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

by 노수연

요즘 계속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솔직함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솔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까? 솔직함에 선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얼마나 솔직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솔직한 것이 맞을까?


솔직함이라는 진정성

지금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솔직함'인 것 같다. 그것마저도 포장된 이미지 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땐 정말 솔직한 사람들이다. 검정치마, 기안 84, 박정민, 제이통 등 스스로를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특히 검정치마의 가사를 보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는 가사를 쓴다. 그래서 19금이 걸린 노래들도 꽤 있고 일부 사람들은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조휴일(검정치마의 본명이다.)은 자신의 노래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검정치마의 노래를 참 좋아한다.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그의 노래를 들으면 나까지도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솔직함은 신뢰를 쌓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팀의 대표가 실수를 했다고 치자. 솔직하게 말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실수를 묻어두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팀원들에게 말해야 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결국 솔직한 사람의 팀이 더 잘 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불리해질 것을 알면서도 말할 수 있는 용기(솔직함)는 곧 진정성으로 느껴진다. 요즘 연예계에서 자꾸 욕을 먹는 사람들은 보면 모두 솔직하지 못해서 그렇다. 잘못한 것이 탄로 났을 때 처음부터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부인을 하면 더 괘씸해지지 않는가. 사람들은 잘못된 행실보다도 이 상황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더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이라는 무기

하지만 언제나 솔직한 것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는데, 솔직함이라는 무기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솔직함은 넣어두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얀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 아닌가. 나는 사람들이 솔직해졌으면 좋겠지만 하얀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누군가에게는 모순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내가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는 솔직해지고 남에게는 조금 덜 솔직해도 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사회는 반대다. 사람들은 본인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남에게는 잔인하게 솔직하다.



솔직한 충고는 옳은 것인가?

오늘 아침(2026년 2월 10일)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필사하다가 읽은 문장이 생각난다.


세계라는 건 말이야, 결국 개인의 경험치야. 평생을 지하에서 근무한 인간에겐 지하가 곧 세계의 전부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산다는 게 이런 거라는 둥, 다들 이렇게 살잖아…그 따위 소릴 해선 안 되는 거라구. 너의 세계는 고작 너라는 인간의 경험일 뿐이야. 아무도 너처럼 살지 않고, 누구도 똑같이 살 순 없어. 그딴 소릴 지껄이는 순간부터 인생은 맛이 가는 거라구. 174p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나는 앞으로 남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작은 충고를 할 때도 수백 번 고민할 것이다. 일단 스스로 솔직하지 않은 내가 남에게 솔직할 수 없고 나랑 평생을 달리 살아온 사람에게 ‘솔직함이라는 무기’로 상처주기 싫다. 내가 해결한 방법 하나가 남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이 글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요청할 때, 도움을 요청할 때만 말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해결했지만 너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가끔은 주변인이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예전에 신화와 철학을 강의하신 교수님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을 볼 때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기다려주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내가 지나는 터널과 그 사람이 지나는 터널은 전혀 다르다. 내가 그들의 세상을 건드릴 이유는 없다. 건드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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