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서,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과 본능

by 노수연

‘나도 인간이라서.’, ‘인간이기 때문에’ 요즘 이 문장들의 모순을 발견하게 되었다. 본능과 이성에 대한 말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 본능을 억제할 수 없는 존재일까 아니면, 인간이기 때문에 언제나 이성을 가져야 하는 존재일까?



나도 인간이라서…

이 말은 대부분 인간에 대한 본능을 언급하기 위해서 앞에 붙이는 말이다. ‘나도 인간이라서 화를 참을 수 없었어.’ 라든가 ‘나도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더라.’ 같은 말들. 본능에 지배당했을 때를 말한다. 이 말은 마치 ‘인간은 오로지 본능만을 쫓는 동물과는 다른 이성적인 특별한 존재이지만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가끔씩 본능이 튀어나온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과연 인간은 이성적인 부분을 더 크게 가지고 있을까? 인간은 동물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 존재인가?



인간 vs 동물

인간과 동물의 큰 차이점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에 있다. 동물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왜'를 질문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이성을 가진 존재로 온 세상을 지배했다고, 인간이 제일 강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개만 돌려도 보이는 건물들과 가로등, 포장된 도로, 시계 등이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오로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살며 동물들은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고 자만심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과연 인간은 동물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 존재일까. 우리의 이성이 그토록 대단한 것인가. 내가 생각했을 땐 인간이 이성을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우리는 이 이성을 가지고 무엇을 얻었는가. 편리함? 우리가 편리함을 얻는 대신 엄청난 부작용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이 편리함이 너무 과도하지는 않은가? 모두가 이 편리함을 느끼고 있는가?


또한 이성으로 인해 우리는 기괴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끝없는 경쟁, 잔혹한 비교 그리고 모순. 우리가 진정 올바른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아니 이성을 올바르게 다룰 줄 아는 존재라면,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요새는 뉴스와 sns를 보기가 역겹고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아이들을 망치는 유행들은 파도처럼 계속해서 밀려든다. 몇몇 사람들은 계속해서 지적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다. 그리고 무시해 버린다. 경고하는 학자들의 말에 무서워하거나 동의할 뿐 아무런 조치나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구나'라고 하며 넘겨 버린다. 그냥 세상이 흘러가게 놔두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이 글을 쓸 자격은 없지만 말은 하고 싶었다. (내가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인간을 동물과 다른, 우월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기 싫다. 이성이 주어진 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이성과 본능

나는 이성과 본능이 완전히 분리된다고 보지 않는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도 아니고, 본능적이기만 한 이기적인 존재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성은 생존 본능이라는 아주 큰 본능 겉에 아주 얇게 쌓여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두쫀쿠의 겉면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이성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행동하지만 사실 속은 본능으로 꽉 차있다. 그래서 가끔 본능이 새어 나오거나 터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 얇은 이성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는 그 이성을 붙잡는, 이성을 지키는 훈련을 평생 해야 할 것이다. (근데 참 어렵다…)



인간도 자연에 속한다.

‘신화와 철학’ 수업을 들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있다. 바로 ‘문명'이다. 교수님께서 본능적이고 야만적이 인간이 문명을 통해서 이성을 가지고 지혜를 가지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문명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그 문명조차도 자연에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을 구분하고 거의 반대의 개념으로까지 생각을 하는 것일까. 사실 나는 조금 더 극단적으로 가서 플라스틱, 유리, 비닐, 가공된 금속들 모두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왔고 자연 속에서 안간이라는 동물이 조립하여 만들어냈을 뿐이다.


나는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거지만,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이 망해가는 세상이 각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지구가 멸망해 간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똑같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나 또한 가만히 있으니. 사람들을 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 글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실천하지 않는, 모순덩어리인 나를 성찰하는 글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이라면…

우리가 그토록 대단한 인간이라면,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사랑과 평화를 지켰으면 좋겠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