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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욕해서 미안해요

론다 번, <시크릿>

by 알뜰살뜰 구구샘
15년 전

이 책은 본가 책장에서 15년 동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구매 후 한 번도 안 읽었던 건 아닙니다. 한창 유행할 때 바로 읽었죠. 하지만 긴 세월 동안 다시 읽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15년 전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책 좀 읽어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대한민국이 시크릿 열풍이었거든요.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이 난리일까 생각하며 저도 읽었습니다.


반쯤 읽었을까요? 슬슬 욕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책 읽다가 욕한 적이 잘 없는데, 그땐 진짜 욕을 했던 것 같습니다.(질풍노도의 스무살)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내용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뉴욕에 사는 한 남자가 '희한하게 생긴 깃털'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대요. 그리고 그걸 현실에서 보길 간절히 기원했다나요? 그리고 얼마 뒤, 뉴욕 고층 건물 바닥에 '그 깃털'이 떨어져 있는 걸 확인했답니다.


당시 20살의 저는 이 문구를 보고 '사기당했다'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속으로 '태조 이성계 실제로 만나고 싶다'라고 상상하면 눈 앞에 이성계가 환생해서 나타나나요? 말도 안 되는 뻥이라고 생각했죠.


모르고 까고 싶진 않았습니다. 알고 비판하고 싶었죠. 그래서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리고 본가 책장에 쳐박아(?) 두었죠.



15년 후

15년이 지났습니다. 본가 이사를 위해 책장을 정리하고 있었죠. 그런데 시크릿이 저를 쳐다보는 겁니다. "나 여기 있었어... 15년 동안... 뭐해? 다시 안 읽을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자석처럼 이끌리듯 책을 집어듭니다. 홀린 듯 문장 속으로 빠져듭니다.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신화 속의 세이렌이 저에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그놈의 깃털' 이야기에 도착했습니다. 어라? 15년 전이랑 느낌이 다릅니다. 그땐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15년 동안 책은 그대로였습니다. 바뀐 건 저였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책에 있는 글귀들이 하나하나 주옥같습니다.(진짜 '구슬'과 '옥'이라는 뜻임. 그 '주우옥같네'의 의미 아님)



비밀

제목을 다시 봅니다. 대 놓고 비밀이래요. 아니 이렇게 되면 비밀이 아니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비밀이 어디 있어요?


다 알려줘도 못 먹잖아^^


왠지 저자가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도 못 먹었죠.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아주 조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 오해해서 죄송해요 엉엉


저는 어떻게 해서 이 책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크게 2가지 이유가 생각납니다.


1) 세뇌

2) 경험


첫 번째 '세뇌'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당했습니다. 자기계발 콘텐츠를 꾸준히 듣고 보다 보니 그들의 사고방식이 저에게 스며든 것 같더라구요. 좋은 의미의 가스라이팅(?)이랄까요?


두 번째 '경험'은 블로그와 인스타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제 블로그와 인스타가 이렇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1년 동안 누가 읽든 안 읽든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조금씩 방문자가 늘어났어요!


저의 뻘글을 누가 읽어주실까 생각했는데,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괜히 또 감사하게 되네요.



15년 후

여기서 또 15년이 지나면 저는 50 언저리가 됩니다. 그때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떨지 두근거리네요. 아마 그전처럼 책장에 파묻어 놓진 않을 것 같습니다. 틈틈이 읽고 또 읽을 것 같네요.


책에는 뻔하디 뻔한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감사하라, 꾸준하라, 믿어라, 사랑하라, 비전보드써라. 어떻게 보면 부모님보다 잔소리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였습니다. '내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였죠. 이제 잔소리 해주시는 어머니도 하늘로 가셨는데, 이 책이라도 틈틈이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고마워요 시크릿!




론다 번의 <시크릿>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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