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K-고딩이어도, 모두 흔한 삶을 살 필요는 없다

'나는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지만,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지.'

by 빨양c

호랑이 자신의 방에서 지친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하던 그 때, 지랑의 방은 아직 환히 밝혀 있었다.

##Jiirang:

! 오빠! 그럼 내일 !!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2반이랬지?내일 오빠 반으로 갈께요~낼봠 굿밤 ^-^//


'하..거지같은 놈이긴 한데 그래도 어쩌나.. 목마른 자가 우물파는 법. 필요하니 고개숙여야지.. 흐음.. 호랑이한테는 이 오빠 얘기는 일단 하지 않는게 좋겠어..'

홍보를 부탁할 학교 선배에게 페북 메세지를 보내며 지랑은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페북친구를 확보하고 있는 인싸 선배에게 대뜸 메세지를 보내 홍보를 부탁했다.

지랑이 지랄이로 불리는 이유.

한가지에 꽂히면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반드시 끝장을 본다. 그것도 최대한 빠르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지랑은 성공도 실패도 빨리 할수록 좋다 믿었다.

성공하면 성공했으니까 좋은거고, 실패해도 어차피 안될거면 빨리 실패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좋아좋아. 이거 너무 잘 풀리고 있잖아?! 호랑이를 스타작가로 만들어주고, 나는 스타작가를 전담하고 있는 출판사 사장이라도 되면?? 왁! 나 겁나 부자될거 같아!! 어떡해.. 흠흠. 안녕하시오 사장 이지랑이올시다. 왠지 출판사 사장 영감님들은 이런식으로 인사할 거 같은데? ㅎㅎ좋다 좋아~!’

마치 에메랄드빛 파란 바닷가에 다이빙이라도 하듯, 그림같은 몸놀림으로 침대에 몸을 던지며 지랑은 생각했다.

‘음..근데 호랑이 요년을 어떻게 구워삶지.. 아.. 제일 가까운 사람을 설득하는게 제일 어렵다니까.. 중학교 때만 해도 하루 몇장은 꼭 글 쓸 정도로 사족을 못쓰던 애가 언젠가부터 안쓴단 말이지... 흐음.. 일단.. 호랑이가 요새 관심있는 걸로 구워삶아볼까.. 걔가 관심있는게.. 학교, 공부, 학원, 시험....응? 망할! 어떻게 그러고 살수가 있지? 생각만했는데도 걔처럼 살다간 숨막혀 죽을거 같아 웩.’

지랑은 호랑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 있고 심지어 쌍둥이지만 학교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달랐다. 호랑은 이 망할 입시체계가 숨막히다 생각하면서도 따로 할수 있는 것이 당장 없으니 병든 병아리처럼 숨만 깔딱거리며 맞춰 살아가려 노력했다면, 지랑은 달랐다.


일단 한국의 교육체계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아니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았달까?

물론 0교시처럼 아침 일찍 학교로 텨나오라는건 개짜증이었지만..

그래도 그 체계에서 지랑이 이용해 먹을 수 있는게 정말 널려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아침부터 밤까지 친구들과 붙어있을 수 밖에 없는 절대 탈출불가 야자 시스템.

물론 숨막힌다.

교육감이고 교육부장관이고 뭐고 높으신 어른들이 생각하는 건 뻔한 것 같다 생각했다.

그분들이 정말 학생들의 장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며 그렇게 교육에 대해 생각할까?

내 생각엔.. 그냥 애들을 무사하게, 그것도 딴짓 안하고 얌전히 하루 동안 묶어놓을수 있는, 아니 봐줄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

왜?

그래야 그 시간에 부모님이 출근하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수 있거든.

그 돈을 벌어야 세금을 따박따박 징수해서 높으신 분들 월급이 나오겠지. 그래야 이 잘난 나라도 펑펑 예산으로 잘 돌아갈테고.


