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찾아봤죠. 밀과 쌀까지 올라갔습니다. 결국 인구랑 관련이 있더군요.
-동양: 연간 강수량 많음. 논농사 가능. 쌀이 밀보다 낱알 효율 좋음. 서양에 비해 인구 더 많아짐
-서양: 연간 강수량 동양에 비해 적음. 밀농사함. 밀은 쌀보다 낱알 효율이 별로임. 동양에 비해 인구 적음
그러다 목화가 전 세계로 퍼집니다. 모든 사람이 100% 순면의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너도 나도 면직물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왕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립니다.(물론 픽션입니다)
한 달 준다.
면직물 1000장 채워라.
동양 신하가 사람을 모읍니다. 1000명이 모였습니다. 1인 당 베틀 한 개씩 쥐어줍니다. 컨베이어 벨트 안 돌려도 1000장 금방 뚝딱입니다.
서양 신하가 사람을 모읍니다. 100명이 모였습니다. 1인당 10장씩 만들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도망갑니다. 신하는 열이 받았습니다. 차 한 잔 하며 열을 식히기로 했습니다. 물을 끓였습니다. 그런데 왠 걸요? 물이 끓으니 뚜껑이 달싹거리네요? 아! 이걸로 증기기관을 만들기로 합니다. 기계를 돌리니 한 달에 1000장은 사뿐합니다.
산업혁명은 인과관계의 시대입니다. 물에 열을 가하면 끓습니다. 차가워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물이 우유로 변하지 않습니다. 원인이 정해지면 결과는 뻔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녀석이 등장합니다. 정신분석학입니다. 프로이트가 만들었죠. 이드, 자아, 초자아, 의식, 무의식으로 유명합니다.
프로이트는 산업혁명시대 사람입니다. 원인과 결과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하죠. 저서 <꿈의 해석>에도 그런 성향이 잘 느껴집니다.
100년이 지났습니다.
우린 아직도 그의 세계관 안에서 삽니다.
한 학생이 있습니다. 다른 친구를 괴롭혔대요. 어른들이 상담을 합니다. 가정사를 알게 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 무관심한 어머니"
원인 찾았습니다. 결과가 이해됩니다. 두줄 요약합니다.
(원인) 잘못된 육아
(결과) 청소년 비행
속이 시원합니다. 꼬였던 매듭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거,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도 되나요?
이 책의 저자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아들이 어떤 짓을 저질렀길래 책까지 냈을까요? 예상되는 보기를 추려봅니다.
1) 친구를 때려 다치게 함
2)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불려 감
3) 왕따를 주동함
이 정도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다릅니다. 그녀의 아들이 했던 걸 정리하면
1) 친구와 둘이서 총기 난사함
2) 총기난사 장소: 고등학교
3) 학생 12명, 교사 1명 사망
4) 가해자들도 스스로 목숨 끊음
저자는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의 엄마였습니다. 그녀는 사건 전후의 상황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완전 어릴 때부터 있었던 일도 기록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엄마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육아에 관심 많았습니다. 생명존중과 예의범절을 수시로 가르쳤습니다. 행동으로 모범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총기 난사범이 되었습니다.
읽을수록 소름이 끼칩니다. 제가 하는 육아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생명존중 중시합니다. 예의범절 알려줍니다. 모범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녀와 저의 육아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이제 '엄마 아빠가 그 모양이니 애가 저렇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인과관계로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부모가 열심히 육아하면 아이는 무조건 잘 크는 거 아니었어요?
급발진이 무서운 이유는 인과관계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엑셀을 밟으면 속도가 올라야 합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춰야 하죠. 그런데 급발진에겐 그런 거 없습니다. 브레이크 밟아도 앞으로 나갑니다.
이런 급발진은 무섭습니다. 생명에 위협을 주기 때문입니다. 운전자의 목숨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급발진과 육아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과관계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급발진은 예고가 없지만, 육아는 있대요.
지은이는 말합니다. 아들이 신호를 줬대요. 힘들다고 한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대요. 그냥 사춘기인 줄 알았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그 신호를 놓치지 않을 거랍니다. 티 안 내려 노력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랍니다. 뭐가 고민이냐고, 다 들어줄 테니 이야기해보라고 할 거래요.
저자는 이 책을 내기 전까지 고민했답니다. 피해를 받은 유가족들에게 실례가 될까 걱정했대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냈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피를 토하면서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보내는 사소한 신호, 놓치지 말고 들어주세요. 다른 아이뿐만 아니라, 당신의 아이도 구할 수 있습니다."
딸아, 아빠가 눈치 챙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