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 칼릭스
윌리엄 : 칼릭스
칼릭스 연구소가 문을 연 것은 투자 계약 후 1년이 지나서였다.
보스턴 외곽, 케임브리지와 가까운 곳에 4층짜리 건물이 세워졌다.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에 놓인 회색 콘크리트와 유리.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줄지어 있었고, 입구 앞 잔디밭에 아직 심은 지 얼마 안 된 단풍나무 두 그루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바이오텍 회사였다. 안에서 무슨 연구가 진행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건물 앞에 서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11월의 뉴잉글랜드 바람이 코트 깃을 파고들었다.
CALIX LABORATORIES
칼릭스. 성배. 현철이 지은 이름이었다.
"영생의 성배를 찾는다는 의미야?"
내가 물었을 때 현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수아를 담을 그릇이라는 의미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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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세 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T-오가넬 개발팀. 바이오 바디 설계팀. 그리고 신경 인터페이스팀.
현철은 T-오가넬 개발팀을 직접 이끌었다. 지하 1층의 연구실 세 개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창문이 없는 공간. 항온항습기가 끊임없이 울리고, 클린룸의 양압 장치가 공기를 밀어내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렸다. 현철의 아이디어였고, 현철의 이론이었고, 현철만이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나는 경영을 맡았다. 4층의 유리벽 사무실. 책상 위에 재무제표와 인력 운용 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예산 관리, 인력 충원, 아버지와의 연락. 그리고 아버지의 인공 장기 회사 '바이오젠 솔루션스'에서 파견된 기술자들을 관리하는 것도 내 일이었다.
"협력이 아니라 감시야."
현철이 말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바이오젠 기술자 두 명이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감시가 맞아. 하지만 쓸모 있는 감시야. 바이오젠 기술자들이 장기 조직 배양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있어."
현철은 반박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트레이 위의 샌드위치를 반만 먹고 연구실로 내려갔다. 나는 남은 커피를 마시며 바이오젠 기술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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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후 2년.
T-오가넬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현철이 나를 연구실로 불렀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을 때마다 공기가 바뀌었다. 따뜻하고 건조한 지상과 달리, 지하는 서늘하고 무균 처리된 공기가 피부를 감쌌다. 클린룸 앞에서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거쳤다.
현철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눈 아래 그림자는 여전했지만, 눈빛이 달랐다.
"봐."
현철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전자현미경 영상이었다. 화면이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포 안에 작은 구조물이 보였다. 미토콘드리아와 비슷하지만, 더 복잡한 형태. 막 구조가 이중으로 접혀 있었고, 표면에 미세한 돌기들이 빼곡했다.
"이게 T-오가넬?"
"응. 세포 안에 안착했어. 그리고."
현철이 다른 화면을 열었다. 그래프가 나타났다. 파란 선이 수평을 유지하고 있었다.
"텔로미어 길이가 유지되고 있어. 세포 분열 후에도 줄어들지 않아."
"수아한테 쓸 수 있어?"
"아직 멀었어. 세포 실험일 뿐이야. 동물 실험, 안전성 검증, 임상 시험. 최소 5년은 더 걸려."
"그래도 첫 걸음이잖아."
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모니터의 초록빛이 그의 얼굴에 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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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에게 분기 보고서를 보내면서 T-오가넬 프로토타입 완성 소식을 포함시켰다. 다음 날, 화상 회의 요청이 왔다.
4층 사무실의 블라인드를 내렸다. 화면을 켰다. 보스턴의 오후 햇살이 블라인드 틈새로 가늘게 들어와 책상 위에 줄무늬를 만들었다.
"T-오가넬 완성은 좋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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