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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May 12. 2019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리터러시

단톡방의 민감한 ‘이슈’와 컨텍스트

올해 큰 이슈가 되었던 키워드 ‘단톡방’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남자 연예인들이 몰래 찍은 동영상과 대화를 주고 받은 사건이 발화점이 되면서, 단톡방의 도덕성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종교나 시사, 정치 이슈에 대한 민감한 기사를 정의감에 불타올라 단톡방에 신나게 공유했어요. 그 순간 단톡방의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죠. 이를 표현할 자유는 우리 사회에 없는 건가요?”


모바일의 주요 소통 수단인 카카오톡 메신저는 월간사용자가 4400만명에 이른다. 약 100억건의 일간 메시지 수발신 트래픽이 존재할 정도로 거대한 사용량이다. ‘단톡방’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사람들이 하나의 그룹이 되어 소통하고 있다. 대부분이 자발적이지만 타의에 의해 속하게 된 그룹들도 있다.


우리는 수신자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메시지에 민감한 이슈를 담아 무심코 올리는 경우가 있다. 정치나 신념, 종교 등에 대한 정보들이 오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합의된 규칙과 문화가 없어 난감한 순간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단톡방 내에서 말싸움이 오가거나 구성원들이 단톡을 폭파시켜 버리는 경우를 더러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주로 50대 이상의 참여자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비슷한 수준의 종교, 시사, 정치 이슈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오던 과거의 아날로그적 소통 방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취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제 3의 매개로 단톡방에 묶여있음을 자칫 잊을 수 있다. 자유로운 견해가 오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는 높은 수준의 갈등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화의 규칙이 부재하고 의견 개진 수위에 대한 감수성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아 큰 규모의 단톡방에서는 갈등 사건들이 더욱  빈번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단톡방에 참여한다는 것은 각자가 ‘작은 미디어’의 기자가 되는 것과도 같다. 그 작은 미디어의 영향력을 간과하기 쉽다. 작은 규모 혹은 폐쇄적 구조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행하는 소통이 정치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익명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아 도덕성에 대한 경각심도 헤이해지게 된다.


단톡방에서 자유로운 의견이 오가는것에 대해 찬반 의견도 다양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관점과 정보가 오가는 일을 당연히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부터, 편향적인 주제를 공식적으로 나누다보면 예민해지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는 의견까지. 해당 방의 운영자나 참여자에 따라 첨예하게 입장이 다른 사안이다.


생각과 기분을 단톡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거나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돌리는 등의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참여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같은 표현이라도 내포된 본질은 다를 수 있다.



지난 한주 동안 내가 속한 단톡방들에 여러 민감한 이슈들이 공유됐다. 공유하는 방식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뜨겁게 논쟁이 이뤄졌다.  두드러지는 현상은 하나의 단톡방 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텍스트’ 뿐만이 아니라, ‘컨텍스트(맥락)’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컨텍스트란 ‘한 개인이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인 상위 개념의 콘셉트'이다. 비슷한 시대와 문화, 환경에서 자란 구성원끼리는 비슷한 컨텍스트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단톡방은 매우 다른 성향의 사람들끼리 교차해서 묶이는 경우가 생기고, 그들 사이에 컨텍스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그룹의 규모가 커지면 나타나는 현상들일 수도 있다.  


분열하는 갈등의 사건들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받은적 없는 기성세대들이 대화를 통해 암묵적인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일 테다. 미디어리터러시가 없으면 ‘디지털좀비’가 된다는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이미 그에 대한 교육도 시행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논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원주민’이 있는가 하면,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나 성인이 된 이후 디지털 기술을 새로 익혀 ‘디지털 이주민’이라고 표현되는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습득했다고 해서 디지털 원주민의 모든 감수성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닐터다.


모든 컨텐츠는 사용자가 공유와 연결, 반응하는 과정을 통해 확장된다. 각자가 공유한 링크는 또 다른 그룹으로 확장될 수 있는 컨텍스트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전보다 컨텍스트의 경계가 무한하고 유기적으로 진화하며 훨씬 더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큰 대화방 보다는 소수의 친구와 대화하는 즐거움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타고 페이스북은 ‘광장이 싫으면 페메로 오라’며 메신저 기능에 사활을 걸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SNS’가 권력을 부여하는 시대, 그 피로감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것도 우리의 몫일 것 같다.  



참고 기사 : 페이스북은 메신저에 걸었다 ( http://www.bloter.net/archives/339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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