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또 연습

by 노수연

언제나 예고 없이

최근 다시 우울이 찾아왔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일정이 없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며칠 째 샤워도 하지 않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러닝을 하기 귀찮고, 공부도 너무 하기 싫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계속해서 이것들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기간이 항상 찾아온다. 정말 예고 없이. 우울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생각하는 연습

나는 이 우울을 빠르게 지나칠 방법을 안다. 정말 꾹 참고 러닝 한 번 하기, 지금 마음을 글로 쓰기, 샤워하기, 햇빛 쬐기, 우울을 인지하기 등 정말 많은 방법들을 안다. 그리고 직접 해봐서 이것들이 얼마나 효과가 큰지 알고 있다. 하지만 우울이 찾아오면 이 방법들을 떠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울할 때 이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수도 없이 연습해야 한다. 나도 생각하는 단계까지 가는데만 2~3년이 걸린 것 같다. 그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연습을 했다. 우울할 때마다 내가 예전에 적었던 글들을 읽고 지금의 심정을 쓰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좋아질 수 있는지,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렸다.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소리쳤다.


그래서 지금은 우울을 인지하면 ‘러닝 한 번하면 괜찮아질 텐데.’, ‘샤워한 번 하면 조금 나아질 텐데.’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여기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참 힘들다. 무엇을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는 그 행동이 죽을 만큼 힘들다. 무기력하고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내가 왜 이 우울을 이겨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SNS에 휘둘리는 나를 자책하고 열심히 살지 않는, 무기력한 나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머릿속으로는 뇌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 없는, 그 괴리감이 나를 조여 온다.


다행히도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울을 벗어나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약속을 잡는 것이다. 최소한 나는 약속을 깨는 것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정말 하기 싫어도 일단 샤워를 하고, 꾸미고 나가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울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이번에도 그랬고. 아니면 ‘사람을 만나는 행위'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어쨌든, 이 우울을 스스로 이겨낼 수도 있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나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까지 하는 것까지 연습해야 한다. 나는 이제 머릿속으로 인지하는 연습까지는 되었으니 바로 실행까지 옮길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이것 또한 얼마나 오래 걸릴까. 언제쯤 빠르게 지나칠 수 있게 될까.


우울은 언제나 낯설다. 언제나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겨내는 연습을 하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어. 연습만이 살 길인걸.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은 다 연습을 해야 한다.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연습 또 연습.


+최근에 느꼈던 우울함은 ‘꾸준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다 생긴 것 같다. 언제나 완벽하게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완벽하지 못할 바에는 꾸준함을 포기해 버리는 버릇 때문이다. 그러다가 브런치의 팝업 전시 때 와닿았던 문장이 떠올랐다. ‘글을 쓰다 말다… 나는 꾸준히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봐.’의 대답은 ‘꾸준함보다 소중한 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다.’라는 말. 그래서 다시 오늘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이루어나가면 될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