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떼기, 자신 있어?
강동훈 외, <평가에 확신을 더하다>
제 딸은 30개월입니다. 아직 기저귀를 못 뗐습니다. 슬슬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직 두 가지를 마스터하지 못했거든요.
1. 머리
-마려운가?
-큰 건가, 작은 건가?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가?
2. 몸
-옷 내리고 뒤돌아 앉기 가능?
-목적지에 쉬아랑 응가 배달 가능?
-마무리+뚜껑+물 내리기+손 씻기?
이 모든 걸 마스터해야 합니다. 그래야 "뗐다"라는 타이틀을 얻습니다. 한글이든, 천자문이든, 기저귀든 떼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연습이 필요합니다.
딸이 말합니다. 쉬아가 마렵답니다. 확실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답니다. 급히 변기에 앉힙니다. 그런데 하나도 안 나옵니다. 알고 보니 이미 안방에 쌌습니다. 응가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다음 날입니다. 이번엔 안 마렵답니다. 확실하답니다. 그래서 팬티를 입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5분 뒤에 황금빛 보석이 뙇!
오후엔 물어봤습니다. 쉬아인지 응가인지요. 잘 모르겠답니다. 자신이 없는 눈치입니다. 애매하면 일단 기저귀입니다. 답답하다고 발버둥 쳐도 소용없습니다.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1. 머리: 현실인식
2. 몸: 기능수행
1번과 2번을 합친 질문을 볼까요?
"큰 거야? 확실해? 지금 나올 것 같아? 혼자서 바지 내릴 수 있겠어? 휴지 사용도 돼? 물 내리기도? 손도 씻을 수 있어?"
여기서 핵심은 "확실해?"입니다. 자신 있냐는 뜻이죠. 만약 애매했는 데 성공하면 파멸입니다. 잘 모르면 모르겠다고 하는 게 낫습니다. 괜히 찍어서 맞혔다간 낭패죠. 기저귀 뗐다고 어린이집 보냈는데 거기서 보석을 뙇? 안될 일입니다.
저희 반 학생들은 기저귀 다 뗐습니다. 웬만하면 바지에 실례를 하진 않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요?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화장실 가고 싶은 거 확실해?"
"네, 지금 마려워 죽겠어요!"
"자신 있어? 혹시 안 마려운 거 아니야?"
"아오 뭐라는 거예요, 일단 다녀올게요!"
제가 학생들에게 실례했네요. 아이들은 이미 마스터였습니다. 현실인식과 기능수행 모두 전문가였죠. 의심의 씨앗을 심어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있었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럼 이런 자신감과 확신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확신평가"에 그 답이 있습니다.(확'산'평가 아님) 대략 이런 개념입니다.
[1+2는 얼마일까?]
A: (자신 있게) 3이죠!
B: (머뭇거리며) 3이죠!
C: (자신 있게) 0이죠!
B: (머뭇거리며) 모르겠어요 엉엉
옛날 같았으면 A와 B 모두 1점 얻습니다. 어쨌든 정답이잖아요. 하지만 확산평가는 하나를 더 건드립니다. 자신감이죠.
자신감O + 맞히면 = +3점
자신감X + 맞히면 = +1점
자신감O + 틀리면 = -3점
자신감X + 틀리면 = 0점
공식을 예시에 입혀볼까요?
A: (자신 있게) 3이죠!
=> 와우! 자신감 굿! 1점이 아니라 3점 드립니다!
B: (머뭇거리며) 3이죠!
=> 에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봐요! 일단 1점 드릴게요!
C: (자신 있게) 0이죠!
=> 모르면 모른다고 하자. -3점 준다...
B: (머뭇거리며) 모르겠어요 엉엉
=>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한 당신, 멋져요! 틀렸지만 감점은 없어요!
이 책은 6명의 초등교사가 썼습니다. 수년간 현장에서 적용한 것을 모았죠. 흔히 말하는 '겐또로 맞히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같은 교사가 봐도 엄청납니다.(선생님을 갈아 넣은 게 눈에 선합니다)
뭔가를 떼길 원한다면
뭔가를 마스터하길 원한다면
확신평가,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딸: 아빠, 쉬아 마려워요.
아빠: 자신 있어?
딸: 아빠 이상해요. 엄마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