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철고 감독님이셨던 현 u17 대표팀 감독님인
백기태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저 당시의 스토리를 인터뷰에서 얘기하신 것을 보고
저 상황들과 옛날의 내가 생생히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너무 웃긴 시절
내게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돼주었던 시기이다.
축구를 그만둔다 했던 고등학교 2학년인 내가
어찌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오게 됐다
맛탱이가 완벽하게 가버린 저때의 상태로는 절대 절대프로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이 과정들에서 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들 속에 성장하며 프로까지 겨우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었는지 되새겨보고 싶다
"축구는 내게 전부였다"
내게 축구는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써보려는데
이 문장 말고는 어떠한 표현도 떠오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축구는 내게 전부였다
나는 6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6살 때 유소년 축구 클럽에 다니는 친한 형을 따라
운동장에 갔었다 운동장 구석에서 구경을 하는데
축구가 재밌어 보이길래 나도 제주 유소년 fc라는
축구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그 뒤로 얼떨결에 시작한 축구에 푹 빠져버렸다
유소년 축구클럽은 주말에 축구수업을 오전 타임, 오후 타임 따로 나뉘어서 운영했었다
대부분 애들은 둘 중 한 타임만 하고 귀가를 했지만
나는 오전 오후 모두 참여했다
그냥 운동장에 살다시피 했다 단순히 좋아서였다
어릴 때는 정말 하루종일 축구를 해도 지치질 않았다 공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를 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었다 평일에도 학교가 끝나면 그냥 하루종일 밖에서 축구를 하며 놀았다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었다 길이든 주차장이든 집 앞마당이든 빌라 옥상이든 놀이터든 방방이든
공간만 있으면 나뭇가지나 신발을 골대로 세워두고
축구를 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축구를 너무너무 사랑했다 축구를 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축구선수를 꿈꾸게 됐고
학원 축구가 아닌 엘리트 코스를 밟으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식 축구부가 있는
제주 서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길에 제대로 발을 들였다
그렇게 제주서초를 졸업하고 포항 유스팀인 포철중으로 진학했다
그러고 포철고 까지 오게 되었다
(초 중 고 시절에 대해 자세히 얘기 하고픈게 정말 많지만 생략하고 나중에 천천히 써봐야겠다)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길을 걸으며 정말 힘들었지만
축구선수라는 꿈에 대한 열망은 변함없이 강력했기에 전부 이겨낼 수 있었다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저 날은
내가 6살 때부터 너무 사랑해 왔고, 모든 것을 바치며 해왔던 축구를 그만두려 했던 날이다
동시에 살면서 가장 많이 울어본 날인 것 같다
2019년 1월 초 고등학교 2학년에 들어서고
이제 새로운 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며 동계 훈련을
시작할 즈음이었다 남들은 새로운 마음가짐과 함께 새해를 힘차게 시작할 때
나는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혼자만의 고민 속에 새해를 시작했다
이 고민의 시작점은 전년도였던 2018년부터이다
그때 나는 고1이었다 2018년에는 9월에 열리는
u16 대표팀의 아시아 챔피언십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에서 4강 안에 들어야만 u17 월드컵 티켓이 주어지는 중요한 대회였다
1년 동안 팀 스케줄과 대표팀 스케줄을 왔다 갔다 하며
이 대회를 준비하고 최종명단에 들기 위한 경쟁을 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었다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훈련 강도도 정말 높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생활할 때도 강한 규율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항상 긴장된 상태로
하루들을 보냈었다 밤에 눈을 감을 때
"아 내일 아침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고 다시 눈을 떠보면 금세 아침이
와있었다 정말 하루가 시작되는 게 두려웠다
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당시에는 대표팀에 소집되는 게 무서웠다 그냥 대표팀에 안 뽑혔으면 좋겠다던
한 친구의 말도 기억난다
소집일자가 나오고 명단이 발표되면 매번
"아 이번엔 얼마나 힘들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살아남는 과정과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이 시기가 가장 값진 시기였다)
이런 과정들을 겪어내고 9월 말레이시아로 가서
대회를 시작했다 대회를 치르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를 치르는 과정들에서
매번 긴장감과 불안함이 가득했다
나는 매 순간 정말 간절했다 경기에 너무나 출전하고 싶었고 경쟁에서 이겨내고 싶었다
나는 팀 내에서 확실한 주전자리가 있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나의 자리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항상 과하게 갖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불안함과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오히려 나를 과도한 긴장 상태로 만들어
자신감을 저하시켰다
팀적인 결과로는 대회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월드컵 티켓을 땄기에 성공적이었다
이 대회를 끝마치며 나는 개인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최선을 쏟아부으며 이 대회를 준비했었는데
대회를 치르며 그 당시 나의 한계를 느꼈었다
난 이거밖에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에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 큰 의문이 들기 시작했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축구인데 지금의 나는 과연 축구를 좋아하면서 하는 걸까”
내 대답은 아니었다
나는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경기력이 괜찮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경기력이 안 좋을 때는 속에서 열불이 나고 답답했다
매일 긴장감과 불안함,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하는 축구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아직 프로선수도 아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프로선수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향한 막막한 기분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과연 나는 누굴 위해 축구를 하는 걸까"
"앞으로 이보다 더한 것들을 내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고 팀에 돌아와서
훈련을 하고 대회를 하고 이전과 똑같은 일상을 보냈었다 팀에 있으니 그나마 마음은 편했다 그러나
축구를 향한 나의 마음에 대한 의문은 계속 됐었다
그렇게 2018 시즌을 마무리하고 연말 휴가를 마치고 팀에 들어와서 2019년 새해를 맞이하는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남들은 새로운 다짐과 동기부여와 함께 열정이 넘쳐 보였다
나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새해가 되면 다시 축구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돌아오겠지 싶었었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해서 훈련을 하는데
도무지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이었다
작년에 겪은 감정들로부터 오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여전히 가득했고
축구선수라는 것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축구가 즐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평생 해온 축구를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기에
매일 당장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붙잡고 하루라도 더 고민하려 노력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코치님 방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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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챕터로 ~~
감독님을 찾아간 저 날에 대한 진짜 에피소드는
다음 챕터부터ㅋㅋ
언제 쓰고 올릴지 모르겠지만
2주 안에는 써봐야지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