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일반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막 마라톤에 도전한다고 말하면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다. 사막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 또한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참가비만 미화 3,700달러다(2017년 기준). 한화로 계산해 보면 4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다. 단순히 마라톤을 위해 사막을 달리기만 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를 위한 현지 코스 답사, 안전요원 및 의료진, 경기 전과 후 제공되는 숙박비, 현지 교통비 등 일주일간의 대회 운영에 필요한 많은 부대비용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금액이다.
처음 사막 마라톤의 참가비를 알아보고 그래도 이 정도면 내 꿈을 위해서 충분히 투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대회 참가비를 마련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3,700달러의 참가비는 말 그대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참가비였다. 그 속에는 항공료 같은 기타 비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개최되는 대회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아프리카 나미비아까지의 왕복 항공권 구매를 위해 약 150만 원의 교통비가 추가로 필요했다.
여기서 ‘이젠 정말 끝났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서바이벌 자급자족 레이스로 6박 7일 동안 필요한 모든 장비(7일치 식량, 의류, 침낭, 의약품 등)를 선수 각자가 준비하여 배낭에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 여기 포함되는 필수 장비 품목은 무려 30가지 이상이다. 신발, 의류 등과 같은 장비들은 경기 중 컨디션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좀 더 가볍고 기능이 좋은 것들을 찾다 보면 가격이 한없이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준비 물품을 모두 구매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대략적으로 약 100만 원이다. 그리고 비자 발급 비용, 현지 체류비 등 기타 금액으로 약 50만 원이 든다. 지금까지 언급된 비용을 모두 더하면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의 총 합계는 무려 700만 원이라는 결론이 된다. 물론 대략적으로 계산된 비용이기 때문에 개인별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 범위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고작 일주일간의 마라톤 대회 하나를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700만 원이라니. 사막 마라톤에 참가하는 데 필요한 총 경비를 알아보고 나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막 마라톤에 출전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단순히 달리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쉽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애물과 난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700만 원에 달하는 참가비 마련은 사막을 가기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가슴에 품었던 꿈인 만큼 기꺼이 700만 원을 지출하리라 마음먹었다. 생각해 보니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온연히 나를 위해 사용하는 큰돈이었다.
‘뼈 빠지게 돈을 벌어서 이럴 때 쓰지 않으면 언제 쓰겠는가?’
나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벌어 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분명 쓸데없는 곳에 큰돈을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 700만 원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소중한 꿈에 대한 현명한 소비였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액수였기에 금전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바로 후원이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2주간의 휴가를 받아냈을 때처럼 이번에는 프로젝트 후원 제안서를 만들었다. 장기 오프를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후원 제안서에도 나의 꿈과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과 계획을 담았다. 그리고 크고 작은 기업과 단체에 이메일을 통해 후원 제안서를 보냈다. 내가 졸업한 모교인 호남대학교와 대한간호협회에도 준비한 후원 제안서를 보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내심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항상 이상과는 다른 법이다. 후원 제안서를 보낸 대부분의 기업과 단체에서는 답장조차 오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곳들에서는 답장이 왔는데 그마저 금전적 후원은 힘들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다.
‘괜찮아. 어차피 후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막 마라톤에는 나갈 수 있으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시간이 흘러 후원에 대해 반쯤 포기하고 잊고 지낼 무렵 모교인 호남대학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학교 측에서 후원 제안서를 검토했는데 다행히 내가 하고자 하는 기부 마라톤을 좋게 봐주셨고 후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학과장님의 연락을 받고 오프 날 모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모교가 있는 광주까지 가는 시간이 두근거림으로 한없이 짧게 느껴졌다. 학교에 도착하니 학교를 다닐 때에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총장님과 학과장님, 동창회장님 등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사막 마라톤이라는 도전과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 주셨다. 그리고 기부 프로젝트를 위한 3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갑작스런 요청에도 이렇게 많은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은 호남대학교, 간호학과, 총동창회, 랄랄라 스쿨에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연이어 대한간호협회에서도 기쁜 소식을 전해 왔다.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기부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님께서 직접 협회로 나를 초대해 주신 것이다. ‘내가 말로만 듣던 대한간호협회 본사를 초대 받아 가게 될 줄이야.’ 김옥수 회장님은 자신의 꿈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나의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더불어 나의 도전으로 더 많은 나눔 정신이 실천되길 희망한다며 직접 격려금과 함께 간호사 휘장을 건네주시며 기부 마라톤을 응원해 주셨다. 간호사 휘장은 6박 7일간 함께 사막을달리는 내 가방에 붙여질 것이다. 휘장을 통해 37만여 명의 간호사분들과 함께 사막을 달리게 된 셈이었다.
며칠 사이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이 어지럽게 꼬여 있는 매듭이 한순간에 풀려 버리는 것 같았다. 후원을 통해 경비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게 중요한 것은 나의 프로젝트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 혼자서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도움을 주셨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 사막 마라톤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난관들을 만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이 더없이 기쁜 일이었다. 이번 후원을 계기로 한 번 더 힘을 얻고 기부 마라톤을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혼자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나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통해 조금씩 더 내가 꿈꾸던 사막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다.