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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May 06. 2019

우린 왜 ‘북클럽’에 열광하는가

트레바리, 민음사 등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시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사이의 최근 화두는 '독서 모임'이었습니다. "요즘 북클럽이 유행이라던데", "사람들이 북클럽을 하는 이유는 뭘까", "북클럽 트레바리도 투자 받았다던데",  "독서 기반의 커뮤니티가 생겨나게 된 사회적 원인이 뭘까?", "우리도 북클럽을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오늘은 북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인기 북클럽 '트레바리'와 '민음북클럽'

북클럽이 유행하게 된 데에는 독서 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트레바리’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트레바리는 2015년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비전을 앞세워 문을 열었고, 현재 200여개 클럽에 3천5백여명 회원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소프트뱅크와 같은 대형 투자사로부터 총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민음북클럽' 역시 견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첫 출판사 회원제 북클럽 서비스로 누적 회원수 4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9기 회원 모집을 진행했는데,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급증했다.  신규 가입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가입자 수 1천 명을 돌파한것도 북클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대변한다. 신규 회원 모집 알림 신청자 수가 작년 가입자 수에 육박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니, 정말 하나의 ‘현상’에 가까울 일이다.


민음북클럽은 세련된 '굿즈'와 이벤트로 4만원이라는 연회비가 가성비면에서 압도적이다. 회비에는 문고본 도서, 포켓 에코백, 북 커버, 독서기록 노트 등이 제공된다. 민음북클럽 이벤트에 참여한 후 얻은 스티커를 ‘독서기록 노트’에 수집하거나, 가입선물을 동네서점에서 받아보는 픽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책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책이 굿즈와 함께 판매되는 것을 넘어 책 자체가 굿즈나 이벤트처럼 기획되어 독자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어주며 사랑받는 셈이다.


'같은 책' 읽고 '비슷한 고민' 나누는 기회

나 역시 꽤 오래전부터 북클럽에 참여해왔다. 트레바리와 같은 대형 북클럽은 아니지만, 모임장에 대한 선호로 소소히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돈을 내고 책 읽는 모임에 나가는 것이 스스로도 어색해 처음엔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히(?)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엔 참 쑥쓰러웠지만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읽고 있는 책이 그 사람의 화두를 대변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주제들을 책을  벗삼아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고 돌아올때면, 마음 한구석이 무언가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참여했던 북클럽은 주제도 기간도 제각기 달랐다. 한달에 한번씩 6개월간 참여했다가 잠시 쉬기도 하고, 각기 다른 주제로 두개의 북클럽을 동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참여했던 독서 주제는 업무 관련한 것들, 결혼, 페미니즘, 마케팅, 협상, 민주주의 의사결정론 등 다양했는데 책의 종류나 모임 리더의 성격에 따라 참여자들의 모습도 확연히 다른점이 이색적이었다.


나이와 성별이 비교적 다양한 편이나, 삼십대 초반의 참여자들이 가장 많은듯 했다. 보통 책을 한달에 한번 읽고 나누었는데 그 한달은 늘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나를 포함해 많은 참여자들이 완독하는 경우가 많았고 발췌독하는것도 크게 상관없다 느꼈다. 아마 소설보다는 실용서 위주로 진행하는 북클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식합성(knowledge synthesis)의 즐거움

예전에는 공부와 독서란 혼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좋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혼자 속도를 내는것이 경쟁력일거라 생각했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 비용’에 인색했던 탓도 크게 작용했다. 결국 '나홀로 독서'는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해주기는 커녕, 흥미 상실이 빠르게 일어나는 결과만 가져다 주곤 했다. 어떤 고민이 있으면 그 주제의 책을 사는 행위로 위안 삼은후, 중간쯤 책장을 덮어버리는 습관만 반복하고 있었달까. 넛지가 될만한 거리를 찾기 힘들었다.


지난해 프랑스 여행에서 프랑스인들의 토론문화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배우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중시했다. 그 습관이 누구나의 일상에 베어있는 듯했다.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던지라, 말하기 문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통된 주제로 이어지는 대화 속엔 굉장한 즐거움이 있다. 나누고 떠오른 생각들이 다시 흩어져나가지 못하도록 열심히 메모하기도 한다. 서로의 지식과 느낌들을 대화를 통해 반죽하다보면 기막힌 화학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구나.’ 또는 “오! 이런 정보와도 연결해볼수도 있겠네?’하는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북클럽의 좋은 리더를 만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된다.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 게리 하멜은 이러한 현상을 ‘지식합성(knowledge synthesis)’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 했다. 기존의 지식을 합성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 합성’은 날로 복잡하고 체계화 되는 시대에 더 중요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독서모임이 이러한 지식합성을 위한 최적화된 플랫폼이 되어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토론문화 정착을 향한 북클럽 유행 현상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던 북클럽을 경험이 쌓이면서 읽고 쓰고 말하고 나누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내가 혼자 아무리 많은 것을 읽고 알게 되어도 그로부터 배운 것을 명료하게 이야기할 수 없으면 감응이 일어나지 못했다. 많이 알고 있으나 아무것도 변화되지 못하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배운 것들을 다른이와 나누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의 단초가 될것이고, 글보다 말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깨닫게 된다.


일각에선 북클럽을 ‘연애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 대한 비아냥도 있다. 책에는 관심이 없고 사람에만 관심을 가지는 ‘헌터’들이 존재한다는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음주 문화가 거의 전부였던 과거에 비하면 이마저 참 훌륭한 변화라 느낀다.


책을 통한 지식과 깨달음을 북클럽(또는 수많은 플랫폼들)이라는 용광로를 통해 서로 융합하려는 모습이 당분간 계속되길 희망한다. 건설적인 문화가 계속 되어 새로운 생각들을 탄생시키는 선순환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가지지 못했던 토론문화가 ‘책’이라는 매개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북클럽 현상을, 격하게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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