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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준 Apr 27. 2020

#6. 마지막 관문

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4학년 2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으로 4년간의 대학생활이 모두 끝났고 원하는 병원으로의 취업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간호학과를 졸업하기 전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법적으로 의료인으로 규정되며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간호사 면허증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주관하는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학부 성적을 받고 좋은 병원에 합격했다 할지라도 국가고시를 통과하지 못하면 간호사가 될 수 없다. 간호사 국가고시의 합격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4년간 배웠던 주요 8과목의 방대한 전 범위가 모두 시험 범위에 속해 있기 때문에 만만히 볼 수 있는 시험은 아니었다.  

   

국가고시의 평균 합격률에 비춰봤을 때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떨어질 수도 있는 시험이었다. 국가고시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힘들게 합격한 병원의 취업 또한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해야 했다. 이미 종강을 하고 더 이상의 수업은 없었지만 국가고시 공부를 위해 매일같이 학교 독서실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처음에는 국가고시의 높은 합격률을 보고 손쉽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아 책장을 펴고 막대한 시험 범위를 직면한 후에는 더 이상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평상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공부하는 것처럼 모든 과목의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공부하려고 하다 보니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봐야 할 것들은 태산같이 쌓여 있는데 지금의 공부 속도로는 전체 과목을 한 번 훑어보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모든 과목의 모든 부분을 다 공부하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문제를 먼저 풀고 이론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공부 방법을 바꿨다. 이전 국가고시 기출 문제들을 먼저 풀고 문제에 나와 있는 이론 위주로 공부를 했다. 그러자 시험에 자주 나오는 중요한 개념들 위주로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모의고사 성적도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국가고시는 모든 과목을 100점 맞아야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다. 그렇다고 점수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각 과목과 총점에 최소한의 합격 기준으로 정해진 커트라인만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범위를 다 공부하지 않고도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인 것이다. 그래서 완벽하게 공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모의고사를 보면서 평소 나에게 부족하거나 취약한 과목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으로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전체 범위를 모두 공부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이론들은 언젠가 임상에서 일할 때 빛을 발하며 스스로에게 피와 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망의 국가고시 날 아침 일찍 분주하게 준비를 마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번에 국가고시를 치는 4학년을 응원하기 위해 학과 후배들과 교수님들이 새벽같이 나와 한겨울의 차디찬 칼바람을 맞으며 시험장 입구에 서 있었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교수님이 건네주신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받아들고 시험장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19살 때 대학입시를 꿈꾸며 긴장하며 봤었던 수능시험이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고3 수능시험 이후로 이렇게 큰 시험을 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당시에는 수능이 인생의 끝인 것만 같았지만 뒤돌아봤을 때 대학생활을 위한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국가고시도 대학생활의 끝이 아닌 간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한 작은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국가고시 합격 발표 날, 합격자 조회를 통해 합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 하는 동시에 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내 사진과 이름으로 등록된 간호사 면허증을 손에 쥐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내가 간호사가 됐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열심히 달려왔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간호학과 대학생 시절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었던 고등학생이 이제는 어엿한 간호사가 되어 있었다.         


간호사 면허증


    

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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