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뜰살뜰 구구샘 Jan 18. 2024

10분짜리 영상 만드는데 1시간?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1시간이 걸린다면 믿겠는가? 나도 안 믿었다. 영상이 그냥 뚝딱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편집해 보니 얘기가 다르더라. 신세계였다.


코로나 형님께서 한반도를 휘젓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 초등교사들도 바뀐 메타에 적응해야 했다. 교실에서 하던 수업을 영상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때 나도 간접 유튜버 체험을 했다.


40분짜리 수업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편집만 3시간 넘게 걸렸다. 내가 서툴러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맞다. 부정하진 않는다. 그래도 나름 변명해 보자면


-어떻게 찍을지 생각하기(콘티짜기)

-스마트폰으로 찍기

-잘 찍혔는지 확인하기

-자막 입히기(여기서 눈에 실핏줄 다 터진다. 완전 피곤)

-자막 제대로 입혀졌는지 확인

-음향 씹히는 거 없는지 확인

-썸네일 만들기


영상 안 만들어 본 사람은 모를 거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영상을 만들어 봤다면? 저게 무슨 말인지 감이 올 거다. 진짜 눈에서 피난다. 이게 얼마나 피곤한 작업인데.


그렇게 코로나 시기를 보냈다. 나름 영상편집에 자신감이 생겼다. 맥북의 '파이널컷프로'도 써봤고, 핸드폰 앱인 '블로'도 익숙해졌다. 심지어 우리 반 학생들에게 영상 편집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수업 대회도 나갔다. 영상을 편집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카메라 한 대로 찍을 때, 나는 4대를 썼다. 앵글을 바꿔가며 요리조리 찍었다. 자막까지 일일이 입혀서 전송했다. 결국 최우상을 받았다. 상금도 150만 원 받았다. 내 수업 내용이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영상 편집에 들어간 정성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영상편집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야기가 달랐다.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유튜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내 생각엔 '절대적인 영상 편집시간 확보'다. 편집할 시간이 없으면 답이 없다.


크리에이터가 가져야 할 제1덕목은 '꾸준함'이다. 유튜브든 인스타든 블로그든 모든 세계관에 적용된다. 한번 생각해 보자. 가장 좋아하는 유튜버가 누구인가? 그 사람은 얼마나 자주 영상을 올리는가?


적어도 주 1회는 될 것이다. 거의 매일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도 있다. 나도 '슈카월드'라는 유튜브를 즐겨 본다. '먼 나라 이웃나라'의 영상 버전이라고 봐도 된다. 이 채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영상이 올라온다.


구독자 100만이 넘는 대형 유튜버도 매일 영상을 올린다. 그럼 나는? 당연히 매일 영상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나는 유부남이고 애 아빠다. 몇 시간씩 영상 편집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딸은 이제 유치원에 들어간다. 눈치가 백 단이다. 아빠가 딸보다 유튜브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순간? 딸은 피의 보복을 준비할지도 모른다.(아빠 미웡!)


레버리지도 생각해 봤다. 외주나 하청을 준다는 소리다. 나는 영상만 찍고, 다른 사람이 편집을 맡는 거다. 하지만 이건 더더욱 답이 없다. 인건비 때문이다. 내 한 달 용돈은 10만 원이다. 이걸로 뭔 하청을 주니?


[택1]

-영상 편집시간 줄이고 + 대충 올릴까?

-영상 편집시간 늘리고 + 따님 울릴까?


이제 내가 선택할 시간이었다.



사진: Unsplash의Peter Stumpf

이전 02화 갓생 브이로그, 도대체 이걸 왜 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