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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Aug 31. 2019

대학원 2학차를 앞둔 마음

개강증후군 타파하는 방법

벌써 여름방학이 끝이라니. 정신없는 여름을 보내느랴 바보같이 수강신청을 깜빡했다. 학비 납부 고지서를 출력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수강신청 기간이 지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왜 수강신청을 안알려줬어!” 라고 탓 할 대상도 마땅치 않다. 순전히 나의 책임이다.


수강신청 알람 문자는 안보내면서 등록금 납부 문자는 친절하게 두번이나 보낸 학교가 밉다.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학교 행정을 핑계 대고 있다니! 이미 정원이 차버린 수업들을 신청하기 위해선 정정기간에 수강신청 사이트의 새로고침 버튼을 광클릭해야 들어갈수 있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쓰리다.


교수님을 찾아가 여석 하나 늘려달라고 부탁드려 볼까? 박사 과정생인데 여석 하나쯤은 내어주지 않으실까? 이 고민을 대학원에 와서까지 하고 있다니 자괴감이 몰려왔다. 비싼 학비도 눈물겹고 바쁜 업무 중에 새 학기 시작하는 것도 번뇌롭다.


피하고 싶은 개강을 앞둔 이들의 개강증후군

개강증후군.jpg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개강증후군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개강증후군은 방학을 즐기다 못해 익숙해진채로 방학을 보내다가 갑자기 개강을 맞이하여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걸 말한다. 개강이 다가올수록 정신착란 우울 증세 등을 호소하며 전혀 생산성 없는 일에 매진하는 등 도피적인 경향을 보인다. 물론 우스갯 소리들이다. 하지만 개강의 모습을 희화화해 설명한 개강증후군이라는 단어에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하며 위안 삼는다.


이번 방학을 되돌아보니 제대로 쉬거나 즐거운 일을 많이 하진 못한것 같다. 수업과 과제의 스트레스에 해방되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편안한 상태가 되지도 못했다. 방학이 언제나 나의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올라오면, 자발적 고생을 선택한 내 자신을 한탄했다.



공부는 미친짓이다 

‘내가 왜 공부라는 미친 짓을 계속 하고 있는걸까.’하는 생각이 오랫만에 또 다시 몰려온다. 이젠 익숙한 생각의 패턴이다. 공부의 고생스러움에 대한 번뇌는 개강과 시험 때마다 불쑥 찾아오곤 했다. 6학기에 걸친 석사시절에도 자주 했던 생각이라 이제 낯설지는 않다. 박사 선배들과의 개강 전야 모임에서 물었다. “선배들은 공부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선배들은 저마다 다른 말들을 쏟아놨다. “난 공부하는게 너무 재밌어요. 전공 공부를 하다보면 철학과 인생의 진리들과도 다 연결되는 기분이거든.”이라는 말로 부러움을 자극하는 선배가 있는가 하면, “공부가 힘들긴 하죠. 최근에 너무 읽고 싶은 원서가 있어서 내친 김에 공부도 할 겸 번역해서 출판도 했어요. 어깨 근육이 다 망가지더라고요.”라며 건강을 챙기라는 조언도 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첫 학기에 엄청 달렸다가 중간에 1년을 쉬고 복학했어요. 나는 쉬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면 휴식이 필요하더라고요.”라며 ‘페이스 조절’을 강조하는 선배의 말이 마음 속에 쏙 와닿았다.  일하며 학비 벌며 생활의 문제들과 싸워가며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 왜 나는 굳이..... 하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공부하는 그 자체는 포기할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다만,


책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의 저자 전영민은 박사학위를 받던 날 그동안은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대해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어떻게 공부를 하면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게 됐다.”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공자가 ‘자신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한 것처럼, 내 앎의 그릇이 얼마나 작은지와 모르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우치는 여정은 참 길고 험난하다.


반쪽짜리 공부도 괜찮아 

2학기가 시작하면 나는 또 주경야독하는 삶을 살게 된다. 반쪽짜리 공부 생활은 여전히 어렵겠지만, 불완전한 공부를 해나가는 삶에 너무 노여워하지 않을 예정이다. 어설프더라도 배운 것들을 나누고, 질문하고, 바보처럼 혼나는 혹독한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삶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 질 것이다.


일하며 공부하는 생활은 늘 도전이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여전히 클 것이다. 그래도 학비를 벌기 위해서라면 회사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비록 남들과 속도를 맞출수 없을만큼 더디게 한걸음씩 가겠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나아가는데 의미를 둘 계획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중압감을 극복하고 한뼘 성실하게 살았기에 자신의 업을 재창조하고 기록하며 발전할 수 있었다. 성장에 가치를 둔 삶, 부자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든든한 몸뚱이로 버티는 삶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부 이 짓을 왜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 정년퇴임한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30년 넘는 직장 생활 중에 지나고보니 공부를 했던 순간만이 남더라." 그 사소한 한마디러 번뇌로운 내 공부 여정에 힘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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