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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준 Nov 16. 2021

# 그만 둘 직장은 결코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응급사직. 급작스럽게 직장을 그만두는 걸 말하는데, 나도 첫 병원을 퇴사할 때 일종의 응급 사직을 했다. 다만, 나는 사전에 사직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했고 애초에 회유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번복 없이 한 번에 퇴사했다. 하지만 나처럼 한 번에 퇴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퇴사를 고민하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면담을 통한 회유에 퇴사결심을 번복하거나 연기한다. 자의적으로 마음이 바뀐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상당수는 그렇지 못하다. 퇴사에 대한 확신이 없기도 하지만, 내가 당장 그만두면 병동에 인력이 없어 동료 간호사들이 힘들어진다는 소리에 마음이 약해지곤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여러 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고, 또 더 좋은 기회로 인해 퇴사가 불가피할 수 있다. 급작스럽고 무책임하게 퇴사하는 게 아니라면, 내가 퇴사하는 게 정말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잘 못된 일인가. 작은 인력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는 간호사의 인력 구조가 잘 못된 것인가, 불가피한 사유로 퇴사를 선택한 사람이 잘 못된 것인가.


본질은 대부분의 병원이 애초에 간호사 인력을 굉장히 빠듯하게 유지하기에 발생하는 것인데, 현실은 퇴사자를 비난하거나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력 부족을 생각해 1년 가까이 개인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퇴사를 미뤘음에도, 결국 마지막엔 이기적이라며 원망을 받는 사례도 봤다.


혹여 퇴사를 결심하고도 이런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았으면 한다. 퇴사하는 순간엔 어느 쪽으로든 결국은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삶을 살아갈 때 의미 없는 잡음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미안한 감정은 잠깐이다. 그 순간만큼은 충분히 이기적인 사람이 돼라. 그만 둘 직장은 결코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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