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설이 전혀 설레지 않는다

by 김보준

어릴 적 설날은 나에게 항상 설레는 날이었다. 명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해서 일주일 전부터 달력에 체크해 두고 몇 밤을 자야 설이 되는지를 손꼽아 세어보곤 했다.

어린 나이에 1년 중 가장 많은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고 TV를 켜면 한복을 입고 연예인들이 나와 왁자지껄 웃는 재밌는 프로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특히 설 특선 영화를 챙겨 보기 위해 신문에 인쇄된 프로그램 편성표를 오려 보고 싶은 프로를 형광펜으로 노랗게 칠해 놓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손꼽아 기다리던 TV 속 특선 영화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설날의 세뱃돈도 받는 나이가 아닌 주는 나이가 되었다. 나에게 설날이란 이제 기차표 구하기 성가신 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설을 그렇게 좋아하던 어린 나는 어디로 가고 어른이 미처 되지 않은 어른인 내가 있다.

이제는 설이 전혀 설레지 않는다.


*설은 설레지 않지만, 이 글을 보시는 제 주변 분들은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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