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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준 Sep 22. 2020

# 투약 오류가 계속 생기는 이유

중환자실에서는 고위험 약물을 자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잘 못 사용하게 되면 환자의 안위에 큰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래서 사용을 시작하기 전이나 용량을 바꿀 때 이중 확인이라는 걸 받는다. 2인 이상이 함께 약물 세팅부터 라인 상태까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환자의 안위를 위해선 꼭 필요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환자실에서는 고위험 약물 사용의 빈도가 굉장히 잦은 편이다. 당연히 주입속도나 용량이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이론적으로는 매번 이중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단순히 번거롭다면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면 된다. 하지만 매번 많은 업무량에 허덕이는 동료 간호사들, 특히 선배들에게 이중 확인을 부탁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나도 바쁘고 확인해 줄 사람들도 항상 바쁘다. 현실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이중 확인을 받는 것은 힘들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장치지만 그로 인해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그러다 보면 이중 확인을 스킵하게 되고 투약 에러가 바로 발견되지 못하기도 한다. 그 잘못은 또 오롯이 간호사의 몫이 된다.

투약오류 보고서를 쓸 때 해결책은 항상 이중 확인이다.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간호사가 있을까. 1차적인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을 지키지 못한 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원칙이라도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는 것이 먼저다. 누군가의 희생과 사명감만으로 지켜지는 원칙은 결국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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