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다

by 노수연

한 사람 = 우주

신화와 철학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한 우주가 걸어 들어오는 것이다.’(멘트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세상이라면, 내 생각이 내 세계의 전부라면, 사람들은 각자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우리는 서로 ‘이해'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나의 영화는 82억 개(전 세계 인구)의 해석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하든지 상대방은 내가 느끼는 것만큼 정확하게 공감할 수 없다. 각자의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문이 단 한 사람도 겹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똑같이 살아온 구석이 하나도 없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 자매도 성격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서로를 100%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도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같지만 사실 82억 개의 이야기로 바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래퍼 머드 더 스튜던트의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 분명 래퍼는 사회 비판적인 노래를 썼지만 듣는 사람 중 한 명이 그 노래를 사랑노래로 들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보고 경험한다고 해도 모두 다르게 느끼고 생각한다. 음악이든, 미술작품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여러 사람들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바뀔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서로 ‘이해'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해와 공감은 존중하고 추측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느끼는 모든 것을 피부로 느낄 수는 없다. 상대방의 상황에 내 경험을 대입해서 ‘이런 마음이겠구나.’ 생각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어떤 마음이겠거니 추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상대방이 아프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그 아픔의 강도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아직도 세상 사람들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 친구는 그런 행동을 했을까, 왜 저렇게 화를 낼까, 왜 그런 생각을 할까. 하루 종일 의문 투성이다. 나는 우리 부모님도 친척도 전혀 이해를 못 하겠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도 안된다. 아직 내가 너무 어리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마음과 감정을 추측하지는 못하지만 존중하려고 한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세계(우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다. 나는 ‘이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말장난을 해봤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말할 때,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그저 추측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여자와 남자가 군대와 임신(생리)으로 싸우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기 때문에 남자의 고통을 절대 이해할 수 없고 남자는 생리와 임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의 고통을 평생 이해할 수 없다. 여기서 서로가 이해를 하려면 그 고통을 상상하고 추측하는 수밖에는 없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내 세상을 넓혀야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을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해가 되지 않는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세상은 이해와 공감 없이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더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면 많은 것들을 이해(존중,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 방법이 바로 ‘경험'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졌다. 하지만 뮤지컬 레드북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나로서 충분하다고 말할 것이다.


뮤지컬 레드북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난 늘 궁금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늘 기다렸어

날 이해해 줄, 알아봐 줄 한 사람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답은 내 안에 있는데

자꾸 되물어봤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애써 모른 척했어 혼자 자신이 없어

계속 외면해 왔어 나를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생략)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충분해, 괜찮아 이젠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