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젠 불안함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불안함이라는 감정은 불확실함으로부터 나온다. 불확실하다는 건 선택해야 할 게 있다는 거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주도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거다.
미래를 알 수 없는 한, 인간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인간은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찾게 되는 거고. 결국 인간은 원하든 원치 않든 죽기 전까진 불안함과 함께 해야 한다.
어차피 불안할 거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잘 다니던 대기업 병원을 그만두고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거다. 주체적 삶을 위해 꼭 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안정된 울타리에선 선택지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답은 없다. 안정을 추구한다면 한정된 선택지 내에서 만족하며 살면 그만이다. 다만, 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불확실함에 베팅하는 삶을 택하고 싶다.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했기에 적어도 후회는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