주실 여유가 생기실 것 같았습니다.
온갖 짱돌(?)을 굴려 글을 발행했습니다. 제목도 심혈을 기울여 뽑았죠. 퇴고도 스무 번 넘게 했습니다. 그렇게 발행한 글이 '1학년 담임입니다. 화난 거 아닙니다.'였습니다.
토요일에 글을 발행했습니다. 하루 종일 앱을 들락날락거렸어요. 조회수는 2였습니다. 하나는 아내고, 다른 하나는 누구일까요?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아무 반응 없습니다. 앱을 접속하는 주기가 점점 길어집니다. 제 뜨거웠던 마음도 점점 차가워집니다. 감정의 자리에 이성이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이성이 저보고 막 웃습니다.
"ㅋㅋㅋ야... 너..ㅋㅋㅋㅋ 김칫국..ㅋㅋㅋㅋㅋ"
저도 뒤통수를 긁으며 따라 웃습니다.
"ㅋㅋㅋ... 이제 앱 안 볼게.."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출근했습니다. 바쁘게 하루를 살았습니다. 어느새 퇴근시간입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다가 폰 알림이 울렸습니다.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넘겼습니다]
꿈인가요? 현실인가요?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진짜입니다. 다음 메인에 들어가 봤습니다. 이번에는 직장IN탭 거의 첫 화면에 떠 있었습니다. 스크롤을 많이 내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세상에! 이게 진짜라고요?
지금까지 그 글은 7만 명이 넘게 봐 주셨습니다. 따뜻한 댓글도 많이 달렸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을 일주일이 저에게는 선물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며칠 뒤, 조회수는 다시 10 언저리로 내려왔습니다. 다음 글은 어떻게 할 거냐고요? 연속 세 번 메인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제 충분히 즐겼(?)고, 정말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경상도 말로 '평소맹키로' 하면 됩니다. 묵묵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또 기회가 올 것입니다.
제 글을 선택해 주신 분이 AI인지, 편집자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온기(?)를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 써 보겠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도, 따뜻한 댓글을 남겨 주신 분들께도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행복하세요!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