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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n Mar 31. 2024

축구를 그만두려 했던 순간 pt.2

코치님 방문을 노크했다

그 당시에 우리는 폰을 다 반납한 상태였다

정해진 시간에만 폰을 사용할 수 있는 규율이 있었다

코치님에게 부모님한테 전화드릴 일이 있다고 하고

폰을 받아서 아무도 없는 방으로 갔다



폰 전원을 켜고 카톡을 들어갔다

엄마와의 채팅창에 타자기를 올려놓고

뭐라고 말해야 할까 한참을 망설였다



나는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티를 내거나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특히 가족에게 라면 더더욱 힘든 티를 내지 않았었다

나는 중1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지내왔다

엄마아빠에게 내가 힘든 티를 내면

떨어져서 지내고 있는 나를 많이 걱정할 것 같았다

엄마 아빠를 걱정시키는 것이 싫었고

나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아지는 것도 싫었다

이런 성격 탓에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도저히 전화로는 말할 자신이 없었다

여태까지 축구선수를 꿈꾸는 나를 지원해 준다고

자신들을 희생하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해준 엄마 아빠에게 그만둔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의 꿈만 저버리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노력해 온

부모님의 꿈도 함께 저버리는 기분이었다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계선을 단숨에 넘어버리고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왜 그렇게까지 울었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이다음날의 일기) 글씨… 이해.. 부탁…. 해요..




엄마한테 여태 힘들었던 것에 대해 얘기하고

축구를 그만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감독님 방을 찾아갔다

이미 5년이 지난 일이라 기억들이 생생하진 않지만

내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조합해 보겠다



다짜고짜 감독님에게 축구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이유를 물었다

나는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고 그냥 축구가 하기 싫다고 말씀드렸다

그럼 감독님은 내게 무엇을 할 거냐 물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날 "그럼 뭘 할 거냐"는 질문에 첫 대답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였던 것 같다

일단 무작정 고향인 제주도로 보내달라고 했다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얘기하신 것처럼 작가나 시인이 될 거라고 한건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ㅋㅋㅋ..

하지만 그런 쪽으로 관심이 항상 있었고 감독님이 그것에 대해 알고 계시는 것을 보니

그 시기에 한 번쯤은 그렇게 말했는 것 같다



감독님은 내게 여태까지 해온 축구를 포기하고 다른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설명하셨다

내게 포철고 일반 학생들처럼 정규수업을 받고 공부하는 학생처럼 살아보라고도 권유하셨다

축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찾아간 나는 더 이상 포항에 남아있을 이유도 없었기에 그렇게 하기는 싫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곰곰이 생각해 보시다가 그럼 첫겨울 대회까지만 해보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감독님 말에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고 감독님 방을 나왔다

그리고 내 방에 와서 침대에 누웠다

뭔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결말이 아니었다

그때는 무작정 당장 그만두고 제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뭔가 내 마음대로 안된 기분이었다



다음 날 영덕에서 연습경기 일정이 있었다

부모님과 감독님의 조금만 기다려보자는 설득으로 팀에 남아서 스케줄을 따라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경기준비를 하고 숙소 밑에 있는 버스를 타러 내려갔다

내 기억으로 나는 아마 방에서 울고 있었다

그때 왜 울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 안 난다

한껏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상태인 데다 훈련하러 가기가 너무 싫었다

버스를 타야 했지만 아무도 내 존재를 눈치 못 채고

버스가 그냥 출발하기를 바랐다

애들이 다 나갈 때까지 나는 방에 불을 꺼놓고

쥐 죽은 듯이 있었다



애들이 다 나가고 숙소가 고요해졌다

그때도 한껏 울어서 멍한 상태로 방에 앉아있었다

몇 분 뒤 복도에서 누가 나를 큰소리로 찾았다

코치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코치님이 내게 안 내려가고 여기서 뭐 하냐고 하셨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코치님은 내가 안 탔다는 걸 뒤늦게 파악하고 숙소까지 나를 데리러 오셨다

나는 괜히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만의 감정적인 행동으로

남들에게 괜히 피해를 끼쳤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코치님 차를 타고 버스가 있는 곳에 가서 버스를 탔다



이날 연습경기에 후반전쯤 투입이 됐다

운동장에 대충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들어간 게 처음이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축구를 했다 모든 플레이가 에라 모르겠다 식이였다



이 스토리를 쓰면서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정말 부끄럽고 지금의 나와 너무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축구를 너무나 사랑한다

나는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잘하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을까 다시 축구를 사랑하게 된 변화의 시작은 경기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숨어있었던 이날 밤부터였다

이 날 연습경기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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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챕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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