어쩌면 학생이 입시체계를 견뎌내면서 배워야 하는 건 학교에서 뭘 요구하던 간에 묵묵히 잘 참는 좋은 모범생이 되는 그런 거 아닐까?

그렇게 얌전히 시키는대로 따르는 좋은 모범생으로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야 얌전히 세금 따박따박 바치는 모범 납세자가 될 가능성이 크니까.

학교를 운영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높으신 분들은 우리 학생들에게 그런 걸 가르치려는 것 아닐까?

그런 틀에서 생각하면 어찌보면 그들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이 10교시 망할 주입식 입시체계겠지. 60분씩 무려 10번, 아니 0교시까지 하면 무려 11번의 60분을 매일매일 견뎌야 하는.

미치지 않으면 그게 미친거 아냐?


근데 그래. 좋다 이거야. 그렇다고 불평만 하고 있으면 뭐하나?

결국 바뀌지 않고, 바꿀수 없는 닭장 속에 갇혀야 할 신세라면,

그 닭장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빼먹을 수 있는 걸 최대한 찾아서 빼먹으면 되는거지!


지랑은 그 중 하나가 바로 친구관계를 정말 마음만 먹으면 끝도없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본인의 꿈인 큰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영어? 물론 잘하면 좋지. 근데 못해도 괜찮다. 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월급주고 고용하면 그만이다.

수학?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든가. 수많은 곱셉공식들을 일상생활에서 쓰는 어른을 본적이 없다.

과학? 나는 우주선을 쏘아올릴 생각은 없다. 그리고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줏어먹을 줄이나 알지 그걸로 중력을 생각해 낼만큼 나는 똑똑하지 못하다는 걸 아주 잘 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지랑은 학교에서 정말 배워야 할 건 그런 과목들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꼬시고(?), 내 편으로 만드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친구들, 두 번째는 선생님들, 세 번째는 나 이지랑을 아는 모든 이들.

그들을 최대한 나중 내가 필요할 때 이용해먹을 수 있는? 아니 고급진 언어로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어놔야한다. 그리고 이 0교시부터 10교시까지 탈출을 허용하지 않는 교육체계는 이런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아주 좋은 조건이란 말이지!


‘이 공모전 준비하는 것만 해도 그래. 내가 하는게 뭐가 있어?

나는 호랑이만큼 글을 잘쓰지도 못하고, A처럼 교정을 잘보지도 못하고 B처럼 그림을 잘그리지도 못하지.

나름 학교에선 이지랄로 통하는 나이긴 하지만 C오빠만큼은 아니니까. 옛날 껄끄러운 감정이 있긴 하지만 C오빠도 결국엔 날 도와주게 될걸?

음..그래, 나는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지만,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지.’

바로 이지랑이 이지랄로 살 수 있는 힘이었다.


일반 상식, 도덕, 규칙, 전통 등에 묶이지 않는다.

그것은 지랑에게 단순한 가이드 라인의 하나일 뿐, 모두가 불만만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랑은 특유의 강점을 살려 본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목표를 찾아낸다. 또한 스스로 이해할 수 있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NO를 말하더라도 주저없이 밀어부친다.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그렇게 누구보다 빨리 성공하거나 누구보다 빨리 실패해보기 위해서.


누군가는 그런 지랑을 무모하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랑의 추진력은 그녀 특유의 상황을 판단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고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몰아치는 파격적인 행동에서도 자기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본인을 지극히 신뢰한 결과.

이런 지랑의 삶의 방향은 비록 누군가에겐 어린 학생의 무모함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으나 그리고 영악하다 비난할지 모르겠으나 지랑 스스로는 무척 만족스럽고 풍요로운 경험이 쌓이는 느낌을 받았다.

막연함 속에 잠을 청하는 옆 방 호랑과 달리,

내일 당장 본인이 생각한 계획을 추진할 생각에 지랑은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흔한 K-고딩일지라도, 다 똑같은 삶을 살 필요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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