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젓한 반포대교, 아름다운 세빛섬
한강은 오랜 연인같다. 한결같이 행복함을 주고 가끔은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매일 매일 만나고 있으니, 사이좋은 연인처럼 느껴진다. 삭막한 서울살이에 지치다가도 한강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때 만큼은 온 마음이 무장해제된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 2분 남짓한 시간, 하루를 열고 닫는 하나의 의식처럼 특별한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자연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것 같은 만족을 느낀다.
날씨가 맑은날은 화창함 그 자체로 아름답고, 흐린 날은 또 그 나름의 멋스러운 빛을 발산한다. 낮과 밤의 모습은 너무나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하나 꼽을 수 없을만큼 두 모습 모두 사랑스럽다.
시민들의 발자국, 손길, 숨결이 베어있는 감격적인 공간,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아름다운 한강과 조우하는 순간만큼은 도시 생활자의 메마른 감성을 일깨운다. 똑같이 흘러가는 건조한 삶 속의 유일한 낙이기도 하다.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반포대교와 잠수교는 2층 침대같다. 윗층인 반포대교는 의젓한 형이 꿈을 꾸는 공간, 아랫층인 잠수교는 낭만이 있는 아우가 사이좋게 휴식하는 공간 같다.
서초구와 용산구를 다리 하나로 가로지르는 동안, 나에게 명상 시간을 선물할수도 있다. “아…” 하며 넋놓고 눈부시게 파란 강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서른 한 개의 한강 다리 중 목좋은 열일곱번째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2층 교랑이 내게는 언제나 이렇게 휴식같은 시간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울쩍한 날, 비가 오는 날, 햇살이 좋은날엔 반포대교 대신 잠수교를 건넌다. 수면으로부터 약 2m 위에 낮게 설계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강 수면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보행자 도로가 잘 정비되어있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쩐지 편안해 보인다.
무심하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다보면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순간 고요해진다. 강물에 복잡한 마음을 하나 떼어 툭 던져놓으면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빛섬이 힐링스폿인 이유는 잠수교 남단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마음이 일렁일땐 언제든 들러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빛섬의 편의점에서 캔맥주 한캔을 마시며 강을 바라보고 앉아있노라면 부글거렸던 마음이 사르르 내려가는 느낌이다. 운이 좋으면 음악과 함께 빛과 물줄기를 뿜어내는 달빛분수쇼를 감상하는 건 덤이다.
반포대교와 잠수교는 강남지구 도시개발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교량시설이다. 태생적 특성 때문일지 ‘통행도우미’ 역할에도 충실하다. 반포대교는 하루 평균 약 10만대, 잠수대교는 약 4만대의 차량의 통행을 도우며 주변 교량의 교통 부하를 감소시키고 있다. 서울과 부산간의 고속도로를 도심부로 연결시켜 수도권 전체 교통흐름에 기여하기도 한다.
잠수교는 ‘안보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물에 잠기도록 설계된 잠수교는 필요할 때 다리 중간을 들어 올려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를 안보의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오늘은 아이와 반포대교 남단에 위치한 “세빛섬”에 다녀왔다. 세빛섬은 아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손꼽힌다. 세빛섬 인근 고수부지에는 초록색 풀밭 위에 텐트를 치고 낮잠을 자는 사람들, 시원해진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하얀 꽃다발을 품에 안은 결혼식 하객들,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로 여전히 붐비고 있었다.
세빛섬에는 아름다운 한강을 감상할 수 있는 키즈카페 PIM(Play In Museum)이 있다. 한강을 파노라마로 감상할수 있는 히든 스팟이자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공간이다. 한낮의 해처럼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온 사방을 비춘다는 의미의 ‘솔빛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한강이 얼마나 멋있는지, 강물 위에 떠있는 느낌은 어떤것인지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키즈카페라고 한정하기엔 조금 아까운 장소이다. 2층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대형 인피니티 볼풀장에서는 63빌딩과 롯데월드타워까지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며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아이가 “역시 한강이 최고라니까!”라는 말을 반복하며 키즈카페를 나설 무렵 붉은 노을이 하늘 위에 놓여있었다. 밤바람은 벌써 서늘함을 머금고 스친다. “더워”, “더워”를 연발했던 여름도 벌써 이렇게 지나가나보다.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드디어 간다는데 이 섭섭한 마음은 뭔지. 여름의 끝을 잡고 미련을 한웅큼 꺼내 흐르는 한강에 솔솔 뿌리고 돌아왔다.
세빛섬 P.I.M(Play In Museum)
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683 세빛섬 內 솔빛섬 (반포 제2주차장 활용)
사진 출처 : 세빛섬 홈페이지 ( http://www.somesevit.co.kr )
세빛섬은 한강 수상에 띄운 부체(浮體) 위에 세개의 인공섬 세계가 도교로 연결되어 있다. 2006년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인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으로 완공되어 서울시의 골칫덩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었지만, 2014년 서울시와 기업이 운영 정상화에 들어가 시민들에게도 문호를 열면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세빛섬은 고도의 기술로 설계되었다. 선박을 계류할 때 사용하는 윈치가 인공위성의 좌표에 따라 와이어를 조절하며 위치를 유지할 뿐 아니라, 한강의 수위에 따라 계류체인이 조절되어 한강의 상황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하게 된다. LED로 씨앗, 꽃, 꽃봉오리 등을 형상화한 기술력 덕분에 밤에도 세개의 반짝이는 보석 같은 섬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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