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그녀, 내남편(33)

수연 : 기다림

by 빌리박


수연 : 기다림


밤 10시.


숙소 창밖으로 송도의 야경이 펼쳐졌다. 빌딩들의 불빛이 바다 위로 흩어지고, 멀리 달이 떠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마지막 메시지.


[오늘 저녁 늦을 것 같아. 먼저 자.]


두 시간 전에 온 메시지. 그 이후로 아무것도.


[알겠어 언니. 조심해.]


내가 보낸 답장. 조심해. 그 두 글자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뭘 조심하라는 거였을까.


***


밤 11시.


유진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울리고 받았다.


"수연아? 무슨 일이야?"


"언니... 지수 언니 어디 있는지 알아?"


"지수? 오늘 이사회 있었잖아. 의장 취임식."


가슴 안쪽에서 인공 펌프가 멈칫했다.


"의장?"


"응. 지수가 이사회 의장이 됐어. 마이클 강이 추진한 거야. 몰랐어?"


몰랐다.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어디 있는지는..."


"글쎄. 나는 연구실이야. 오늘 밤새 작업해야 해서. 지수한테 연락 안 돼?"


"메시지는 왔는데... 저녁에 늦는다고만."


"축하 파티 같은 거 아닐까? 취임했으니까. 이사진이랑 회식하거나."


축하 파티. 이사진. 회식.


그런 거겠지.


"언니 고마워. 나중에 또 연락할게."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손끝부터 손목까지. 미세하게.


***


자정.


휴대전화 화면을 또 켰다. 새 메시지 없음. 부재중 전화 없음.


전화를 걸어볼까.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에서 멈췄다.


김준우라면 바로 걸었을 거다. "어디야? 걱정돼. 빨리 와." 그렇게 말했을 거다. 남편으로서. 당당하게.


손가락이 내려갔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다. 이불의 결이 피부 위에서 긁혔다. 미세한 직물의 올 하나하나가 느껴졌다. 평소에는 무시할 수 있는 감각이었다. 지금은 안 됐다. 전부 들어왔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무늬가 보였다. 페인트 자국. 미세한 금.


마이클 강.


그 이름이 떠올랐다. 지우려 해도 떠올랐다.


검은 세단. 개인 오피스.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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