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바 마사오,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
에이스 교사를 찾고 싶은가? 그 학교 아줌마쌤들에게 물어보라. 바로 답 나온다.
아줌마쌤이 뭐냐고? 말 그대로다. '아줌마'와 '선생님'을 합친 거다. 양성 차별적 용어 아니냐고? 무슨 소리. 공평하게 아저씨쌤도 있다. 물론 쪽수는 적다. 진정한 아저씨쌤 되기 전에 자의 반 타의 반 퇴직하는 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내 미래인가 엉엉)
암튼 '아줌마쌤'은 학교 현장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두 이 타이틀을 다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아줌마+선생님'이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미션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거다. 미혼 선생님은 이 타이틀을 달 수 없다. 설령 환갑이 넘었어도 말이다.
아줌마쌤들은 위대하다. 슈퍼우먼이라고 봐도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맡은 역할이 어마어마하다. 가정에도 충실해야 하고, 본인이 낳은 아이도 챙겨야 하며, 자기 반 학생들도 보살펴야 한다. 다들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물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낑낑거리진 않는다. 연구실에 가보면 다들 고고하시다. 우아하게 찻잔을 기울이신다. 하지만 매의 눈으로 레이더를 돌린다. 그분들은 못 보는 게 없다. 흔히 말하는 '빠꼼이'다. 그분들이 왜 고수냐고?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중 세 가지만 꼽아볼까?
첫째, 웬만한 업무는 다 해봤다. 아줌마와 선생님 타이틀을 동시에 달려면 적어도 경력 10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부장급이다. 웬만한 업무가 떨어져도 다 해낼 수 있다. 초임 때부터 수없이 많은 일을 쳐내봤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쌤들은 보통 한 가지 업무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으면 그것만 10년 할 수도 있다. 정보업무도 마찬가지다. 체육업무는 말할 것도 없다. 그에 비해 아줌마쌤들의 업무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그분들은 전천후다.
둘째, 담임 경력이 화려하다. 남교사들은 가끔 담임을 맡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체육전담교사 같은 게 그 예다. 하지만 아줌마쌤들은 다르다. 평생 담임만 해본 사람도 많다.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교실 관리의 달인이 되는 거다. 그분들은 학생 눈빛만 봐도 심리 상태를 다 안다. 심지어 동료교사의 마음도 꿰뚫는다. 나처럼 쪼렙 남교사는 뼈도 못 추린다. 선생 몇십 년 하면 다들 반 점쟁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동의한다. 반박 불가다.
셋째, 전 학년을 아우른다. 보통 초임 시절에는 고학년을 맡는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으면 중학년으로 간다. 육아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관록이 쌓이면 저학년으로 간다. 이렇게 6학년 담임부터 1학년 담임까지 모든 학년을 다 해본다. 그래서 그분들은 모르는 게 없다. 남교사는 어떻냐고? 나는 담임을 10년째 하고 있는데, 못해본 학년이 2개나 있다. 특정 학년만 몰아서 받았기 때문이다.(교사라면 알 것이다. 저경력 남교사가 왜 5학년에 꽂히는지를)
그러므로 아줌마쌤들의 눈은 정확하다. 그분들이 동료에게 내리는 평가는 절대적이다.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속일 수도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 그분들은 엑스레이와 CT와 MRI, 그리고 내시경까지 합쳐놓은 완전체 스캐너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어떤 교사의 평판이 궁금한가? 같이 근무하는 아줌마쌤들 5명에게 물어보라. 그럼 이런 대답을 받을 수 있다.
1. "그쌤? 괜찮지~"
2. "그쌤? 완전 존경하지. 자기 반도 잘 챙기고, 동료 샘들도 케어하잖아. 심지어 업무 능력도 좋고. 내년엔 그쌤이랑 동학년 하면 좋겠다."
그 누구도 욕하지 않는다. 아줌마쌤들이 어떤 분인데. 이 바닥에서 뒷담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해도 겉으론 좋게 얘기한다. 다들 학생 생기부 작성으로 단련된 분들 아닌가. 제자의 못난 부분이 있어도 어떻게든 발전 가능성을 써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아줌마쌤들은 좋은 말만 하신다. 욕 박는 사람 없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어떤가. 리스펙이 느껴진다. 심지어 내년에 동학년을 하고 싶다고? 이거면 게임 끝난 거다. 더 볼 것도 없다. 요새 말로 육각형 인간이라는 뜻이다. 믿고 거르는 게 아니라, 그냥 믿으면 된다. 그런 능력자를 본 적 있느냐고? 나도 10년 동안 한두 명 만나봤다. 운 좋게 말이다. 그분 특성이 어땠냐고? 말 그대로 완전체 에이스였다.
1. 온화한 미소
2. 수업 잘함. 자기 반 잘 챙김
3. 업무 능력 최강
4. 자기에겐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
5. 심지어 돈도 시원하게 씀
6. 직원체육(배구)도 엄청 잘함
그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본인이 리스펙 받고 있는 거 아냐고. 본인도 안다고 했다. 멋쩍게 웃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추가로 물어봤다. 본인이 다른 쌤들에게 인정받는지 안 받는지 알고 싶으면 뭘 보면 되냐고 말이다. 직접 아줌마쌤들에게 물어볼 순 없지 않은가. 능력자께서 바로 답변해 주셨다.
"아줌마쌤들한테 전화 많이 받아요?"
이게 지표란다. 물론 퇴근 후 사적인 통화를 말하는 게 아니란다. 근무 중에 걸려오는 전화를 말하는 거라고 했다. 본인도 전화 많이 받았단다. 그런데 웃긴 건, 대부분의 질문이 그분 담당 업무와 관련 없었다는 거다. 멀쩡히 업무담당자를 놔두고 왜 그분에게 물어봤을까? 뻔하다.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이 책,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의 저자 호리바 마사오도 그렇게 말한다. 여자 사원의 존경을 받는 사원은 성공한다고. 그냥 호감 정도가 아니란다. '존경'을 받아야 한단다. 그 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의 인성부터 능력까지 한 방에 알 수 있단다.
나는 어떤 스타일이냐고? 육각형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왜냐고? 포용력이 빵점이니까. 평소에도 진지 한 사발 드링킹한 면상으로 복도를 걸어 다닌다. '나 열라 바쁘니까 건드리지 마소!'라고 느껴질 게 뻔하다. 그런 녀석에게 뭘 어떻게 물어보냐. 그러므로 나는 아줌마쌤들에게 인정받긴 글렀다.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글을 쓰다 보니 반성하게 된다. 죽상 좀 풀고 다녀야겠다. 헤헤.
사진: Unsplash의Jon Ty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