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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Jan 20. 2024

미친 어도비, 이거 실화냐?

[택1]

1. 영상 편집시간 줄이고 + 대충 올릴까?

2. 영상 편집시간 늘리고 + 따님 울릴까?


나는 무엇을 선택했을까? 1번? 2번? 그 어느 것도 아니다. 3번을 선택했다. 그건 바로


3. 영상 편집시간도 줄이고 + 따님이랑 좋은 시간도 보내고 + 영상 퀄리티도 확보하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요새 기술 좋더라. 아니, 미쳤더라.



며칠 전,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봤다. 그 유튜버는 구독자 수가 200만이 넘었다. 당연히 영상에 자막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웬걸? 목소리랑 자막이 다른 거다.


-목소리: 그럼 이만

-자막: 그럼 e만


경상도민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2에 e승, e에 e승..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이만'과 'e만'은 완전 다르게 읽어야 한다. 근데 이걸 틀린다고? 자막 뭐야 이거?


자막 쓰는 직원이 실수했나? 그럴 리가 없다. 이 채널은 그렇게 경거망동(?)하는 컨셉이 아니다. 진중한 주제를 다룬단 말이다. 그런데 e만? 왜지? 설마?


'이거 혹시 AI가 받아썼나?'


킹리적 갓심이었다. 바로 검색창에 물어봤다. '영상편집 자동자막'이라고 쳤다. 그랬더니 웬걸? 신세계가 똭 펼쳐지네!


[프리미어 프로 자동자막]


역시! 어도비 자네야!!! 네가 해낼 줄 알았어! pdf 열 때마다 나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밥값 했구나!



나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몇 개 써봤다. 폰으로는 비바비디오, 블로 같은 걸 이용했다. pc에선 주로 파이널컷 프로를 썼다. 하지만 프리미어 프로는 써본 적이 없다. 왜냐고?


-파이널컷 프로: 맥북에서 쓸 수 있음. 2~30만원 결제하면 평생 무료

-프리미어 프로: 맥북+윈도우 상관없음. 월 23,100원 구독


약정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파이널컷 프로를 썼다. 이건 맥북에서만 돌아간단다. 그래서 처음으로 애플 제품을 샀다. 그전까진 안드로이드만 주구장창 썼던 나다.


물론 지금은 맥북이 없다. AS가 노답이더라. 그래서 당근했다. 살 때 300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 팔 땐 100만원 정도에 팔았다. 애플이 가격 방어 잘 된다고 헛소문 유포한 사람은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 가격 방어는 무슨. 암튼 지금은 pc로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뭐라도 사야 했다.


'파이널컷 프로나, 프리미어 프로나 다 같은 프로잖아. 비슷하겠지 뭐.'


프리미어 프로를 사기로 했다. 자동자막 된다잖아. 23,100원 바로 결제했다. 그리고 신세계를 맛봤다.



프리미어 프로는 미친 프로그램이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것이 분명하다. 편집에 소요되는 시간을 엄청나게 줄여준다. 이건 안 쓸 이유가 없다. 23,100원이 아니라 23만원이라도 써야 한다.


[킹갓제너럴 기능]

-내 목소리 알아서 분석해서 자막으로 변환해 줌

-음성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 칼같이 맞춰 자막 달아 줌

-사운드 비어서 심심한 구간, 클릭 한 번에 일괄 삭제 가능


이게 실화인가?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기능들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이걸 월 3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이제 pdf 파일이 속 썩여도 눈감아 줄 수 있다. 외쳐보자 어도.. 아니, 킹도비!!!



유튜브 시작하기 전까지 가장 고민했던 게 있다. 그건 바로 편집 시간이다. 자막 씌우고, 싱크 맞추고, 사운드 비는 구간 일일이 찾아 들어내고... 이거 완전 중노동이다. 육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영상 편집까지 하는 건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다.


그런데 죽을 필요가 없다. 지금은 AI시대였다. 기계가 알아서 다 해줬다. 덕분에 나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그 시간에 따님과 놀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 영상 한 편씩 업로드'도 지킬 수 있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영상을 올렸다. 일주일 정도 올렸을까? 지인으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


"구구샘, 영상 소리가 왜 이래요? 혹시 사운드 조절 안 하고 그냥 올려요?"


"사운드... 조절요?"


뭐야 이거. 또 놓친 게 있는 거야?



사진: Unsplash의Emily Be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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