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 투자
윌리엄 : 투자
수아의 상태는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좋은 날에는 거실 소파에 앉아 지수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었다. 나쁜 날에는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아야 했다.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이 수아의 일상이 되었다.
나는 거의 매일 현철의 집을 찾았다. 수아가 병원에 가야 할 때, 현철이 연구실에 있을 때, 누군가 지수를 돌봐야 했다.
"삼촌!"
지수가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두 살배기. 까만 머리카락이 수아를 닮았다. 웃을 때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것까지.
"삼촌은 공룡 좋아해?"
"응. 좋아하지."
"나도!"
수아가 부엌에서 싱크대를 잡고 잠시 멈칫하는 걸 보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가가 팔을 잡았다.
"앉아. 내가 할게."
수아는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윌리엄이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커피 머신을 작동시키며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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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은 점점 더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MIT 생명공학과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도 그는 연구실을 떠나지 않았다. 포닥 자리를 얻었고, 자신만의 연구를 시작했다. 주제는 미토콘드리아 질환.
"현철, 좀 쉬어."
내가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을 때, 현철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었고,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어, 왔어?"
현철이 고개를 돌렸다. 충혈된 눈이었다.
"수아 상태 어때?"
"오늘은 괜찮아. 지수랑 놀고 있어."
"다행이다."
현철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복잡한 분자 구조도와 데이터가 가득했다.
"뭐 연구하는 거야?"
"MELAS 치료법."
현철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문제야. 세포 에너지 생산에 결함이 생기는 거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어."
"알아."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어."
현철이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토콘드리아를 고칠 수 없다면, 대체하면 돼."
"대체?"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거야. 미토콘드리아처럼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DNA 결함이 없는. 인공 세포 소기관."
나는 현철의 눈을 바라보았다. 광기에 가까운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게 가능해?"
"이론적으로는."
현철이 책상 위의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20억 년 전, 박테리아가 세포 안으로 들어와서 미토콘드리아가 됐어. 세포 내 공생. 그게 가능했다면, 인공으로 만든 소기관도 세포 안에서 살 수 있어."
나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복잡한 수식과 다이어그램이 빼곡했다.
"T-오가넬?"
"텔로미어 오가넬. 텔로미어를 복구하면서 에너지도 생산하는 인공 소기관."
현철이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보드에는 이미 수많은 그림과 수식이 적혀 있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태워서 ATP를 만들어. 그런데 T-오가넬은 다른 연료를 써."
"뭔데?"
"활동 전위."
"신경 신호?"
"그래.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포획해서 에너지원으로 쓰는 거야."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철이 천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MIT에서 그를 만난 첫날부터 알았다. 하지만 이건.
"이게... 진짜 가능해?"
"가능해."
현철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론은 완성했어. 문제는 실현이야. 세포 단위 실험, 동물 실험, 임상 시험. 수년간의 연구가 필요하고."
현철이 한숨을 쉬었다.
"돈이 필요해. 엄청난 자금이."
"얼마나?"
"수억 달러. 어쩌면 수십억."
나는 침묵했다. 그 규모의 자금은 대학 연구비로는 불가능했다. 정부 지원금으로도 어려웠다. 민간 투자가 필요했다.
"현철."
나는 말했다.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현철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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